[26슬램게임] '본투비 포인트가드' 부상을 딛고 최고의 야전사령관을 향해, 연세대 이채형(003)

아마추어 / 윤소현 기자 / 2026-09-05 11: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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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윤소현 인터넷기자] 지금껏 농구 하나를 바라보며 달려온 시간은 이제 프로라는 다음 무대를 앞두고 있다. ‘26슬램게임’은 KBL 드래프트를 향해 저마다의 시간과 가능성을 증명해야 하는 선수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세 번째 주인공은 연세대 이채형(186cm, G)이다.

#001_Scan: 연세대 이채형

이채형의 아버지는 이훈재 전 감독이다. 덕분에 농구는 그의 삶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농구를 보는 것도, 직접 코트를 하는 것도 즐기던 그였지만, 선수라는 길을 걷게 된 계기는 꽤나 운명적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집 근처였던 삼선초에서 여름방학 농구 캠프가 열렸어요. 제가 신청한 건 아닌데, 담임 선생님이 신청하고 그냥 가라고 하셨어요. 캠프에 갔더니 너무 재밌고 좋더라고요. 그래서 부모님을 졸라서 시작하게 됐죠. 제가 농구를 워낙 좋아해서 체육 시간에도 늘 농구를 했는데, 선생님이 그걸 보셨던 거 같아요.”

그렇게 삼선초로 전학을 가며 걷게 된 선수의 길, 중학교 때부터 안정적인 경기 운영 능력을 보여주며 포인트 가드로서의 재능을 보여주었다. 이후 농구명문 용산고에 진학했고, 당시 같은 연령대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했다. 그 덕에 찾은 무기도 있었다. 경쟁력을 얻기 위해 갈고 닦은 수비는 확실한 장점이 됐다.

“삼선중 때는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 많이 생각했던 것 같아요. 좋은 형들이 많아서 배우면서 지냈던 것 같아요. 용산고에서는 (여)준석이 형, (박)정환이 형, (신)주영이 형 다 쟁쟁했기에 그 틈에서 제 자리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형들이 공격이 좋으니까, 경기에 뛰기 위해서 수비에 많은 노력을 쏟았어요. 이세범 코치님께서 워낙 잘 이끌어주셨어요. 시키는 것만 열심히 했을 뿐인데, 정말 많이 배웠어요.”

좋은 선수들과 함께 해서 성적이 좋았다고 겸손하게 답했지만, 이채형은 용산고 3학년 때 개인과 팀의 성적을 모두 잡았다. 주장으로서 팀을 이끌며 2022년 전반기 대회(춘계, 협회장기, 연맹회장기) MVP를 싹쓸이했다. 기록은 21경기에 나서 평균 28.6분동안 15.4점 8.9리바운드 6.2어시스트, 누구도 의문을 품지 않을 맹활약이었다.

2학년 때까지 교체로 출전하다 보니 중학교 때 기대했던 모습이 안 나온다는 평가를 180도 뒤집는 결과다. 그 배경에는 뛰어난 선수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노력이 있었다.


“좋은 선수들이 많이 진학하는 학교다 보니, 노력하지 않으면 경기에 뛸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팀 분위기도 잘 잡혀 있어서 열심히 안 하면 무조건 뒤처졌어요. 살아남기 위해 연구를 많이 한 게 도움이 된 것 같아요. 3학년 때는 책임감도 더해져서 더 열심히 했어요.”


3학년 대회에서 MVP를 휩쓴 이채형이 U18 국가대표팀에 승선하는 건 정해진 수순이었다. 대표팀에서도 주장을 맡으며, 22년만에 U18 FIBA(국제농구연맹) 아시아 남자농구 선수권대회 우승을 이끌었다. 5경기 평균 11.2득점 4.8리바운드 5.8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베스트5에도 이름을 올렸다.

눈에 띄는 건 스틸 기록이다. 평균 6.6스틸, 살아남기 위해 갈고 닦은 수비가 아시아 무대에서 빛을 발한 것이다. “이세범 코치님이 함께 가셨다 보니까, 수비 전술 이해도가 더 높았어요. 해외 선수들은 저희 팀 색깔을 인지하지 못해서 적극적인 수비가 잘 먹힌 것 같아요.”



