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욱의 스토리텔러] '이번만큼은...' 국가대표 100경기, 이승현에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 국제대회 / 정지욱 기자 / 2026-09-17 12:57:58

2026년 9월 16일 나고야-아아치 아시안게임 대한민국과 요르단의 남자농구 8강전.
한국남자농구대표팀의 주장 이승현에게는 국가대표로서만 100번째 치르는 의미있는 경기였다.
축구에서였다면 ‘센츄리클럽(FIFA가 공식 인정하는 A매치 100경기 이상 출전한 선수 그룹)’에 들어갔다며 주목을 받겠지만, 농구는 대표팀 경기 수를 별도로 집계해오지 않았다. 실제로도 대한민국농구협회에서는 1950~1960년대 기록이 전산화되지 않았다. 때문에 이승현의 대표팀 100경기 출전이 역대 몇 번째인지조차 알 수 없다.
확실한 것은 농구대표팀 100경기는 축구대표팀 100경기 출전보다 어렵다. 축구처럼 월드컵을 매번 나가서 경기를 하는 것도, 매달 평가전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축구에 비해 부상도 잦은 종목이라 오랜 기간 대표팀에 걸맞은 퍼포먼스를 유지하기도 쉽지 않다. 그렇기에 이승현의 100경기는 더 의미가 크다.
“어릴 때부터 농구선수라면 누구나 국가대표가 되는게 꿈이잖아요. 저도 그랬어요. 처음 국가대표에 뽑힌 순간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해요. 양동근, 문태종, 김주성, 오세근 같은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 한 팀이 되는게 얼마나 설레는 일이었는데요.”
“2014년 아시안게임 때 대표팀에서 훈련을 하다가 최종 명단에 들지 못했어요. 선수촌을 떠나던 날 유재학 감독님이 제게 ‘외곽슛을 장착하면 더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고 계속 대표팀을 할 수 있을 거다’라고 조언해 주셨어요. 그 말이 동기부여가 되어 제 강점을 유지하면서 슛 거리를 늘렸고 진짜로 오랜기간 국가대표를 하고 있어요. 이렇게 오래할 줄은 몰랐지만...”
이승현은 자신의 100번째 대표팀 경기에서 8분만 뛰고도 8점 1리바운드 2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한국은 요르단에 114-80로 완승을 거두고 4강에 진출했다.

이승현으로서는 모처럼 여유있게 후배들의 활약을 지켜본 경기다. 한국은 예선 3경기에서 3연승을 올리며 토너먼트에 올랐지만, 빅맨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가뜩이나 빅맨이 부족한 상황에서 여준석마저 부상으로 이탈해한 상태였다. 이승현은 장재석과 함께 상대 장신 센터들을 온몸으로 막았고 후배들의 득점을 위해 부지런히 스크린을 걸면서 팀 승리를 도왔다.
8강부터 숨통이 트였다. 여준석이 부상에서 복귀했고 G리그 트라이아웃 참가로 예선을 뛰지 못했던 최준용이 합류하면서 한국은 빅맨 가용 자원이 늘었다. 게다가 경기 초반부터 리드를 잡은 탓에 이승현은 짧은 시간만 뛰어도 충분했다.
예상보다 손쉬운 승리였지만, 아직 끝이 아니다. 목표로 했던 금메달 획득을 위해서는 2승이 필요하다. 세상에 그냥 얻어지는 것은 없다. 상대가 누가 됐건 금메달로 가는 길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이승현은 알고 있다.
그는 대표팀 생활을 하면서 앞선 두 차례 아시안게임(2018년, 2023년)에 출전했다. 이번이 세번째 아시안게임 출전이다. 그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동메달, 2023 항저우대회에서는 8강 탈락의 아픔을 겪은 바 있다. 항저우 대회는 한국농구 역사상 아시안게임 최악의 성적이었다. 이승현은 이번만큼은 꼭 아시안게임의 마지막을 승리로 장식하고자 한다.
“제가 대표팀을 오래했지만, 사실 성과가 좋지 않았어요. 영광의 순간보다는 참사가 진짜 많았죠. 그래서 이번 아시안게임만큼은 꼭 금메달을 따고 싶어요. 국가대표 선수로 우승하는 것은 프로에서 우승하는 것과 비교할 수 없는 경험일 것 같아요. 아마 (최)준용이나 (장)재석이 형도 같은 생각일거에요. 게다가 (이)현중이, (여)준석이를 비롯한 후배들의 미래가 달려있는 중요한 시간이기도 하고요. 꼭 금메달 따서 돌아가겠습니다. 많이 응원해주세요.”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은 18일 오후 4시 결승으로 가는 길목에서 이란을 만난다.
사진=점프볼 사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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