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LA에서 다시 본 꿈…나윤정이 만난 박지현 그리고 WNBA

매거진 / 홍성한 기자 / 2026-08-02 08: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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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홍성한 기자] 나윤정(청주 KB스타즈)은 이번 여름 누구보다 특별한 여행을 다녀왔다. 목적지는 미국 LA. WNBA 무대에 도전장을 내민 박지현을 직접 응원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시즌 중에도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는 절친으로 잘 알려져 있다.

단순한 여행은 아니었다. LA 스파크스의 홈경기는 물론 원정 일정까지 함께하며 세계 최고의 무대를 가까이에서 경험했다. 경기장 분위기부터 선수들의 자기관리, 팬 문화까지 모든 것이 새로웠고, 그 중심에서 당당히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가고 있는 박지현의 모습은 나윤정에게도 큰 울림을 안겼다.

응원으로 시작한 미국행은 어느새 자신의 농구를 돌아보는 시간으로 이어졌다. 보고, 느끼고, 배운 것들. 나윤정이 직접 경험한 WNBA 이야기를 들어봤다.

*본 기사는 인터뷰 내용을 일기 형식으로 재구성했으며, 농구전문 매거진 점프볼 8월호에 게재됐습니다. 



DAY 1. 떠나기 전

지현이와 (김)정은 언니까지 우리 셋은 연락을 많이 하는 사이다. 그러면서 “됐지? 됐으면 좋겠다. 뭔가 이번에는 느낌이 온다”라며 함께 응원했다. 그랬는데 됐다. 너무 좋았다. 우리나라에서 WNBA에 간 선수가 몇 명이나 있던가. 정선민 코치님, 그리고 (박)지수, 이제 지현이까지. 그동안 고생했던 걸 잘 아니까 소식을 듣고 너무 기뻤다.

타이밍도 딱 맞았다. 정은 언니는 은퇴했고, 나도 챔피언결정전까지 치르면서 휴가가 평소보다 늦게 끝났다. 휴가도 예년보다 길었다. 지현이가 미국에 가면 우리가 꼭 보러 가자고 이야기했었는데, 그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됐다.

사실 그동안 WNBA를 관심 있게 보진 않았다. 경기장을 찾는 것도 처음이었다. 미국도 우리은행 시절 팀 일정으로 한 번 가본 게 전부였다. 슈퍼스타인 케이틀린 클라크(인디애나) 붐이 일면서 조금씩 챙겨보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WNBA를 직접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설렜다.

이제 확인할 차례였다. WNBA라는 무대가 어떤 곳인지, 그리고 그 안에서 뛰는 지현이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DAY 2. 우물 안 개구리

드디어 경기장(크립토닷컴 아레나)에 갔다. 아직도 생생하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경기장 규모였다. 시설부터 관중 수까지 한국과는 인프라 차이가 너무 컸다. 코트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압도되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강하게 남은 장면은 따로 있었다. 동양인의 모습을 거의 찾아볼 수 없던 그곳에서 지현이가 몸을 풀고 있었다. 그걸 보는 순간 ‘아, 지현이가 진짜 세계적인 무대에 나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WNBA가 세계 최고의 리그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그 무대를 눈앞에서 마주하니 ‘안다’는 것과 ‘느낀다’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였다. ‘세계는 정말 넓구나.’ 그걸 처음 실감했고, 자연스럽게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TV로 볼 때와 직접 마주했을 때의 차이는 생각보다 훨씬 컸다.

경기가 시작되자 눈은 자연스럽게 코트로 향했다. 선수들의 움직임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빨랐고, 몸싸움은 더 치열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의 함성과 에너지까지 더해지니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날만큼은 경기 결과보다 그 무대 자체를 온전히 느끼고 싶었다.



