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NCAA 감독들의 NBA 잔혹사, 왜 반복되나

매거진 / 김윤호 기자 / 2020-03-10 12: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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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김윤호 칼럼니스트] KBL에서는 과거 김상준 감독이 중앙대에서 서울 삼성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프로의 쓴맛을 보고 물러난 바 있다. 연세대 농구의 전성기를 이끈 최희암 감독 역시 인천 전자랜드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감독 경력이 오래된 대학농구 감독들에게도 프로농구 감독 자리는 그만큼 일하기 어려운 직장이다. NBA 역시 NCAA에서 잔뼈가 굵은 감독들에게는 혹독한 무대다.

NCAA 감독들의 위치

우선 NBA 감독과 NCAA 감독의 차이를 인지할 필요가 있다. 감독 직함은 같아도 위치가 상당히 다르기 때문이다. NBA 팀들의 감독은 말 그대로 감독 업무에 충실한다. 전술 코칭, 선수단과의 소통 등 선수단을 이끄는 감독의 본분만 잘하면 된다. 경기 외적인 실무는 GM(General Manager · 통칭 단장)이 총괄하기 때문에, 감독은 경기 외의 업무에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다.

하지만 NCAA 감독들은 다르다. 대학농구 감독들은 경기의 코칭은 물론, 선수 리쿠르팅을 포함한 농구부 운영 전반에 관여해야 한다. 대학교 농구부에서 각 실무를 맡아보는 담당자는 있지만, 그 업무를 총괄하는 사람은 감독이다. 경기 내외의 농구부 운영을 이끄는 일을 하기 때문에, 감독보다는 차라리 감독 겸 단장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겠다. 일의 규모, 책임이 큰 만큼 연봉은 웬만한 NBA 감독들 이상으로 받는다.

장점과 단점이 모두 존재한다. NBA 감독은 성적 압박을 수없이 받지만 코칭에 집중할 수 있어서 성적 외 압박은 받지 않는다. 반면 대학농구 감독들은 사실상 감독과 단장 업무를 모두 수행하기 때문에 선수 리쿠르팅 성과, 선수의 학점 등에 이르기까지 신경써야 할 부분이 너무 많다. 성적에 대한 압박은 NBA 감독들보다 덜 받지만, 농구부 운영 과정에 발생하는 스트레스는 더 크다.

그러다 보니 결정적으로 발생하는 차이는 선수들과의 소통이다. NBA에서는 감독이나 선수 모두 구단 프론트와 계약한 입장이기 때문에 동등한 위치에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대학 감독들은 학생 선수들을 제자처럼 대하기 때문에, 상하 관계가 존재한다. 감독의 말을 철저히 따라야 하는 상명하복 체제다. 이러한 소통에 익숙한 대학농구 감독들이 NBA에 가면 선수단 장악부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릭 피티노가 만든 선례

NCAA 감독들이 NBA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중론이 퍼진 계기는 바로 릭 피티노의 실패다. 켄터키 대학을 1996년 NCAA 챔피언, 1997년 NCAA 준우승으로 이끌었던 피티노 감독은 1997년 5월에 보스턴 셀틱스 감독으로 부임했는데, 당시 감독은 물론 구단 운영에 대한 전권까지 부여받는 파격적 조건을 받았다. 피티노는 켄터키 대학의 우승을 이끌었던 제자인 앤트완 워커, 월터 맥카시 등과 함께 보스턴의 리빌딩에 나섰지만 3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고, 성적도 신통치 않았다.

켄터키 대학 시절에 펼쳤던 압박 수비 전술을 NBA에도 똑같이 적용했는데, 그의 전술은 많은 운동량과 높은 체력을 요구했다. 경기 수가 대학농구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NBA에서는 통할 가능성이 낮을 수밖에 없었고, 자연히 선수들의 불만이 많았다. 게다가 피티노는 NBA 선수들을 학생처럼 대했다. 선수들을 강압적으로 대하는 그의 스타일에 앤트완 워커를 포함한 대학 제자들도 불만을 품었고 심지어 1997년에 데뷔했던 쳔시 빌럽스는 피티노와 갈등을 빚다가 시즌 중에 토론토 랩터스로 트레이드되기도 했다.

결국 성적도 못 내고 선수들과의 갈등만 커졌던 피티노는 2000-2001시즌 중에 사임했다. 공교롭게도 보스턴은 그 다음 시즌에 폴 피어스, 앤트완 워커를 중심으로 뭉치며 플레이오프에 올랐으니, 피티노의 실패가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었다. NCAA 무대를 평정했던 피티노가 처참하게 실패하면서, 대학농구 감독들이 NBA에서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크게 퍼졌다.

