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과 팀의 조화, 승리의 스위치를 켜라

프로농구 / 김종수 / 2021-12-12 01: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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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에서 외국인선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역대 우승팀을 살펴봐도 빼어난 외국인선수의 존재없이 우승을 차지한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야구, 축구 등 다른 스포츠도 외국인선수의 비중을 무시할 수 없겠지만 선수 비율, 종목의 차이까지 감안했을 때 농구는 그야말로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어지간한 토종 에이스도 냉정한 상대 비교에서 외국인선수의 존재감을 뛰어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올시즌 역시 각팀별로 서서히 외국인 교체가 이뤄지고있는 모습이다. 부상, 기량미달 등 이유도 여러 가지다. 교체를 고려중인 팀도 여럿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외국인선수를 뽑는데 있어 첫 번째 요소는 기량이다. 말 그대로 호불호가 안갈릴 만큼 잘해버리면 할말이 없다. 지난 시즌 개막전부터 일찌감치 우승후보로 꼽혔음에도 예상을 깨고 중상위권에서 고전하던 KGC 인삼공사를 단숨에 무적의 팀으로 만들어버린 대체 외인 자레드 설린저(28·206cm)가 대표적이다.

 

설린저는 개인 기량도 최고 수준인데다 팀원과 함께하는 농구까지 펼칠 수 있어 짧은 시간에 생태계 파괴자로 악명을 떨쳤다. KGC는 유독 외국인선수를 잘뽑기로 유명하다. 설린저라는 역대 최고 수준의 외인 외에도 과거 단테 존스(46·194.7cm)라는 특급 테크니션을 뽑아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존스는 설린저만큼은 아니지만 본인이 의식적으로 동료들과 함께하려 노력했고 분위기 메이커까지 자처하며 소속팀 KGC를 화제의 중심에 서게 만든바 있다. 전주 KCC 역대 최고의 외국인선수로 꼽히는 찰스 민랜드(48‧195cm) 역시 뛰어난 기량과 더불어 성숙한 멘탈까지 보여주며 소속팀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기량+팀 플레이+멘탈 등에서 두루 좋은 모습을 보이며 존재 자체로 팀을 강하게 만들어버리는 외국인선수가 아닌 이상은 팀과의 조화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소속팀과의 궁합에 따라 서로간 시너지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 팀도 잘돌아가고 외국인선수도 자신의 능력을 잘 발휘할 수 있어 서로간 신바람을 낼 수 있다. 빠르게 달리는 농구를 펼치는 팀에는 잘달리는 외인이 최고이고 골밑이 약한 팀에는 듬직한 센터가 딱이다. KGC 육상부의 핵심으로 맹활약했던 캘빈 워너(41·196.5cm)와 지난 시즌 KCC의 예상밖 정규리그 우승에 큰 공헌을 했던 클래식 센터 타일러 데이비스(24‧208㎝)가 대표적이다.

 

이같은 조화의 중요성은 그간의 프로농구 역사를 봐도 많은 예를 찾아볼 수 있다. 원년 우승팀 기아 엔터프라이즈는 출범 당시부터 허재, 강동희, 김영만으로 이어지는 막강한 ‘허동만 트리오’를 보유하고 있었다. 문제는 골밑이었다. 한시대를 풍미한 국가대표 센터 김유택은 노쇠화로 인해 서서히 저무는 해였다. 이에 기아는 ‘빅맨+테크니션’으로 뽑던 대다수 팀과 달리 단신외인마저 골밑 플레이에 강점을 가진 클리프 리드(50‧190.4cm)를 뽑아 ‘트윈타워’를 형성했고 공수에서 빈틈없는 전력을 만들어냈다.

