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봄을 기다리는 신한은행, 그곳에 ‘벚꽃’ 노구치 사쿠라가 왔다

매거진 / 홍성한 기자 / 2026-11-04 07: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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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홍성한 기자] ‘사쿠라’는 일본어로 벚꽃을 의미한다. 별명은 봄을 뜻하는 ‘하루’다. 최근 3시즌 동안 봄 농구와 인연이 없었던 인천 신한은행에 그녀가 합류했다. 과연 이름처럼 신한은행에도 꽃을 피울 수 있을까.

※본 기사는 농구전문 매거진 점프볼 11월호에 게재됐으며, 인터뷰는 10월 20일 진행됐습니다.

“이 선수가 온다고요?”

그럴 만했다. 어린 시절부터 일본 연령별 대표팀을 두루 거쳤다. W리그 통산 161경기(플레이오프 포함)에서 평균 9.3점 6.2리바운드를 기록했고, 2023~2024시즌에는 12.3점 7.6리바운드 2.3어시스트로 커리어하이도 찍었다. 지금까지 WKBL에 진출한 일본 선수들 가운데서도 이력이 화려한 편이다. 박신자컵에서 베일을 벗은 사쿠라는 올 시즌 최고 ‘히트 상품’ 임을 예고했다.

박신자컵 최종 기록은 6경기 선발 출전, 평균 28분 40초 동안 15.7점 6.8리바운드 2.3어시스트 1.7스틸. 그러나 자신에게 매긴 점수는 100점 만점에 20~30점에 불과했다. 그만큼 더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는 이야기다.

“팀에서 요구하는 걸 완벽하게 해냈을 때가 100점이라고 생각해요.”

최윤아 감독이 원하는 모습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다. 기대했던 3점슛도 번번이 림을 외면했다. 성공률은 14.2%에 불과했다.

“일본에서 보여줬던 플레이가 나오긴 했지만 맘에 들지 않아요. 3점슛도 잘 들어가지 않았고요. 아직 동료들이 어떤 플레이를 하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어요. 반대로 제가 어떤 플레이를 하고 싶은지도 동료들에게 충분히 전달하지 못한 것 같아요. 팀으로서 맞춰야 할 것도 많고, 개인적으로 제 장점을 어떻게 살릴지도 고민해야 해요. 이런 부분들을 생각하면 20~30점 정도가 맞는 것 같아요. 저는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래도 박신자컵은 한국 농구를 먼저 경험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했다. 청주 KB스타즈와 아산 우리은행, 부천 하나은행 등 여러 팀을 상대했다. 일본에서 오랜 시간 뛰었지만 한국 선수들과 맞붙으며 느낀 차이도 있었다.

인상 깊었던 선수를 물었을 땐 특정 선수보다는 한국 농구의 스타일을 먼저 이야기했다.

“딱 한 명을 꼽기는 어려워요. 어떤 선수가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기보다는 한국 농구의 플레이 스타일 자체가 인상적이었어요. KB스타즈도 그렇고, 우리은행이나 하나은행도 마찬가지예요. 어느 팀이든 일본과는 다른 스타일로 농구한다는 걸 느꼈어요. 박신자컵을 치르면서 한국과 일본 농구가 정말 다르다는 걸 많이 알게 됐어요.” 

 


해외에서 뛰는 건 누구에게나 낯선 일이다. 사쿠라에게는 이번이 첫 해외 생활이다. 일본에서 뛸 때보다 해야 할 역할도 많아졌다.

“사실 지금은 걱정밖에 없어요(웃음). 팀에서 요구하는 게 정말 많아요. 지금까지 한 번도 요구받지 않았던 것들까지 해야 해요. 지금은 그걸 해내는 것만으로도 벅찬 느낌이에요. 그래도 팀에서 원하는 걸 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부담감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막상 돌아보면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 같기도 하네요.”

반면 한국 생활에는 순조롭게 적응 중이다. 농구와 달리 코트 밖에서는 큰 어려움이 없다고 했다.

“생각보다 생활이 어렵지 않아서 놀랐어요. 언어가 통하지 않는 부분은 있지만, 생활하는 데 크게 불편하지는 않아요. 한국 음식도 맛있고, 지금까지는 즐겁게 지내고 있어요.”