마침 동 시대에 존 칼리파리 감독도 뉴저지 네츠 감독으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멤피스 대학으로 돌아갔는데, 이로 인해 NCAA 출신 감독들은 더욱 NBA 감독직을 기피하기 시작했다. 듀크 대학의 마이크 슈셉스키 감독도 여러 차례 NBA 감독직 제안을 받았지만, 모두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수를 반복한 존 빌라인

이러한 피티노의 전철을 최근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존 빌라인 감독이 그대로 밟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무려 5년 계약으로 캐벌리어스 감독을 맡았는데, 팀의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한 상황에서 어린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려야 하는 중책이었다. 웨스트 버지니아, 미시간 대학 등의 감독을 맡으면서 1~2학년 선수 육성 능력을 인정받았던 빌라인 감독을 신뢰한 결과였다.

하지만 27년간 대학 농구 감독을 수행했던 빌라인 감독이 갑자기 NBA 선수들을 부드럽게 대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대학에서는 감독에게 정면으로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있는 선수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NBA에서는 한 팀의 12명 모두가 대학 시절 한가닥 했던 선수들이다. 감독의 말을 그대로 고분고분 따라가는 선수는 없다. 강압적인 의사소통 방식은 반발심만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빌라인 감독은 콜린 섹스턴, 다리우스 갈란드 같은 어린 선수들은 물론이고, 케빈 러브와 같은 베테랑 선수들도 대학 선수처럼 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선수들을 자신의 전술에 끼워 맞추려는 모습까지 보이면서 선수들의 반발을 샀다. 빌라인 감독은 끝내 선수들을 설득하지 못하고 계속 강압적인 태도를 고수했다. 심지어 라커룸 회의 도중에 화를 참지 못하고, 선수들을 비하하는 발언을 하면서 선수들과의 관계가 악화됐다. 이에 선수들은 버스 안에서 빌라인 감독을 조롱하는 음악을 틀어놓는 등 선수단 내 분위기는 최악으로 다다랐다.

대학에서는 이렇게 선수단 분위기가 악화되면 상황에서 일반적으로 감독 편을 들어주지만, NBA에서는 그 책임을 감독에게 묻는다. 더구나 동부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클리블랜드의 현 상황을 볼 때, 빌라인 감독이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결국 빌라인 감독은 선수단 장악 실패,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진 채, 1시즌도 버티지 못하고 물러났다.

물론 선수단 운영 계획 부족, 드래프트의 실책 등의 사안을 감안할 때, 코비 알트만 단장을 포함한 구단 프론트에게도 잘못이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빌라인 감독이 피티노의 전철을 밟으면서, 대학 감독들의 실패 사례를 그대로 보여줬다는 점도 사실이다. 본인이 상대하는 선수들이 대학 선수가 아닌 NBA 선수라는 점을 확실히 인지하지 못한 탓이다.

브래드 스티븐스, 빌리 도노번의 교훈



위의 실패 사례에서 볼 때, NCAA 감독에서 NBA 감독으로 안착한 몇 안 되는 감독인 브래드 스티븐스, 빌리 도노번의 사례는 모두가 참고할 필요가 있다. 두 사람 모두 부임 초창기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스티븐스는 7시즌째, 도노번은 5시즌 째 한 팀에서 자리를 잡는 성과를 보였다. 두 사람 모두 선수단 운영에 의견을 많이 내지 않는 편이다. 본인이 직접 나서서 선수단을 장악하려고 힘을 쓰지 않는다.

보스턴의 경우 브래드 스티븐스 감독이 직접 나서기 보다는 마커스 스마트가 선수단 분위기를 잡는 보컬 리더 역할을 하고 있으며, 대니 에인지의 GM 실무에 스티븐스가 개입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또한 전술에서도 자율성을 부여하는 편이다. 대학 농구의 감독들은 정해진 전술에 선수들을 어떻게든 맞추려 하지만, NBA에서 그렇게 전술을 구성하면 성과를 낼 수 없다.

선수의 역량을 끌어낼 수 있도록 세팅하는 것이 우선이며, 전술의 세부적인 부분은 선수들끼리 스스로 맞춰가는 것이 순리다. 스티븐스 감독과 도노번 감독은 그러한 순리를 지켰고, 덕분에 본인의 임기와 성적을 모두 잡을 수 있었다. 대학 감독들이 NBA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면, 잔혹사를 피하고 싶다면 두 사람의 사례를 따라갈 필요가 있다. 선수들을 동일한 위치로 인정하고, 코칭에 집중하는 것. 그것만이 대학 감독들의 NBA 잔혹사를 피하는 첫 번째 단계라 할 수 있다.

#사진_ NBA 미디어센트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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