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STREETBALL LEGENDS ONCE UPON A TIME, 한국의 길거리농구 레전드를 찾아서 ② 김건엽

매거진 / 서호민 기자 / 2020-02-20 12: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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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서호민 기자] 오늘날 3x3 무대가 있기까지는 '길거리농구'라 불렸던 '3on3'가 있었다. 여름마다 열리던 각종 대회에서 남다른 클래스를 보였던 그들의 열정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3x3 농구문화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점프볼은 창간 20주년을 맞아 전국 길거리농구대회를 휩쓸던 1세대들을 만나보았다. 20년이 지나 이제는 '마음만 20대'인 아재가 됐지만, 저마다 농구를 향한 애정과 열정은 여전했다. 한국의 길거리농구 레전드를 찾아서 연재물, 두 번째 주인공은 부산 '액션(Action)' 출신의 김건엽 씨다.



김건엽(액션)
세계무대의 벽을 허문 부산사나이들

김건엽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남자다. 과거 액션 소속이었던 그는 한철구, 유창우, 김대욱 등과 함께 팀을 이뤄 초창기 시절 부산 길거리 농구 열풍을 주도했다. 자신들의 영역을 점점 넓힌 액션은 1999년 나이키배 3on3 길거리 농구대회 전국대회 우승을 차지하며 미국 올랜도에서 열리는 세계 길거리 농구대회 'Hoop it up Orlando' 참가 자격을 따냈다.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때부터 "우리의 목표는 1승이 아니다. 절대 기죽지 말고, 우리의 경기력을 보여주자"고 다짐하며 힘을 합친 4명의 부산 사나이들은 이 대회에서 날고 긴다 하는 외국 팀들을 상대로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선보이며 준우승의 기적을 일궈냈다. 당시만 해도 한국은 5대5 농구는 물론 3on3 길거리 농구에서 철저히 변방이었기에 이들이 이러한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저희는 겁이 없었어요. 부산에서 '깡다구' 있게 자랐기 때문에 부산 사나이답게 우리의 플레이를 보여주자고 다짐하고 비행기에 올랐죠. 상대 팀한테 더블 스코어로만 지지 말자는 각오로 나섰던 것 같아요. 예선 첫 경기를 뛰어보니 외국 선수들이 저희보다 높이도 좋고, 팔도 길다 보니 볼도 자주 뺏기고, 1대1 공격만으로 득점을 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꼈죠. 그래서 이건 안 되겠다 싶어서 곧바로 전략을 수정했어요. 스크린 연계 플레이에 이은 킥-아웃+외곽슛에 올인한거죠. 솔직한 말로 모 아니면 도 일수 있는데, 이 전략이 정말 기가 막히게 맞아 떨어졌어요. 빅맨인 한철구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의 슛감이 미친 듯이 터진 거예요. 그야말로 초능력이 발휘된거죠. 그 때 백인 팀은 거의 다 이겼던 것 같아요(웃음)."



이처럼 액션이 연이어 승전보를 울리자, 그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조금씩 달라졌다. 처음 미국 땅을 밟았을 때만 해도 일본인으로 오해 받는 굴욕(?)을 당하기도 했지만, 그들을 응원하는 팬들이 생겨났고, 이를 통해 한국을 더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김건엽은 현지 팬들에 얽힌 일화도 들려줬다.

"처음 미국에 갔을 때는 대부분의 현지 사람들이 저희가 일본인인 줄 많이들 착각했어요. 한국이 어느 대륙에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었던 거죠. 그러다가 저희가 경기를 계속 이기다보니까 현지 사람들도 저희한테 조금씩 관심을 가져주기 시작했어요. 한 번은 8강전에서 남미 팀과 맞붙었는데, 경기 중 터프한 몸싸움이 오가다 보니 그 쪽 팀 친구들과 언쟁이 있었어요. 그런데 현지 관중석에서 경기를 관람하던 흑인 팬들이 직접 나서서 저희를 보호해줬어요. 아마 그 당시만 하더라도 인종차별이 많이 일어났기에 흑인 친구들도 저희를 이해해주고, 보호해줬던 것 같아요. 또, 코트 주변 동네 꼬마 아이들은 저희가 덩크슛과 바스켓 카운트 득점에 성공하면 마치 자기가 코트에 선수가 된 것 마냥 '꼬레, 꼬레'를 외치며 환호해줬던 기억도 나네요. 준우승 한 것도 기뻤지만, 무엇보다 미국 현지 사람들한테 저희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릴 수 있어 참 뿌듯했어요."



그 당시 억압적인 한국의 엘리트 체육 문화로 인해 엘리트 농구부 진학을 두고 망설였던 그는 미국 현지에서 농구로 밥벌이 하는 사람들을 보고 큰 영감을 얻어 과감히 꿈을 포기했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농구선수가 꿈이였지만, 한국 엘리트 체육만의 억압적인 문화 때문에 엘리트 농구부 진학을 두고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러던 중 미국을 가게 됐고, 미국 현지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농구를 즐기면서 일하는 사람들을 보고 큰 영감을 얻게 됐어요. 굳이 선수가 아니더라도 농구로 할 수 있는 일들이 엄청 다양했어요. 물론 그 덕분에 농구는 즐기기만 하기로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있었고요."

#김건엽 프로필
1982년 6월 9일생, 183cm/75kg, 가드, 부산외고-경희대 체육학과
1999년 나이키 부산 3on3 길거리 농구대회 고등부 우승
1999년 나이키 전국 3on3 길거리 농구대회 고등부 우승
1999년 세계 길거리 농구대회 'Hoop it up Orlando' 준우승
2000년 나이키 부산 3on3 길거리 농구대회 고등부 우승
2000년 나이키 전국 3on3 길거리 농구대회 고등부 준우승
2005년 아디다스 부산 3on3 길거리농구대회 대학성인부 우승
2005년 아디다스 전국 3on3 길거리 농구대회 대학성인부 우승

#사진_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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