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앙팡 테리블’ 다니엘의 무르익는 꿈 “영광의 시대, 지금부터입니다”
- 매거진 / 최창환 기자 / 2026-09-06 06:00:22

※본 기사는 농구전문 매거진 점프볼 9월호에 게재됐으며, 인터뷰는 7월 29일 진행됐습니다.

다니엘이 대표팀 유니폼을 처음 입은 것은 용산중 3학년에 재학 중이었던 2022년이었다. 중학생 신분으로는 유일하게 2022 FIBA(국제농구연맹) U16 아시아컵 최종 명단 12인에 이름을 올렸다. 덕분에 다니엘은 U16 아시아컵에 2차례 출전하는 이색 경력도 쌓았다.
막내였던 2022년 대회에서는 4경기 평균 9.9분을 소화하는 데에 그쳤지만, 용산고에 진학한 후 출전한 2023 U16 아시아컵에서는 에이스 면모를 보여줬다. 4경기 평균 30.4분 동안 14.8점 7.5리바운드 3.8어시스트 3.5스틸 1블록슛으로 맹활약했다. 매 경기 두 자리 득점에 스틸을 곁들이는 등 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 스틸, 블록슛 모두 팀 내 최다 기록이었다.
비록 한국은 필리핀과의 8강 결정전에서 71-95로 패하며 월드컵 출전권을 따내는 데에 실패했지만, 다니엘이 지닌 스틸 능력이 국제대회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됐다는 데에서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대회였다. “가장 큰 차이는 책임감이었죠. 막내였는데 불과 1년 만에 주장이 됐잖아요. 매 경기에 책임감을 가졌어요.”
다니엘이 FIBA가 주목하는 선수로 올라선 대회이기도 했다. 다니엘은 용산고 2학년에 재학 중이었던 2024년 U18 아시아컵 최종 명단에도 선발됐다. 고교 2학년 신분은 다니엘과 김건하 단 2명이었고, 다니엘은 FIBA가 대회 개막에 앞서 선정한 주목해야 할 선수 9명에도 이름을 올렸다.
“1년 전 U16 대회에서 활약했던 다니엘은 공수에 걸쳐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코트 안팎에서도 리더십을 발휘하는 선수죠. 아시아를 넘어 세계가 주목하는 스타가 될 자질을 지녔으니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FIBA의 예언이었다.
다니엘은 이 대회에서 평균 9.8점 6.3리바운드 2.7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출전시간이 20.4분이었는데도 1.8스틸을 기록하는 등 스틸 능력은 여전했다. 특히 일본과의 5~8위 결정전에서는 23분 23초 동안 17점 7리바운드 4어시스트 4스틸 1블록슛으로 활약하며 한국의 74-70 승리에 앞장섰다. 3점슛도 4개 가운데 2개를 넣었다.
다니엘은 “4쿼터 승부처에서 넣은 3점슛, 종료 3초 전 얻은 자유투 2개를 모두 넣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상대가 일본이었지만, 국제대회 경험이 많다 보니 다른 선수들에 비하면 중요한 순간에 덜 긴장했던 것 같아요”라고 돌아봤다.

