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지 않아도…, 이정현의 ’허허실실‘
- 프로농구 / 김종수 / 2021-11-27 21:49:49

끊임없이 코트를 왕복하며 경기를 하는 종목의 특성상 농구라는 스포츠에서 기동성은 필수다. 다른 부분이 아무리 뛰어나도 스피드에서 경쟁력이 떨어지게 되면 여러모로 힘들다. 느린 선수들은 제약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다. 물론 농구 선수에게 느리다는 단어는 안어울릴 수도 있겠지만 일반적인 기준이 아닌 선수간 비교다. 선수 사이에서 느린축에 끼게되면 족쇄를 채운 듯 다른 부분에까지 약영향이 가게 된다.
특히 가드는 ’스피드로 먹고 살아야 한다.‘는 말이 있을 만큼 기동성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빅맨같은 경우도 김주성, 김종규같이 기동성이 좋은 선수가 유리하기는하다. 대부분 빠른 선수들이 운동신경도 좋다. 장신이 빠르게 뛴다는 자체만으로 상대팀에서는 큰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표적으로 함지훈같은 경우에서도 알 수 있듯이 BQ, 테크닉, 준수한 슈팅력 등을 갖추고 몸싸움에서 어느 정도 강점을 가져가면 부족한 부분이 상쇄되기도한다. 아무래도 포스트 인근에서 주로 활동하는지라 더욱 그렇기도하다. 3번, 4번을 오가는 김동욱 역시도 불혹을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다른 부분에서 빼어난 기량을 선보이며 스피드의 부족함을 잘 메워나가고 있다.
이와는 달리 가드 포지션에서 느리다는 것은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빅맨같은 경우 골밑 몸싸움에서 자신의 몫을 해주고 어느 정도 팀전술을 따라갈 정도만되도 백업으로 코트에 나서는게 가능해진다. 하지만 코트 전체를 주무대로 하는 가드는 다르다. 포인트가드는 팀원들의 모든 움직임에 관여하는 지휘자다. 본인이 스피드가 떨어지면 기본적인 리딩이 힘들다. 슈팅가드 역시 1번을 도와가며 여러 역할에 참여하는 것을 비롯 공격시 부지런히 움직이며 오프 더 볼 무브를 가져가야하는데 기동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원활한 임무수행 자체가 어려워진다.
무엇보다 대부분 가드는 기본적으로 빠른 선수가 워낙 많은지라 본인이 느릴 경우 매치업시 수비 자체가 버거워진다. 앞선에서 흔들리면 팀 전체 수비에도 악영향이 크다. 때문에 백업 빅맨이 몸싸움만 잘해도 어느 정도 출장 시간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스피드가 좋고 부지런한 가드는 벤치 멤버로라도 중용받을 수 있다. 오픈샷을 안정적으로 넣어줄 수 있는 슈팅력도 갖춘다면 금상첨화다. 하지만 그 백업가드보다 전체적인 기술이 조금 나아도 발이 느려버리면 감독은 쓰임새에 있어 주저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상당수 선수들이 그부분에 발목이 묶이며 본인이 잘하는 특기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채 잊혀져갔다.

그런점에서 전주 KCC 이지스 베테랑 슈팅가드 이정현(34·191㎝)은 흔치않은 케이스다. 그는 한창때에도 폭발적으로 빠르지 않았을뿐더러 노장이 된 지금은 예전에 비해 현격하게 스피드, 운동능력이 다운된 것이 사실이다. 특히 수비적인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기 시작한 것은 한참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공격 생산성으로 수비의 아쉬움을 털어버리는 정말 몇안되는 선수중 하나다. 본인이 다양한 방식으로 득점을 올리기도하고 동료를 이용하는 능력도 수준급이다. 상대를 따라가는 수비가 약해져 이부분에서 아쉬움을 많이 지적받고있지만 기본적으로 수비 이해도가 좋고 손질을 잘해 패스길 끊어먹기, 스틸 등을 잘하고 몸싸움도 어느정도 되는지라 완전한 구멍까지는 아니다.
ES스포츠나눔 사회적협동조합 조성훈(48‧185cm) 독립농구단/유소년 엘리트 총감독은 “많은 이들에게 인정받았던 선배들 같은 경우 상황에 맞게 템포 조절을 정말 잘했다. 무조건 경기내내 뛰어다니는게 아닌 때론 여유있게 때론 격렬하게, 본인의 체력안배까지 해가면서 플레이했던지라 후반에도 경기력을 유지한채 상대를 위협하는 것을 많이보았다. 물론 이런 플레이가 하고싶다고 무조건 할 수 있는게 아니다. 정말 똑똑하고 노련해야되는지라 능수능란하게 되는 선수가 드문데 그 가운데 한명이 이정현인 것 같다”고 말했다.
더불어 “베테랑이 될수록 안정적인 슈팅이 필요하다. 슈팅력이 떨어질 경우 젊고 빠른 선수가 어느정도 거리를 두고 수비를 하게되면 할게 많이 없어져버린다. 이정현같은 경우 슛이 좋은지라 이를 의식안할 수 없고 돌파, 패싱플레이 등이 유기적으로 펼쳐져 수비하는 상대의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거기에 꾸준히 에이스로 활약해온 선수들은 중요한 순간 겁을 먹기보다는 내가 해야한다는 마음이 강해지는데 이정현이 바로 그렇다”는 말로 녹슬지않는 활약을 설명했다.
전장에서 상대의 수를 훤히 읽어가며 설렁설렁 맞춰나가다 결정적 순간에 허를 찌르는 노련한 장수나 전략가를 가리켜 ’허허실실‘의 경기에 올랐다고 말하고는 한다. 이정현의 플레이를 보고있노라면 흡사 그런 이미지가 연상된다. 그는 현재 토종원투펀치의 한축을 이뤘던 송교창의 예상치못했던 부상으로인해 어깨가 무거워진 상태다.
이전까지만해도 수비의 아쉬움 등을 들어 출장시간이 많지않냐는 지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어쩔 수 없이 늘어나게 됐다. 지난 시즌 호성적을 이끌었던 송교창도, 타일러 데이비스도 없는지라 공격에서만큼은 이정현의 ’북치고 장구치고‘에 의지할 수밖에 없어졌다. 이정현의 ’허허실실‘이 올시즌 KCC를 어디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글 / 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 / 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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