 

프로원년 약체로 평가됐던 나래가 강호 기아의 상대로 챔피언결정전까지 진출할 것으로 예상한 이들은 거의 없었다. 슈터 정인교 정도를 빼고는 주목받는 국내 선수가 없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하지만 내외곽에서 전천후로 뛸 수 있는 테크니션 빅맨 제이슨 윌리포드(48‧194.4cm)에 득점머신 칼레이 해리스(188㎝)가 원투펀치로 펄펄 날며 아예 다른팀을 만들어버렸다. 정인교는 슛은 정확했지만 직접 득점을 만들어내거나 기동력이 좋은 스타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두 외국인선수로 인해 만들어진 빈 공간에서 특유의 고감도 슛을 마음껏 쏘아대며 자신의 능력치를 최대한 끌어낼 수 있었다는 평가다.

 

현대 시절 KCC 역시 기아와 비슷했다. 이상민, 조성원, 추승균의 ‘이조추 트리오’로 인해 1~3번의 조합과 밸런스는 매우 좋았다. 이에 기아 시절 클리프 리드가 그랬던 것처럼 단신 외인마저 골밑에서 위력을 뽐낼 수 있는 조니 맥도웰(50‧194cm)을 선택함에 따라 정상급 밸런스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이충희 감독이 이끌던 LG같은 경우 신생팀으로 정규리그 2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거기에는 일대일 마스터 버나드 블런트(50‧188cm)의 역할이 컸다. 당시 LG는 양희승 정도를 제외하고는 위력적인 토종 득점원이 없었다. 그런 양희승 마저도 잦은 부상으로 빠지기 일쑤였다. 이에 이감독은 버나드 블런트의 일대일 공격을 선봉에 세웠다. 프리롤로 블런트에게 대다수의 공격을 맡기고 나머지 선수들은 일대일을 펼칠 공간을 열어주거나 거기서 파생되는 패스를 받아먹었다. 대신 토종 선수들은 수비시에 에너지를 쏟아내며 축구로 따지면 ‘이탈리아식(?) 전법’을 펼쳤다. 만약 블런트가 득점력 좋은 국내선수가 다수 포진된 팀에서 뛰었다면 LG 시절처럼 펄펄날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첫 우승을 차지할 당시 SK 또한 베스트5의 조합이 매우 좋았다. 서장훈, 현주엽이라는 두명의 골리앗을 데리고도 고전을 면치못했던 SK는 다음 시즌에 결단을 내린다. 신인드래프트에서 당시 가장 주목받던 1번 황성인을 뽑고 현주엽은 슈터 조상현과 맞바꾼다. 이름값보다는 밸런스를 택한 결정으로 여기에는 외국인선수와의 조화도 영향을 끼쳤다.

 

당시 외국인 드래프트 최고의 센터는 단연 로렌조 홀이었다. 하지만 최인선 감독은 홀을 재키 존스(54‧202cm)와 맞트레이드했다. 서장훈이라는 걸출한 토종 센터가 있었던지라 정통 센터 스타일보다는 내외곽을 넘나들며 활약해줄 수 있는 기동성있는 재키 존스가 더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선수 자체의 파괴력만 놓고보면 홀이 더 나을 수도 있었으나 SK와의 궁합은 단연 존스였다. 거기에 수비와 리딩능력을 겸비한 로데릭 하니발(49‧193cm)을 단신 외국인선수로 뽑아 루키 가드 황성인의 부담을 덜어주었다. 골밑과 앞선을 모두 보강할 수 있었던 훌륭한 외인조합이었다.

 