다니엘은 프로 직행을 선언한 직후였던 2025년 7월, 본지 인터뷰를 통해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농구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목표, 바로 성인 국가대표였다.
“프로 무대에 잘 적응해 성인 대표팀에 뽑히고 싶어요. 생김새와 이름은 남들과 다를지 몰라도 저는 뼛속까지 한국인입니다. 입맛도 한국인이고, 심지어 한국어는 잘하는데 영어는 잘 못해요. 군대도 가야 하고요(웃음). 청소년 대표에 이어 성인 국가대표까지 발탁된다면 진정한 엘리트 코스를 밟게 되는 거잖아요. 엄청난 영광일 것 같아요.”
다니엘이 진정한 엘리트 코스에 들어서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루키 시즌이 한창이던 2026년 2월, 경기력향상위원회는 2027 FIBA 농구 월드컵 아시아예선 윈도우2 최종명단에 만 18세 다니엘을 전격 발탁했다. 하동기-하승진-최진수-이종현 등의 계보를 잇는 또다른 10대 국가대표의 탄생이었다.
“경향위원들의 평가도 있었지만, 니콜라스 마줄스 대표팀 감독의 의지가 워낙 확고했어요. 파이터 기질을 높게 평가했죠.” 회의에 참석했던 이호근 동국대 감독의 설명이다.
마줄스 감독 또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합니다. 대만의 주축선수도 처음 대표팀에 뽑힐 당시 17살이었어요. 다니엘은 분명한 약점도 있는 선수지만, 저는 장점을 높게 샀어요. 특히 속공 능력은 KBL 최고 수준입니다. 또 한 가지, 상대의 압박을 이겨내며 공격을 마무리하는 능력도 있어요. 터프한 수비도 가능하죠. 국가대표가 될 자격이 충분합니다. 다니엘을 비롯해 처음 대표팀에 선발된 문유현, 강지훈 모두 열정과 에너지가 넘친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향후 소속팀에서 더욱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다니엘에게 대표팀 승선 소식이 전달되는 과정도 드라마틱했다. 나이츠 TV 유튜브 채널에서 다른 콘텐츠를 촬영하는 듯한 페이크를 준 후 촬영 막바지에 최종 명단을 공개한 것.
떨리는 손, 더듬거리는 말투로 “24인 아니고 진짜 12인? 몰래카메라 아니에요?”라고 되물은 다니엘은 “현실적으로는 23, 24살쯤 뽑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어머니도 어머니지만 할아버지가 진짜 좋아하실 것 같아요”라며 기쁨을 표했다.
약 6개월 전의 일이지만, 최종 명단이 발표됐던 2026년 2월 4일은 다니엘에게 여전히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하루였다.
“엄마가 촉이 좋은 편이에요. 그날도 아침부터 대표팀 발표하는 날이라고 하셔서 ‘알 바노? 나랑 상관없는 일이잖아’라고 말씀드렸어요. 대수롭지 않게 여겼죠. 엄마가 느낌이 왔다고, 지켜보자고 하셨는데 진짜로 이름이 있더라고요. 믿기지 않는 일이 일어난 거죠. ‘엄마 말 잘 들어야겠다’ 싶었어요(웃음).”

기대보다 빨리 이뤄진 성인 국가대표라는 꿈. 다니엘은 처음 A매치 코트를 밟는 순간에도 희대의 ‘짤’을 남겼다. 2월 26일 대만에서 열린 원정경기, 한국이 51-60으로 뒤진 3쿼터 종료 2초 전. 마줄스 감독은 벤치에서 몸을 풀던 다니엘을 향해 교체 사인을 보냈다. 그러자 다니엘은 천진난만한 미소와 함께 슈팅 저지를 벗으며 교체 대기 구역으로 향했다. 마치 기다리던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아이와 같은 표정이었다.
“‘이제 나가는구나’라는 마음에 빨리 뛰어나간 건데 그런 표정을 짓고 있었던 건 저도 몰랐어요. 나중에 영상 보니 엄청 웃고 있더라고요. 그만큼 신났다는 거겠죠(웃음).”
설렘과 함께 코트를 밟았지만, 다니엘에게 대표팀 무대는 시련의 연속이었다. 대표팀은 한 수 아래라 여겼던 대만에 65-77 충격패를 당했고, 위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삼일절에 열린 일본 원정경기마저 역전을 주고받는 혈투 끝에 72-78로 패배, 예선 2라운드 진출에 비상등이 켜졌다.
비록 대표팀은 패했지만, 다니엘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것을 증명했다. 파이트스루를 통해 일본의 실책을 유도하는가 하면, 아웃 오브 바운드 상황에서는 연달아 디플렉션을 만들어내며 대표팀의 추격에 앞장섰다. 다니엘은 스틸에 이은 추가 자유투를 얻어내며 포효하는가 하면, 펌프 페이크로 와타나베 유타와 셰퍼 아비 코기를 동시에 제치며 골밑 득점을 만들기도 했다.
“이 선수 레벨업 하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립니다!”, “우리나라의 또다른 보물이 탄생하는 순간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한국 중계진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지만, 다니엘은 경기 종료 후 라커룸에서 눈물을 터뜨렸다.
“너무 중요한 경기였는데…. 그만큼 열심히 뛰었는데 아쉽게 졌습니다. (이)현중이 형이 좋은 패스도 해주셨는데 제가 공을 못 잡았어요. 국제대회는 나라의 이름을 걸고 치르는 경기잖아요. 경험으로 끝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니엘이 일본전 패배 직후 공식 인터뷰에서 남긴 말이었다. 그렇게 다니엘은 소년에서 어른이 되고 있었다.

