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현의 THE COACH] 농구에 푹 빠진 지도자 김영만
- 프로농구 / 곽현 / 2016-05-24 00:28:00

[점프볼=곽현 기자] 프로농구 감독이 짊어지는 무게감은 상당하다. 선수들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끌어내야 하고, 성적으로 팀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냉혹한 프로의 세계에선 오직 성적으로 감독의 능력을 평가하곤 한다.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가 뒤따르기 마련이다. 이기면 선수 덕, 지면 감독 탓이라고들 한다. 모든 책임을 짊어져야 하는 감독이란 자리는 그만큼 고독하고 쓸쓸하다. 이번 코너에서는 프로농구를 이끌고 있는 감독들을 만나 그들의 애환, 지도자로서의 신념에 대해 들어보려 한다. 세 번째 주인공은 원주 동부를 이끌고 있는 김영만(44) 감독이다.
▲'특명' 위기에 빠진 동부를 구하라!
김영만 감독은 비교적 성공적인 지도자 데뷔 시즌을 치렀다. 그가 정식 감독으로 부임한 것은 2014-2015시즌이다. 당시 동부는 챔프전까지 진출해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전 시즌까지 동부는 2시즌 연속 플레이오프에 탈락하며 전통의 명가로서 자존심을 구긴 터였다. 강동희 감독이 승부조작 건으로 불명예스럽게 물러났고, 이충희 감독도 성적 부진을 이유로 지휘봉을 내려놨다. 이전 감독들의 연이은 사퇴로 신임이었던 김 감독이 짊어진 부담감은 컸을 것이다.
동부는 김주성, 윤호영이라는 걸출한 선수들을 보유한 전통의 강호였다. 선수층이 좋음에도 성적이 나지 않는다는 것. 결국 감독의 지도력이 문제라는 결론밖에 나지 않았다. 감독으로서 선수들을 얼마나 하나로 모을 수 있느냐, 선수 개개인의 능력을 얼마나 극대화 시킬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다.
동부는 코치였던 김영만 감독을 승격시키기로 결정했다. 오랫동안 코치로 함께 해 팀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고, 선수들과의 유대관계도 좋다는 평가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김 감독은 망가졌던 팀을 차근차근 일으켜세웠다. 우선 팀의 기둥인 김주성의 출전시간을 조절했다. 김주성은 2014-2015시즌 우승을 차지했던 2007-2008시즌 이후 처음으로 54경기 전 경기를 출전했다. 출전시간은 28분 29초로 30분을 넘기지 않았다. 적절히 출전시간을 조절해주면서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능력을 뽑아낸 것이다.
윤호영도 공수에서 큰 힘이 됐고, 2년차를 맞은 두경민, 신인 허웅이 가세하며 탄탄한 선수층을 구성했다. 외국선수 데이비드 사이먼과 앤서니 리처드슨은 내외곽에서 각자 능력을 발휘했다.
비록 챔프전에서 모비스에게 4:0으로 완패했지만, 지난 2시즌의 아픔을 깨끗이 치유하고 명가로서 자존심을 회복한 시즌이었다. 김 감독은 팀의 부족한 점을 정확히 파악했고, 외국선수 선발 등으로 보완을 하는 등 초보감독으로서 지도력이 빛났다는 평가다.
▲비시즌을 잘 보내야 시즌을 이겨낼 수 있다
성공적이었던 2014-2015시즌과 비교해 지난 시즌은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6강 플레이오프에는 진출했지만, 오리온에게 3:0으로 허무하게 무너졌기 때문. 김주성, 윤호영 등 주축선수들이 잦은 부상에 휘말렸고, 선발했던 외국선수가 팀에 합류하지 않는 등 시즌 초반부터 악재가 잇달았다.
“지난 시즌은 변수가 많았습니다. 시즌을 한 달 일찍 시작하면서 휴식 시간도 적었고, 부상이 많이 나와서 고생을 했습니다. 뽑았던 외국선수가 안 오면서 삐거덕 댔고, 계획했던 것과 틀어진 부분이 많습니다. (웬델)맥키네스가 오면서 안정감이 생겼고, 치고 올라오는 분위기였는데, 마지막이 조금 아쉬웠어요. 로드 벤슨도 발바닥 부상 때문에 막판 부진했고요.”