김진 감독 역시 오리온 첫 우승 당시 외국인선수를 정말 잘 선택했다. 당시 드래프트에서 최고의 선수로 꼽히던 외인은 여러 리그를 통해 검증된 안드레 페리였다. 하지만 김감독의 선택은 젊고 패기넘치던 마르커스 힉스(43‧196.5cm)였다. 힉스와 페리중 누가 낫다고 평가하기는 지금의 시선으로봐도 판단이 어렵지만 김감독은 신인 포인트가드 김승현과 호흡을 맞출 파트너로 베테랑 페리보다 함께 에너지레벨을 뽐내주며 잘달릴 수 있는 젊은피 힉스가 낫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힉스는 넘치는 운동신경을 앞세워 김승현의 패스를 득점으로 잘 연결해주며 환상의 콤비로 활약했다. 거기에 묵묵하게 골밑에서 수비하고 리바운드를 잡아줄 수 있는 라이언 페리맨(45‧198.7cm)까지, 화려하고 실속있는 환상의 ‘빅3’가 완성되었다. 실제로 힉스는 임팩트가 워낙 커서 그렇지 역대급 기량을 가진 외인까지는 아니었다. 안드레 페리, 퍼넬 페리 등 당시 잘했던 외인들과 팽팽한 기량이었다.

 

기술자로 유명했던 리온 트리밍햄(50‧195cm)과의 맞대결에서는 그야말로 영혼까지 탈탈털리는 굴욕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패스 마스터 김승현에게 힉스는 최고의 파트너였다. 김승현과 힉스의 시너지는 이후 피트 마이클(43‧193.8cm)을 보면 더더욱 잘 알 수 있다. 마이클은 순수하게 득점 생산능력만 놓고보면 역대 최고로 놓아도 무리가 없는 선수다. 하지만 당시 오리온은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엄청난 스피드와 운동능력을 앞세운 마이클은 득점력 하나만큼은 당대 최고 수준이었다. 그래서였을까. 그는 동료들과의 호흡을 크게 중요시하지않았다. 공을 손에 쥐기 무섭게 혼자 달려나가 상대 골밑으로 돌격하거나 슛을 던져버리기 일쑤였다. 마이클은 분명 위력적이었지만 팀 오리온은 강해지기 어려운 구조였다. 당시 오리온의 최고 장점인 김승현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최고의 1번과 득점원이 따로 놀았다. 차라리 블런트 시절의 LG처럼 혼자 북치고 장구칠 수 있는 팀에 마이클이 있었다면 더 나았을지도 모를일이다.

 

2004~05시즌 전창진 감독은 TG삼보 시절 잘하고있던 외인 가드 처드니 그레이를 후반에 아비 스토리(44‧192.4cm)로 바꾸며 우려를 샀다. 보통 잘나가는 팀은 변화를 주지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대성공이었다. 1번 신기성의 부담은 좀 더 가중되었으나 스토리가 상대 외인 포워드를 막아줌에 따라 김주성이 날개를 달고 전천후로 활동영역을 넓히게 되었고 양경민도 신장과 파워를 앞세워 앞선에서부터 상대 가드진을 압박했다. 결과는 우승으로 이어졌다.

 

올시즌 역시 각팀별로 외국인선수 성적에 따라 울고 웃는 팀이 많다. SK는 지난 시즌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자밀 워니(27‧199cm)와 재계약하며 우려를 샀다. 하지만 전희철 감독은 첫 시즌 잘했던 워니가 부활한다면 어떤 신입 외인과 비교해도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더욱이 워니는 여러시즌 SK에서 뛰며 팀원들과의 호흡 부분에서 이미 익숙해져있는 상태였다. 현재까지의 상황만 놓고 보면 성공적이다는 평가다,

 

오리온은 슈퍼루키 이정현까지 가세하며 전력이 크게 업그레이드되었지만 1옵션 외국인 선수 미로슬라브 라둘리차(34·213㎝)의 부진으로 인해 기대만큼 성적이 안나오고있는 상황이다. KCC같은 경우 워낙 초반부터 부상자가 많아 정상적인 전력 가동이 어려운 상태지만 지난시즌 정규리그 중반까지 골밑을 지켜줬던 데이비스의 공백이 더 크게 느껴진다. 라건아 혼자로는 버거워보인다. 아직 시즌은 많이 남았다. 외국인선수에 대한 고민이 큰 팀이 많은지라 앞으로도 교체 변수는 계속해서 일어날 공산이 크다. 각팀의 외국인선수 향방을 더욱 주목해봐야하는 이유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 사진_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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