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농구 레전드 7인의 헌신…“문은 닫히지 않았다”, 실업농구가 지키는 가치

아마추어 / 태백/홍성한 기자 / 2026-06-14 14:5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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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유영주, 전미애, 위명순, 방신실 회장, 박양계, 김화순, 양희연. 실업농구 현장을 지키고 있는 여자농구 레전드들.

[점프볼=태백/홍성한 기자] “조금씩이지만 뭔가 보이는 것 같다.”

실업농구 현장은 방신실 회장을 중심으로 7명의 여자농구 레전드가 지키고 있다. 선수 시절 한국 여자농구를 대표했던 이들은 이제 또 다른 역할을 맡고 있다. 후배들이 더 오래, 더 넓게 농구를 이어갈 수 있는 길을 만들기 위해서다.

2024년 회장직을 맡아 2년째 연맹을 이끌고 있는 방신실 회장은 선수, 지도자, 행정가를 모두 경험한 농구인이다. 1979년부터 1983년까지 여자농구 국가대표로 활약했고, 1982 뉴델리 아시안게임 은메달의 주역 중 한 명이었다. 은퇴 후에도 코치와 경기감독관, 농구협회 부회장 등을 맡으며 꾸준히 현장을 지켜왔다.

12일부터 강원도 태백에서는 김천시청, 대구시청, 서대문구청, 사천시청까지 총 4개 팀이 2026 태백시장배 전국실업농구연맹전을 펼치고 있다.

13일 만난 방신실 회장은 “팀들 전력이 많이 평준화됐다. 네 팀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 무엇보다 다 같이 한마음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게 가장 뿌듯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동시에 걱정도 크다. 여자농구 저변 자체가 예전보다 눈에 띄게 줄었기 때문이다.

방 회장은 “실업농구도 중요하지만, 결국 여자농구 전체를 봐야 한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팀들이 많아야 밑에서 계속 올라온다”며 “예전과 비교하면 지금은 차이가 너무 크다. 서울만 봐도 고등학교 팀이 세 팀뿐이라는 게 너무 안타깝다”라고 했다.

그래서 그는 단순히 실업 무대 운영에만 머물지 않는다. 직접 저변 확대를 위한 움직임도 이어가고 있다.

방신실 회장은 “작년에 태백시장님께 부탁해서 초등학생 대회를 만들었다. 작년에 1회를 했고, 올해가 2회다. 자금이 넉넉한 상황은 아니지만 조금씩 아껴서 어린 선수들 줄 장학금도 만들었다. 이렇게 라도 계속 올라올 수 있도록 돕고 싶다"라고 말했다. 

 


방신실 회장은 이어 이 모든 과정은 혼자만의 힘으로 이뤄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의 곁에는 많은 선후배들이 함께하고 있다.

“이건 나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예전에 대표팀에서 함께 뛰었던 선배들, 지금 60세가 넘은 사람들이 다시 모여 후배들을 위해 힘을 보태고 있다. 그게 참 뿌듯하고 감사한 마음”이라고 이야기했다.

실업농구는 단순히 대회를 치르는 공간이 아니다. 프로에 진출하지 못한 선수들, 대학 졸업 후 진로가 막힌 선수들에게 또 하나의 기회를 주는 무대다. 동시에 다시 프로에 도전할 수 있는 발판이자, 여자농구 전체 선수층을 유지하고 넓혀가는 중요한 버팀목이기도 하다.

방신실 회장은 “프로는 지금 6개 팀뿐이다. 앞으로 한두 팀 더 늘어나면 더 좋겠지만, 당장 쉽지 않다. 그렇다면 여기서 잘하는 선수들이 다시 프로로 갈 수도 있어야 하고, 프로에 가지 못한 선수들이 여기 와서 계속 훈련하고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항상 문이 열려 있다. 좋은 선수든 조금 부족한 선수든 와서 계속 운동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라고 힘줘 말했다.

실업농구를 지키기 위한 환경 개선도 조금씩 이뤄지고 있다. 이번 대회가 열린 태백시 역시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밝혔다.

방 회장은 “오늘(13일)도 태백시장님이 겨울 대회 개최와 지원 확대를 이야기해주셨다. 상금 규모도 더 키우고, 훈련할 수 있는 환경도 만들어주겠다고 하셨다. 서울은 겨울에 훈련 환경이 쉽지 않다. 태백에서 체육관과 숙소 등까지 지원해 주신다면 중고등학교 선수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라고 기대했다.



끝으로 방신실 회장은 조심스럽지만 희망을 이야기했다.

“조금씩이지만 뭔가 보이는 것 같다.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들이 생기고, 도와주겠다는 손길도 늘고 있다. 그렇게 하나씩 쌓이다 보면 여자농구도, 실업농구도 더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믿는다.”

실업농구는 단순히 경기를 치르는 공간이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꿈을 이어가는 무대이고, 누군가에게는 다시 시작할 기회의 장이다. 그리고 그 무대를 지키기 위해 여자농구의 레전드들은 오늘도 코트 곁을 떠나지 않고 있다.

#사진_정지욱, 홍성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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