대표팀 주장을 맡은 것도 성장의 바탕이 됐다. 이채형은 초중고 내내 주장을 맡았지만, 각 학교의 에이스들만 모인 대표팀 주장의 경험은 리더십을 기를 수 있는 또 다른 경험이었다.

“학교에서 주장을 맡을 때와 다른 점은, 개성이 강한 친구들을 단기간에 한 팀으로 만들어야 하는 부분이에요. 리더십과 팀의 조화로움을 만드는 걸 많이 배웠죠. 사실 친구들과 함께 하는 거라서 어렵지는 않았어요. 또 욕심 없이 서로 배려하는 팀 문화도 갖춰졌어요. 그 덕에 좋은 성적을 거둔 것 같아요.”


#002_Life in University 


이채형의 발걸음은 연세대로 향했다. 우승을 합작했던 이주영과 함께하며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발날 골절로 입학 후 바로 이탈했다. 이후 2023년 MBC배에 잠시 모습을 보였으나 같은 부위를 다시 다치는 불운을 맞았고, 그렇게 2년 가량을 재활로 보냈다.

“큰 부상을 당한 게 그 때가 처음이에요. 대학교 입학하고 빨리 팀에 보탬이 되고 싶었는데,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지금 돌아보면 멘탈이 약했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 때는 굉장히 힘들었고 몸 관리의 중요성도 깨닫게 된 계기가 됐어요.


“체지방, 근육량을 더욱 챙겼어요. 특히 코어 운동, 속근육 부분에도 관심을 뒀어요.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신경 쓰기 힘든 부분이죠. 보강 운동도 등한시했던 것 같아서 열심히 했어요. 정신적으로는 재활 시간이 농구 인생에 있어서 길지 않다는 마음가짐을 가졌고, 쉰 만큼 열심히 하면 된다고 꾸준히 생각했던 것 같아요.”

농구 인생에서 처음으로 겪은 큰 시련, 몸을 처음부터 갈고 닦았고, 마음가짐도 달리하며 코트에 나설 준비를 마쳤다.

그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U-리그에 나선 2025년, 그를 향한 의심의 눈초리는 하나둘 걷히고 "역시 이채형이다"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연세대는 이채형이 나서면 팀 전체 경기력이 안정됐다. 공격에서는 팀원의 찬스를 봐주며 적재적소에 패스를 건넸고, 적극적인 수비를 바탕으로 상대 빈틈을 노렸다. 화려하지는 않아도, 팀에 꼭 필요한 선수였다. 


“쉬는 동안 팀에 빨리 적응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하고 있었어서 개인적으로 걱정은 없었어요. 그 때 가드가 부족했던 상황이라서 제가 맡을 역할이 명확하기도 했죠. 또 2학년 말부터 경기를 뛰고 동계훈련도 잘 소화했기 때문에 자신은 있었습니다.”



4학년 때는 주장을 맡게 되었다. 동계 훈련도 잘 소화했기에 자신감 넘치게 시즌을 준비했다. 그러나 부상 악령은 끝도 없이 그를 괴롭혔다. 팔꿈치 부상을 당한 것. 2026년 전반기 U-리그에서도 그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이주영과 김승우도 3x3 대표팀 출전으로 팀을 자주 비우는 상황, 연세대는 전반기 8승 7패로 추락했다.

 

마지막 학년에 겪는 부상은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채형은, 팀의 부진을 밖에서 지켜봐야 하는 주장이었다. 저학년 때 겪은 부상과는 시련의 깊이가 달랐다.

“발날 부상에 대해서는 몸상태가 좋지 않았다는 이유를 댈 수 있었는데, 팔꿈치는 억울하게 다쳤거든요. 또 주장을 맡게 되어서 책임감을 많이 갖고 있었는데 시즌 직전에 부상을 당해서 훨씬 힘들었어요. 최근 조동현 감독님이 부임하셨는데, 좋은 말씀을 많이 해 주셨어요. 또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아서 마음가짐을 잘 가졌던 거 같아요.”