“한국에 오기 전에는 걱정도 있었어요. 막상 한국에 와보면 너무 힘들어서 일본으로 돌아가고 싶어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도 했죠. 그런데 직접 와보니까 전혀 그렇지 않더라고요(웃음). 물론 지금도 힘든 일이 많아요. 그래도 즐거운 일이 더 많고, 한국에서 더 열심히 해보고 싶은 마음이 커요. 그래서 일본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한국행은 어떻게 결정했을까.

“지난 시즌 일본 W리그에서 뛰면서 스스로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이 있었어요. 그러던 중 구단에서 연락이 왔죠. 저를 굉장히 적극적으로 원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 점이 매력적이었어요. 그래서 한 시즌 동안 한국에서 열심히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한국행을 결정했어요.”

주변에서도 놀란 반응이 많았다. 가족과 동료들은 사쿠라의 한국행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물었다.

“‘정말 가는 거야?’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지난 시즌 WKBL에서 뛰었던 선수들 가운데 일본에서 저와 같은 팀이었던 선수들이 몇 명 있었거든요. 부모님도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아무래도 다른 나라에서 농구를 하는 거니까요. 그래도 주변에서는 걱정하면서도 응원해 주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줬어요. 저 역시 불안한 마음은 있었어요. 하지만 재미있을 것 같다는 기대가 더 컸어요.”



농구를 그만둘까 고민했던 시간

이렇게 사쿠라는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그렇다면 일본에서 보낸 시간은 어땠을까. 어린 시절부터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지만, 한때는 농구를 그만둘까 고민했던 순간도 있었다.

농구를 처음 시작한 건 초등학교 3학년 때인 10살 무렵이다. 일본은 어릴 적부터 다양한 운동을 접하는 문화가 있다. 그 가운데 농구를 선택했다.

“처음 들어간 팀이 꽤 강한 팀이었어요. 이때부터 농구에 재능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일단 강한 팀이다 보니 좋은 팀에서 기본기를 많이 배웠어요. 그때 배운 것들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본기를 쌓아간 사쿠라는 일본 연령별 대표팀에도 승선했다. 어린 나이부터 경험한 국제무대는 지금 어떻게 남아 있을까.

“그때는 어렸으니까 정말 자유롭게 농구했던 것 같아요. 별생각 없이 제가 하고 싶은 플레이를 했어요. 지금처럼 고민도 많지 않았고, 무언가를 깊이 생각하지도 않았어요. 그냥 제가 하고 싶은 농구를 하는 데 집중했죠. 어떤 플레이를 못 했다고 분하거나 아쉬워하는 일도 지금처럼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프로 무대에 올라선 뒤에는 달라졌다. 매 경기 긴장하고, 잘했던 경기를 다시 보며 자신만의 루틴을 찾으려 노력했다. W리그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지만 긴장감만큼은 여전하다고.

“그렇게 많은 경기를 뛰었는데도 항상 긴장해요. 꼭 해야 하는 특별한 방법이 있는 건 아니에요. 다만 잘했던 경기를 다시 돌아보고 그때 제가 어떤 행동을 했는지 생각해요. 실제로 그 행동을 다시 해보기도 하고요. 그런 걸 하나의 루틴으로 만들어보려고 할 때도 있어요.”



그렇다고 좋은 시간만 있었던 건 아니다. 2023~2024시즌을 앞두고는 농구를 그만둘까 고민할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 전 시즌에 시즌을 완주하지 못했어요. 힘들어서 그때는 앞으로 농구를 계속해야 할지, 그만둬야 할지 정말 많이 고민했죠.”

그 무렵 사쿠라는 아이신 윙스로 이적했다. 손을 내민 건 당시 아이신을 이끌던 우메자키 에이키 감독이었다.

“저를 중심으로 팀을 만들겠다고 말씀하셨어요. 그게 저한테 정말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선수는 감독이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사쿠라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이신으로 이적한 2023~2024시즌은 선수 생활에서 가장 높이 날아오른 시즌이었다. 정규리그 22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해 평균 12.3점 7.6리바운드 2.2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우메자키 감독은 2023~2024시즌을 마친 뒤 일본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초반에는 요시다 아사미와 사쿠라 등의 높은 의식 수준과 동기부여를 다른 선수들이 따라가지 못해 팀을 만드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승리에 대한 의지가 훈련과 경기에서도 나타났다. 이적생들의 합류가 팀에 미친 영향은 굉장히 컸다”라고 돌아봤다.

