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KBL, 신인상 의미 찾기 위한 방법은?
- 매거진 / 민준구 / 2020-04-10 00:24:25

[점프볼=민준구 기자] 신인상은 생애 단 한 번만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영광이다. 동세대 최고의 선수라는 평가는 물론 다른 상과는 달리 두 번의 기회가 없다는 점에서 희소성이 크다. 아쉽게도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에서 뚜렷한 신인 선수상 후보는 찾아보기 힘들다. ‘역대급 가뭄’이라는 평가 속에 신인 선수들이 설 자리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문제의 본질은 무엇일까. 그리고 해결책은 준비되어 있을까.
* 본 기사는 점프볼 2020년 3월호에 실린 내용을 일부 수정했습니다.

코트에서 실종된 KBL 신인 선수들
2019년 KBL 국내 신인선수 드래프트를 통해 선발된 신인 선수는 총 22명. 지명률은 53.7%로 준수한 편이었다. 주변 평가 역시 크게 나쁘지 않았다. 최악의 드래프트로 분류된 2018년 드래프트와 비교해도 박정현, 김경원, 이윤수, 박찬호 등 빅맨 자원이 풍부했으며 김진영, 김형빈 등 조기프로진출을 선언한 이들까지 참가해 이슈 몰이에 성공했다. 하지만 2019-2020시즌이 종료된 지금 신인 선수들의 기록을 살펴보면 참혹하다. 주전은커녕 핵심 식스맨 역할을 해내는 선수들조차 없다. 순위 경쟁이 치열해진 후반 라운드부터는 신인 선수들의 출전시간 역시 점점 더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신인 선수상의 기준은 출전 가능한 경기수의 절반을 채우는 것이다. 그러나 출전 기회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가운데 김훈, 박정현, 전성환만이 신인 선수상 후보로 올라설 수 있었다.
문제는 최소 기준을 맞추더라도 신인 선수상이라는 격에 맞는 선수가 과연 존재하는 지다. 과거 이현호, 정성우와 같이 뛰어난 성적이 아님에도 신인 선수상을 수상한 기록이 있지만 현재 신인 선수들의 성적은 그들과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떨어진다. 그나마 가장 많은 경기에 나서고 있는 김훈을 살펴봐도 23경기 출전, 평균 2.7득점 1.4리바운드에 불과하다. 신인 선수상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성적이다.
그렇다면 신인 선수들이 코트에 서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제의 본질은 기량 부족이다. 지난 수년간 대학 선수들의 기량 미달에 대한 비판이 이어져 왔지만 당장 큰 문제로 나타나지는 않았다. 2016년 드래프트는 이종현과 최준용, 강상재 등 ‘황금 세대’가 존재했으며 2017년 드래프트 역시 허훈을 비롯해 양홍석, 안영준, 김국찬 등 굵직한 선수들이 버티고 있었다.
또, 2018년도 그리 풍족하진 않았지만 변준형이라는 보물을 얻을 수 있었다. 변준형은 2번째 시즌에 KBL 올스타가 됐다. 매 시즌, 최소 한 명씩의 스타가 배출된 만큼 문제의 본질은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단 한 명의 걸출한 신인 선수가 등장하지 않은 현재 KBL과 10개 구단 및 농구계는 현 상황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적응 기간의 부족에 대한 드래프트 시기 변경처럼 대안이 등장하고 있지만 핵심은 선수들의 기량 부족, 그리고 준비 부족이다. 이번 시즌부터 수면 위로 오른 신인 선수들의 체지방 문제, 최악의 몸 관리 등 기본을 지키지 못한 신인 선수들에게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신인 선수들과 첫 대면한 대부분의 감독들 역시 “운동할 몸이 안 되어 있다. 기존 선수들과 함께 운동할 자격이 갖춰지지 않았다”라며 단호하게 말했다.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않은 몸으로 당장 코트에 설 기회를 잡겠다고 하는 것은 욕심이다. 그 누구에게도 바랄 수 없는 선수 본인이 해야 할 당연한 것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시즌 막바지에 이른 현재 하위권 팀들의 경우 마지막 6강 도전에 나서고 있는 만큼 즉시 전력이 아닌 신인 선수들을 기용할 여유 역시 없다. A구단 관계자는 “예전에는 하위권 팀들이 신인 선수들에게 출전 시간을 몰아주는 경우도 있었지만 지금은 쉽지 않다. 순위 경쟁이 치열한 만큼 지금 신인 선수를 코트에 내보낼 여유는 다들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신인 선수들이 코트에 서지 못한 것은 능력을 인정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경쟁 스포츠의 신인 선수상 기준, KBL의 대안은?