 

복귀 후 조동현 감독과 함께하게 된 이채형은 본격적인 2학기 준비에 나섰다. 그 첫 단계는 체력 훈련이었다. MBC배도 불참하며 진행한 이 훈련은 선수들에게는 한계를 뛰어넘는 과정이었다.

“살면서 했던 운동 중에 가장 힘들었습니다. 오전 오후로 체육관, 트랙, 산을 번갈아 뛰었어요. 날씨도 날씨인데, ‘이쯤에서 그만하시겠지’라는 생각을 넘고, 또 뛰어 넘으신 다음에 끝내셨어요. 감독님께서 기준이 정말 높으셔서, 전보다 ‘더 해야지’라는 마인드가 많이 생겼어요. 선수들이 많이 힘들었는데, 그만큼 몸이 좋아졌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연세대는 체력 훈련을 마친 후 AUBL(아시아 대학 농구 리그) 출전을 위해 항저우로 출국했다. 이채형은 3경기 평균 15.3점 5.7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좋은 컨디션을 보였다. 전반기 부상에 대한 우려를 지울 수 있는 활약, 그러나 이채형은 만족하지 않았다. 개인의 성적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팀적으로 아쉬움을 많이 느꼈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 대회입니다. 팀적으로 부족함을 많이 느꼈어요. 그 덕에 한국에서 열심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사실 1학기가 정말 분했거든요. 다가오는 경기에는 더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 주장으로서 팀을 이끄는 역할을 잘 해야 할 것 같아요.”


​#003_Application


이채형은 드래프트는 아직 먼 이야기라 실감도 나지 않는다 말하며 개인의 성적보다는 팀을 우선시했다. 연세대의 주장은 잃어버린 명성을 되찾기 위해 이를 갈고 있었다.

“저도 부족하지만, 선수들이 조금 더 간절했으면 좋겠어요. 여기서 만족하면 안 됩니다. 4학년이 먼저 간절함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해서 더 나서서 하고 있고, 목소리를 많이 내고 있어요.”

드래프트는 지금까지 쌓아온 시간을 평가받는 자리인 동시에, 앞으로의 가능성을 직접 설명해야 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수많은 후보 가운데 자신의 이름을 남기기 위해서는 무엇을 잘하는 선수인지, 어떤 모습으로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 줄 필요가 있다

“저는 간절한 선수입니다. 남들보다 농구에 대한 갈망이 큽니다. 제 장점은 활동량을 바탕으로 한 수비와 BQ라고 생각합니다. 단점을 보완할 의지도 굉장히 커요. 또한 필요한 역할이 뭐든 해낼 자신이 있어요. 예를 들면 (김)승우, (이)주영이가 있을 때는 리딩에 치중하며 찬스를 봐주는 역할을 했고, 현재는 그 둘이 빠져 있어서 팀에서 공격적인 역할을 주로 맡고 있어요. 수비는 항상 자신이 있고요. 프로에서도 어느 역할이든 최선을 다해 소화할 수 있습니다.”

#004_My Future

누구에게나 한번쯤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먼저 그려보는 순간이 있다. KBL 입성을 꿈꾸는 드래프트 참가자들에게도 ‘프로 선수가 된 나’는 오래 품어온 가장 선명한 상상일 터다. 


“프로에 가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니까, 밑바닥부터 열심히 하는 선수가 되어서 팀에서 입지를 키워 나가는 것이 목표예요. 멀리 본다면, 수비에서 큰 역할을 하는 선수, 그리고 외국선수들과 2대2 같은 공격력이 좋은 선수들을 살려주는, 리딩적인 부분에서 자신있는 선수가 될 것 같아요. ‘야전 사령관’이라는 말로 설명할 수 있겠네요.”

끝으로 그는 팬들을 향한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제가 부상으로 힘들 때나, 경기력이 좋든 안 좋든 항상 찾아와서 응원해 주시는 팬분들이 있어서 대학 4년을 잘 마친 것 같아요. 프로에 가서도, 팬분들이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사진_점프볼DB, 윤소현 인터넷기자, FIBA 제공, AUBL 제공, 이채형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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