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리픽12] ‘일구일생, 일구일사’ 간절함 전한 변기훈 “생사의 기로에 섰다”
- 프로농구 / 민준구 / 2019-08-15 02:19:00

[점프볼=민준구 기자] “일구일생, 일구일사(一球一生, 一球一死).” 공 하나에 살고, 공 하나에 죽는다. 어쩌면 야구에 더 어울리는 이 말은 현재 한 남자의 가슴 속에 깊이 박혀 있다. 그는 야구 선수가 아니다. 28m의 코트를 달리며 슛 하나에 죽고 살아야 하는 ‘슈터’ 변기훈이다.
SK에서 가장 앞선 수비를 잘했던 남자, 3점슛 기회를 가장 잘 살렸던 남자는 단연 변기훈이었다.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듯 코트를 부지런히 뛰어다녔고, 득점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두 시즌은 변기훈에게 있어 악몽과도 같았다. 크고 작은 부상들이 발목을 잡았고, 장기인 수비와 3점슛 모두 평가절하되고 말았다. 결국 D-리그로 쫓겨나듯 떠났던 그는 전력 외라는 혹독한 평가까지 받아야만 했다.
그러나 변기훈의 반전 드라마는 아직 시나리오도 작성되지 않았다. 아니, 시나리오가 쓰여 지고 있다. 독기를 품은 2019년 여름, 그의 눈빛은 마치 한 마리의 사자와 같았다.
14일 경기도 양지 SK체육관에서 만난 변기훈은 웃음기 없이 2시간에 걸친 오후 훈련을 진지하게 소화했다. 지난 2년의 부진을 잊고 예전의 ‘변기훈’으로 돌아오기 위한 노력의 하나였다.
변기훈은 “지난 2년에 비해 올해는 컨디션이 너무 좋다. 아픈 곳도 없고, 훈련하는 시간이 너무 즐겁다. 사실 다가오는 2019-2020시즌이 내게 있어 생사의 기로와도 같다. 그동안 너무 부진했고, 설 자리를 조금씩 잃어갔다. 만회 정도가 아닌 다시 내 역할, 내 자리를 찾기 위해선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절실함을 보였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부진의 늪. 별다른 이유도 없었던 그의 깊은 부진은 SK는 물론 문경은 감독의 고민을 낳게 했다. 이에 변기훈은 “자책을 많이 했다. 2년의 시간을 돌이켜보면서 자존심도 상했고, 자괴감도 들었다. 개인적으로 너무 힘든 시간이었던 것 같다. 신인은 아니지만, 신인 때처럼 악착같이 뛰는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이제는 증명해 보일 때다”라고 이야기했다.
오랜 시간을 복기하면서 변기훈이 깨달은 건 단 하나, 바로 수비였다. 사실 슈터로 평가받고 있는 변기훈의 최대 장점은 바로 수비였다. 포지션 대비 평범한 신체 조건에도 변기훈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3점슛이 아닌 ‘거머리 수비’였던 것이다.
“처음 내가 코트에 설 수 있었던 이유는 수비였다. 수비에 집중했고, 조금씩 통하면서 출전 시간이 늘어났다. 그러다 보니 슛을 던질 기회가 생겼고, 정확도도 높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태해진 느낌이 들더라. 수비보다는 3점슛에 치중하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내 가치를 점점 잃어갔다. 이제야 그걸 깨달은 것 같다. 내가 다시 일어서기 위해선 공격에 대한 고집보다는 수비를 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렇다고 공격을 소홀히 해선 안 된다. 슛 하나에 죽고 사는 자세로 나서겠다.”

새로운 마음가짐은 변기훈에 대한 평가를 180도 달라지게 했다. 문경은 감독은 “변기훈이 정말 좋아졌다. 지난 KT와의 연습경기에서도 30분 이상 출전 시간을 보장했는데 괜찮았다. 이 모습만 그대로 유지해준다면 시즌 때 잘 활용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김기만 코치 역시 “지난 2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좋아졌다. 이번에는 한 번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고 동의했다.
하지만 국내 연습경기로만 판단할 수 없는 문제다. 진정한 시험무대는 경쟁력이 높은 터리픽12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아직 문경은 감독은 마카오로 데리고 갈 11명의 국내선수를 정하지 못했다. 하나, 큰 이변이 없다면 변기훈의 자리는 있을 터. 변기훈은 “터리픽12에 갈 수 있다면 좋은 기회를 잡은 거라고 생각한다. 1차적인 목표로는 터리픽12에 출전하는 것, 그리고 2차적으로는 나의 장점을 살려서 팀을 돕는 것이다. 부담은 전혀 없다. 국가대표로 차출된 선수들도 들어오고 외국선수들도 오기 때문에 제대로 맞춰보는 첫 시간이다. 그때 뛸 수 있다면 어느 정도 인정받고 있다는 것 아닐까”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끝으로 변기훈은 자신의 마음을 다시 잡아준 임동기 멘탈 트레이너에게 진한 고마움을 전했다.
“주변에서 정말 많은 도움을 주셔서 마음을 다시 잡고 제대로 운동할 수 있었다. 그 누구보다 임동기 멘탈 트레이너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항상 긍정적인 부분을 이야기해줬고, 심리적인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줬다. 그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정말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
# 사진_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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