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데뷔, 3명으로 승리’ 무명의 37세 女 감독 박진희 “농구 인생에 잊지 못할 날”
- 아마추어 / 태백/정지욱 기자 / 2026-06-12 18:06:26

여자농구 골수 팬들조차 낯선 이름.
주목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여자실업농구 무대지만, 감독으로 치른 첫 경기에서 제대로 드라마를 썼다. 아니, 드라마도 이 정도는 아니다.
대구시청은 최근 감독을 잃었다. 8년간 팀을 맡았던 강영숙 감독이 우리은행의 코치로 자리를 옮겼기 때문이다.
공석이 된 자리에 박진희 감독이 대구시청을 맡았다. 얼마 전까지 팀의 선수 겸 코치로 있었던 인물이다. 지도자 경험이 길지 않을뿐더러 그녀에게 감독은 낯설고 무거운 자리다. 감독을 맡은 지 2주 만에 대회에 출전해야 했다.
하지만 시작부터 말도 안되는 승리를 얻었다. 박진희 감독은 12일 태백시 고원체육관에서 여린 2026 태백시장배 전국실업농구연맹전 서대문구청과의 맞대결에 나섰다. 출전 가능 선수 5명(오세인, 박새별, 김서연, 조수진, 김하나)과 함께.
시작부터 너무 무거운 상대를 만났다고 생각했다. 단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강호 서대문구청. 누구도 대구시청의 승리를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승부에 절대는 없는 법. 4쿼터 막바지 박새별, 김하나가 5반칙을 당해 코트 위에 3명만 남은 채로 리드를 지켜내면서 65-61, 4점 차 승리를 거뒀다.
경기 종료 버저와 함께 선수들은 박진희 감독을 얼싸안았다.
예상치 못한 승리에 박진희 감독의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다.
“선수들이 너무 잘해줬어요.”
단순히 운으로 얻은 승리는 아니다. 착실히 준비했고, 선수들이 잘 따랐고, 정신력까지 발휘했다.
“(강영숙)감독님이 떠나시고 대회까지 준비기간이 단 2주 뿐이었어요. 감독님이 그동안 해오신거에 제가 그동안 느꼈던 바만 살짝 얹었을 뿐입니다.”
이 정도면 살짝 얹은 정도가 아니다, 환골탈태다. 대체 무슨 일을 벌인 것일까?
“우리 선수들이 어리고 구력이 짧은 편이라 대학팀과 연습경기를 많이 했어요. 계속 경험치를 쌓고 저도 선수들의 특징을 살펴야 했어요. (조)수진이가 우리 팀 주득점원인데, 아예 득점 더 할 수 있는 부분을 만들자고 생각했어요. 뺏기고 넣지 못하더라도 이왕이면 자신있게 해보자고 했는데, 선수들이 너무 잘 따라줬고요.”
감독으로서 첫 경기부터 말도 안되는 승리의 기쁨을 누린 그녀다.
“저는 대학 졸업 후에 프로를 바로 가지 못했어요. 실업에서 3년을 뛰다가 27세에 KB스타즈에서 프로생활을 3년 하고 다시 실업 선수로 돌아왔어요. 실업에서는 10년을 선수로 뛰다가 작년부터 코치 겸 선수를 했고, 감독님이 우리은행으로 가시면서 갑작스럽게 감독을 맡았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경험한거, 배워온걸 토대로 선수들을 지도했는데, 선수들이 성장하는걸 보니 그 성취감이 또 너무 다르더라고요.”
“한번도 이겨보지 못한 서대문구청과 대회 첫 경기에서 만났으니, 체력좋을 때 제대로 붙어보자고 했는데, 이미 4쿼터 초반에 우리가 목표했던 바를 이뤘어요. 그런데 선수들이 끝까지 해주더라고요. 막판에 4명, 3명이 남아있을 때 선수들에게 끝까지 버텨보자고 했는데, 진짜 이렇게 이겼네요. 제 농구 인생에 잊을 수 없는 날이 될 것 같아요.”
사진=정지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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