DAY 3. 지현이의 자리

홈경기뿐 아니라 원정도 함께 다닐 수 있었다. WNBA는 선수들이 가족이나 친구 한 명과 함께 이동할 수 있는 문화가 잘 갖춰져 있었다. 홈경기뿐 아니라 원정까지 함께할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가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리그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직접 경험해 보니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 농구가 삶의 전부가 아니라 삶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느낌이었다. 덕분에 경기장 안팎은 물론 원정에서도 선수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WNBA 선수들에게도 많은 걸 배웠다. 특히 에이스 켈시 플럼(스파크스)은 왜 최고의 선수인지 알 것 같았다. 비행기에서도 몸 관리를 위해 압박 장비를 착용하고 있었고, 호텔에 도착해서는 누구보다 먼저 재활과 운동을 시작했다. 쉬는 날이라고 생각했던 날에도 가장 먼저 웨이트트레이닝룸에 나와 몸을 만들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니 ‘잘하는 선수는 역시 이유가 있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내가 갔을 때 지현이는 아직 리그에 적응하는 과정이었다. 경기를 많이 뛰지 못한 날도 있었고, 원하는 만큼 출전 시간을 받지 못한 경기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게 가장 중요한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인상 깊었던 건 팀 안에서의 모습이었다. 코칭스태프, 동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있었고, 낯선 환경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였다. 새로운 무대에서 하나씩 자기 자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눈에 보였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도 많이 했다. “경기를 뛰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그 팀의 일원이라는 것 자체가 정말 대단한 일이야.”

내가 지난 시즌 팀에서 느꼈던 것도 비슷했다. 경기에 뛰는 선수만 팀을 만드는 건 아니었다. 코트 밖에서 함께 준비하는 모든 선수들이 팀이었다. 지금, 이 시간을 버텨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과정이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었다.

처음에는 혼자 외국 생활을 하는 게 힘들지 않을까 걱정했다. 언어도 다르고, 문화도 다른 곳에서 생활하는 게 쉽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내가 괜한 걱정을 했다는 걸 알았다. 팀원들과도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있었고, 낯선 환경에도 잘 적응한 모습이었다.
“언니, 난 이제 이런 게 아무렇지도 않아.”

그 한마디가 오래 남았다. 스페인과 뉴질랜드, 호주를 거치며 보낸 시간이 분명 큰 힘이 됐을 것이다. 예전보다 훨씬 단단해진 모습이었다. 그 말을 들으니 지금의 시간이 결국 지현이를 더 성장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DAY 4. 깨달음

이번 여행은 농구를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 한국에서는 늘 하루가 부족하다고만 생각했다. 안 되는 것만 보였고,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도 컸다. 그런데 WNBA를 가까이에서 보고 선수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잘하는 선수들도 안 되는 건 똑같았다. 다른 건 그걸 대하는 방식이었다.

실수도 하고, 원하는 플레이가 나오지 않는 순간도 있었다. 그런데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안 되면 다시 시도했고, 또 부딪혔다. 그 모습이 가장 인상 깊었다. ‘농구는 이렇게 하는 거구나.’ 그걸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나도 모르게 시선이 달라졌다. 그동안은 결과에만 너무 매달려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도 새로운 걸 좋아하고 도전하는 걸 좋아하는 성격인데, 이번 여행을 다녀온 뒤에는 한 번은 부딪혀 봐야겠다는 마음이 더 커졌다.

우리 리그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아시아쿼터가 생기면서 일본뿐 아니라 필리핀 선수들까지 함께 뛰게 됐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한국 선수들은 해외에 도전하는 경우가 많지 않을까.’ 직접 보고 느낀 건 생각보다 벽이 높기만 한 건 아니라는 점이었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우리나라에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선수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지현이를 보면서도 같은 마음이 들었다. 낯선 환경에서 하나씩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니 도전은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는 걸 느꼈다. 그 무대에 서기까지의 용기와 버텨내는 시간 자체가 이미 큰 의미라는 걸 이번 여행을 통해 다시 한번 배웠다.

지현이를 응원하러 떠난 여행이었다. 그런데 돌아와 보니 가장 많이 배우고, 가장 크게 자극받은 사람은 어쩌면 나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언젠가 더 많은 한국 선수들이 더 넓은 무대에 과감히 도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게 됐다.



#사진_나윤정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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