냉정하게 보면 아마추어 무대를 갓 벗어난 신인 선수들이 이미 산전수전 다 겪은 프로 선수들과 당장 경쟁하기는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야구와 축구처럼 농구보다 더 극심한 경쟁 체제가 확립된 곳에서는 신인 선수상의 기준을 넓혀 배려의 손길을 내밀었다. 먼저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신인 선수상에 대한 기준을 당해 년도 입단한 선수 및 최초 등록된 선수, 당해 시즌을 제외한 최근 5년 이내의 선수 가운데 투수는 30이닝, 타자는 60타석을 넘지 않는 모든 선수를 대상으로 한다(단 해외 프로야구 기구에 소속되었던 선수는 제외). 평생 단 한 번 품에 안을 수 있는 신인 선수상에 대해 기준 범위를 넓히며 다양한 이야기를 탄생시키고 있다. 고교 졸업 후 곧바로 두각을 드러낸 신인 선수에게 ‘고졸 루키’라는 특수성을 부여하기도 하며 ‘신데렐라 스토리’로서 오랜 무명을 이겨낸 신인 선수를 등장시키기도 한다. 물론 신인 선수상이라는 상징성이 농구에 비해 크지 않을 수 있겠지만 스토리 텔링이 가능하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이점이 있다.
프로 스포츠 가운데 유일하게 신인 선수상이 없는 K리그의 경우 최고의 신인에게 ‘영 플레이어상’이라는 특수성을 부여하고 있다. 대학이 아닌 고등학교 졸업 후 프로로 뛰어드는 사례가 더 많아지고 있었던 K리그는 2013년부터 유럽처럼 특정 연령 이하 선수의 기량 발전을 격려하는 의미로 이 상을 신설했다. 자격 조건은 한국 국적의 선수, 만 23세 이하, K리그 출장 햇수 3년 이내, 해당 시즌의 1/2 이상 출전, 기존 영 플레이어상 미수상자로 당시 23세 이하 선수 의무출전 규정이 도입되면서 의미를 더했다. 최고의 신인 선수라는 의미가 짙지는 않지만 젊은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심어줄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그러나 KBL은 물론 10개 구단 모두 현재 신인 선수상에 대한 기준 완화 논의는커녕 단순한 이야기조차 나누지 않고 있다. B구단 관계자는 “눈에 띄는 신인 선수가 없다는 점은 아쉬운 일이다. 다만 현 상황에서 신인 선수상에 대한 기준을 바꾼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 될 것 같다. 아직 어떠한 이야기도 나오지 않았다. 앞으로 드래프트에 나설 어린 선수들 역시 뛰어난 인재가 없다는 평가가 있어 걱정이 된다. 해결해야 하지만 섣불리 나서기 힘든 일이다”라고 말했다. 확실한 신인 선수상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도 작은 논의조차 없었다는 부분은 아쉬울 따름이다.
신인 선수상은 단순히 1년에 한 번씩 주는 그저 그런 상으로 치부되어서는 안 된다. 신인 선수상에 대한 강한 의미부여를 통해 팬들의 관심, 그리고 인기를 끌어올릴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무기로 만들어야 한다. 또 스타 플레이어가 부족해 걱정인 KBL에 있어 반드시 공을 들여야 하는 부분이다. 당장 화려한 신인이 등장하지 않아도 된다. 신인 선수상에 대한 기준에 조금만 여유가 생긴다면 중고 신인의 성공 스토리부터 당당히 프로의 벽을 넘어선 순수 신인의 이야기 등 다양한 화젯거리를 생산해낼 수 있다. 아쉽게도 그런 움직임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사진_문복주, 박상혁, 윤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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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준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