사쿠라는 이듬해인 2024~2025시즌에도 정규리그 28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해 평균 11.2점 7.7리바운드 2.0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제가 가장 자신 있는 플레이는 드라이브인이에요. 당시 팀에는 슈터들도 많았어요. 덕분에 제가 드라이브인을 할 수도 있었고, 주변 슈터들을 살려주는 플레이도 많이 할 수 있었어요. 제가 잘하는 걸 정말 많이 보여줄 수 있었던 시즌이에요.

W리그에서 7년 정도 뛰었는데, 제일 자유롭게 농구했던 시즌인 것 같아요. 이번 시즌에도 그때만큼 자유롭게 뛰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저한테는 정말 좋은 시즌이었어요.”

농구를 그만둘까 고민했던 시간이 있었기에 더 의미가 컸을 터. 사쿠라는 한국에서도 그때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했다.



코트 밖 사쿠라

신한은행 관계자들 사이에서 사쿠라는 항상 웃는 선수로 통한다. 밝은 성격 덕분에 다들 좋아한다고. 박신자컵에서도 그런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대회 이후 팬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상당하다는 후문이다.

잡지 촬영과 인터뷰는 훈련과 훈련 사이 잠깐의 시간에 이뤄졌다. 쉬는 시간을 뺏겨 아쉬울 법도 했지만, 사쿠라의 얼굴에서는 내내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고마울 뿐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잘 웃는 성격이었어요(웃음).”

동료들과도 잘 어울리고 있었다. 특히 팀에서 유일한 동갑내기인 고나연과는 한국에 온 직후부터 가까워졌다고.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최윤아 감독님이 (고)나연이와 함께 밥을 먹으라고 하셨어요. 팀에서 유일한 동갑내기이기도 해요. 처음에는 불안한 것도 많았는데, 나연이가 먼저 말을 걸어줬어요. 덕분에 지금은 매일 장난도 치면서 즐겁게 지내고 있어요. 정말 고마운 친구예요.”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일본에 있는 가족과도 꾸준히 연락한다. 특히 어머니와는 매일 통화하거나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형제자매들과는 가끔, 지난해까지 같은 팀에서 뛰었던 친한 선수와도 연락하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쉬는 날에는 무엇을 할까. 아쉽게도 아직 여유를 즐길 시간은 많지 않았다.

“한국에 온 뒤로 제대로 쉬는 날이 많지 않았어요. 지금까지는 정신없이 지낸 것 같아요. 가까운 아울렛에 가기도 했고, 얼마 전에는 성수동에도 데려가 줘서 다녀왔답니다.

가보고 싶은 곳이 정말 많아요. 그런데 훈련이 힘들다 보니 실제로 멀리 나가기가 쉽지는 않아요. 그래도 한국에 살고 있으니까 이곳의 문화나 관광지를 다양하게 경험해 보고 싶어요.”



벚꽃이 피는 봄을 꿈꾸며

신한은행은 최근 3시즌 동안 플레이오프에 오르지 못했다. 지난 시즌에는 최하위에 머물렀다. 그런 만큼 다가오는 시즌이 중요하다.

사쿠라는 팀의 에이스 역할을 맡아야 할 핵심 자원이다. 공교롭게도 ‘사쿠라’는 일본어로 벚꽃이라는 뜻이다. 벚꽃이 피는 봄까지 시즌을 이어간다면 신한은행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는 의미다. 사쿠라에게 신한은행의 봄 농구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사실 처음 신한은행에 왔을 때는 팀이 지난 시즌 어떤 위치에 있었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어요. 그보다는 이 팀에서 우승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어요. 결국 우승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한국 팬들에게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을까.

“키 때문에 센터나 파워포워드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어렸을 때부터 가드부터 포워드, 센터까지 모든 포지션을 경험했거든요. 그런 경험을 잘 살리고 싶어요.

스피드도 있고, 힘도 있고, 3점슛도 넣을 수 있는 선수요. 뭐든 다 잘하고 싶어요. 수비도 마찬가지예요. 작은 선수든 큰 선수든 모두 막아낼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누구든 저를 상대할 때 쉽게 공격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죠.”



#사진_문복주 기자, 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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