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한의 벤치톡] “우승보다 어려운 은퇴”…선수들은 왜 코트를 떠난 뒤 더 힘들어할까

프로농구 / 홍성한 기자 / 2026-06-13 08:3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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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홍성한 기자] “운동선수는 은퇴하는 순간 스스로를 가장 작게 만드는 경우가 많아요.”

KBL 14명, WKBL 9명. 올해도 많은 선수들이 코트를 떠난다. 이유는 모두 다르다. 누군가는 부상 끝에, 누군가는 더 이상 기회를 잡지 못한 채 유니폼을 벗었다. 그리고 드문 케이스로 미리 준비하고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는 경우도 있다.

마지막은 담담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쉽게 꺼내지 못하는 복잡한 감정들이 숨어 있다.

익숙했던 코트를 떠난다는 건 단순히 직업을 내려놓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 국가대표이자 현재 KBS N SPORTS 해설위원, 그리고 스포츠심리학 박사인 하은주 해설위원은 은퇴 후 선수들이 겪는 가장 큰 심리 변화로 ‘정체성의 흔들림’을 꼽았다.

하은주 해설위원은 “일반인들은 살아가면서 여러 경험을 통해 진로를 찾는다. 하지만 운동선수는 초등학교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사실상 한 길만 걷는다. 운동이 곧 나 자신인 경우가 많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은퇴를 하면 그 중심이 한순간에 사라진다. 내 인생의 100이 운동이었는데 그게 빠져버리는 거다. 그러면 굉장히 큰 공허함과 허무함이 찾아온다. ‘나는 이제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은퇴 선수들이 자주 하는 말도 비슷하다.

“운동 말고 내가 할 줄 아는 게 뭐가 있지?”,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은주 해설위원은 이런 질문 자체가 선수들이 스스로를 작게 만드는 출발점이라고 바라봤다.

그는 “운동선수들은 본인의 경험을 과소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사실 운동선수로 살아왔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무기다. 실패와 성공을 수없이 반복하며 버텨온 경험은 일반인이 쉽게 얻을 수 없는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건강한 은퇴는 어떻게 가능할까. 하은주 해설위원은 ‘준비’를 이야기했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반드시 운동 외의 무언가를 함께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공부가 될 수도 있고, 자격증이 될 수도 있고, 새로운 취미가 될 수도 있어요. 중요한 건 운동이 아닌 또 다른 나를 만드는 거예요.”

선수 시절부터 또 다른 정체성을 함께 키워야 은퇴 이후에도 흔들림이 덜하다는 시선이다.

이미 은퇴를 한 선수들에게도 조언을 남겼다. 흔히 주변에서는 “이제 좀 푹 쉬어라”라고 말하지만, 하은주 해설위원은 오히려 그것이 더 큰 고통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운동선수들은 한 번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런 선수들에게 무작정 쉬라고 하는 건 오히려 고문에 가깝다”라고 힘줘 말했다.

대신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운동 밖 세상을 경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운동했던 사람들끼리만 있으면 결국 같은 이야기만 하게 돼요. 완전히 다른 분야 사람들을 만나야 해요. 그 안에서 내가 흥미를 느끼는 걸 찾을 수 있고, 새로운 열정도 다시 생길 수 있어요.”

가장 중요한 건 완벽한 방향을 찾으려는 조급함보다 작은 시작이다.

하은주 해설위원은 선수들은 뭔가 하나를 시작할 때 실패하면 끝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은퇴 후 삶은 그렇지 않다. 이게 아니면 또 다른 걸 찾으면 된다. 중요한 건 시작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하은주 해설위원의 말처럼 선수 생활은 끝나도, 그 안에서 쌓아온 끈기와 경험은 두 번째 인생을 시작할 때 가장 큰 무기가 될 수 있다. 코트를 떠난 뒤에도 그 시간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은퇴는 끝이 아니라, 어쩌면 진짜 자신을 다시 찾는 새로운 시작일지도 모른다.

긴 시간을 버텨낸 만큼, 이제는 또 다른 무대에서 펼쳐질 선수들의 제2의 인생을 응원한다.



#사진_점프볼 DB(문복주 기자), 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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