경우의 수. 한국 축구가 월드컵을 치를 때마다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던 단어다. 적어도 농구 월드컵 예선에서는 ‘남의 일’이라 여긴 네 글자였는데 대표팀도 ‘경우의 수’라는 위기에 직면했다. 7월 3일,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열린 대만과의 리턴매치마저 연장 끝에 80-82로 패하며 벼랑 끝에 몰렸다. 일본전 패배는 곧 탈락을 의미하는 상황을 맞이한 것.
대만 원정경기는 니콜라스 감독의 사령탑 데뷔 경기였던 데다 준비 기간이 짧았던 것을 변명 삼을 수 있겠지만, 약 한 달 동안 준비한 홈경기에서 19점 차 리드를 못 지키며 당한 역전패는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다니엘도 이 경기에서는 6분 43초를 소화하는 데에 그쳤다.
생애 처음으로 선발된 대표팀에서 3연패를 경험하는 성장통을 겪었지만, 시련은 다니엘을 강하게 만들었다. 아시아 예선 2라운드 진출 실패의 위기에서 맞이한 일본과의 재대결에서 깜짝 활약, 한국의 81-79 신승에 힘을 보탰다.
출전시간은 17분 2초에 불과했지만, 다니엘은 9점 5스틸을 기록하며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했다. 3점슛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얻은 자유투 3개도 모두 넣었고, 이 순간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전희철 SK 감독은 함박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한일전을 경험해 봤기 때문에 또 실수를 반복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었어요. 첫 한일전과 달리 이번에는 홈경기이도 했고요. 핑계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그땐 준비 기간이 4일이었던 반면 이번에는 한 달 동안 준비해서 자신 있었죠. 무엇보다 자유투를 다 넣었잖아요. 제가 자유투 3개 다 넣은 경기에서 지겠어요? 그런 경기에서는 지면 안 되죠(웃음). 쓰리샷 처음 던져본다고 했던 건 MSG 좀 친 거였어요. U18 대표팀에서도 던진 적 있는데 그때 상대도 일본이었죠.”
다니엘이 성인 대표팀에서 맛본 첫 승을 논하는 데에 있어선 최준용의 ‘하드캐리’도 빼놓을 수 없었다. 3쿼터 한때 40-51로 끌려다니던 한국은 최준용이 11점을 몰아넣으며 전세를 뒤집었고, 벼랑 끝에서 예선 2라운드행 티켓을 따낼 수 있었다.
“초이(최준용) 형이 경기 전 ‘오늘은 내가 버스 기사야. 180km로 달려서 벽에 박든 목적지에 정확히 도착하든 알아서 할 테니 버스 탄 사람들은 긴장 풀어’라고 하셨어요. ‘하나 해주시려나’ 싶었는데 보여주셨습니다. 역시 다르긴 다르더라고요.”
시간이 필요한 모습에 그쳤다면 다음 대표팀 승선까지 기약 없는 기다림의 연속을 감내해야 했겠지만, 다니엘은 A매치 4경기를 통해 가치를 증명했다. 성장 가능성을 넘어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다니엘은 이를 토대로 지난달 15, 16일 적지에서 열린 일본과의 평가전을 치렀다. 또한 농구 월드컵 예선 윈도우4에 이어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최종명단에도 이름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연일 한국 농구의 역사를 새롭게 만들어 나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겸손해야 한다”라는 할아버지의 가르침도 잊지 않았다.
“스무 살에 대표팀 뽑혔다고 앞으로도 계속 뽑히는 건 아니잖아요. 대표팀은 이제 두 번 경험했을 뿐이에요. 국가대표로서 저의 가장 큰 목표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입니다. 오프시즌에 못 쉬고 있지만, 현중이 형을 비롯한 대표팀 형들과 함께 슛 연습하고 웨이트트레이닝을 할 수 있는 이 상황 자체가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즐겨야죠. 멘탈적인 부분도 같이 성장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수비, 궂은일 등 저에게 주어지는 역할을 해내며 아시안게임에 출전하고 싶어요. 저에게 ‘영광의 시대’는 지금부터입니다.”

[ⓒ 점프볼.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