부상자가 많았던 동부는 비시즌 준비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 김 감독은 “비시즌 훈련을 빠짐없이 잘 치러야 시즌 때 선수들이 고비를 잘 이겨내더라고요. 지난 시즌 (두)경민이가 비시즌을 잘 치르면서 시즌 때 잘 해줬고, 웅이도 작년엔 유니버시아드대표팀을 다녀오느라 비시즌 훈련을 잘 못 했는데, 올 해는 초반부터 같이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김주성은 서울의 재활센터에서 몸을 만들고 있고, 부상으로 쉬었던 윤호영도 완쾌 단계에 이르렀다.
점프볼 취재진이 찾은 동부의 훈련 현장은 매우 높은 강도로 진행되고 있었다. 체력훈련에서는 선수들이 숨이 턱까지 차올라 악에 바치는 소리를 내는 선수도 있었다. 이 모든 훈련이 시즌 때 부상 없이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김 감독은 감독이 되기 전 다양한 코치 경험을 했다. 중앙대 코치(2007~2008)를 시작으로 여자프로농구 KB스타즈 코치(2008~2010)를 거쳐 동부 코치(2010~2014)를 맡았다. 감독대행 경험도 3번이나 된다. 이처럼 다양한 곳에서 차근차근 경험을 쌓아온 것이 감독을 맡는데 큰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코치 경험을 쌓은 게 도움이 됐죠. 감독이 힘들죠. 팀을 이끌어나가야 하니까요. 선수 구성도 해야 하고, 각종 스케줄이나 매 상황 판단을 하고 결정을 하는 게 가장 힘듭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 분위기를 전환해 헤쳐 나가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내가 한 결정이 맞는 선택인지 고민될 때가 많죠.”
그는 선배 감독들은 물론 타 종목 감독들에게도 배우는 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좋은 건 무조건 배우려고 합니다. 농구뿐만 아니라 야구, 배구도 즐겨 봐요. 다른 종목 감독님들의 노-하우를 접목시킬 부분은 없나 살펴봅니다. 배구에 신치용(前삼성) 감독님은 선수단 관리를 철저히 잘 하시는 것 같아요. 야구 넥센의 염경엽 감독님도 젊은 선수를 잘 발굴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농구라면 가리지 않는 농덕후 감독
일본에선 한 분야에 열중하는 사람, 광팬, 마니아 등을 가리켜 ‘오타쿠’라고 부른다. 한국에선 이를 변형해 ‘오덕후’라고 부르는데, 김영만 감독은 농구에 빠진 ‘농덕후’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기자들은 경기 전 양 팀의 라커룸을 찾아 감독들과 얘기를 나누곤 한다. 동부의 홈 라커룸을 찾으면 김 감독은 늘 상대팀의 이전 경기 영상을 보고 있다. 그만큼 경기 시작 전까지 철저히 상대팀의 패턴을 분석하는 것이다. “라커룸에서 보는 영상은 사실 그 전에 다 본 겁니다. 하지만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보는 거죠.” 초보감독답게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 인상적인 답변이었다.
동부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김영만 감독은 취미마저 농구보기인 ‘농덕후’라고 한다. “숙소에 있으면 할 게 없잖아요. 그러다보니 중계하는 건 다 봅니다. 여자농구도 보고, NBA도 보죠. NBA는 요즘 골든스테이트 농구가 인기잖아요. 예전에는 확률 높은 농구를 많이 했는데, 외곽 위주로 하는 농구가 신선했습니다. 예전에 우리나라 농구가 외곽위주로 했던 것과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선수들이 고르게 개인기가 좋으니까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김 감독은 과거 여자프로농구 KB스타즈에 있었던 만큼 여자농구 사정에 밝고 관심도 많다. 또 NBA는 현대농구의 흐름을 파악하는데 있어 큰 도움이 된다.
그렇다고 그가 취미생활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시간이 나면 낚시나 등산을 하고, 골프를 치기도 한다. 코치들과 함께 찜질방을 갈 때도 있다고 한다. 술, 담배를 안 하기 때문에 취미 생활 모두 운동과 관련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감독도 체력이 되고 건강해야 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김영만 감독이 추구하는 농구는?
동부는 김주성의 의존도가 높은 팀이다. 2년 전부터 김 감독은 김주성의 의존도를 줄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노장인 만큼 그가 시즌 전 경기를 소화하기 위해서는 출전시간을 조절해야 하고, 또 김주성이 없을 때도 팀이 강한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이 또 하나의 이유다.
김 감독은 현역 시절 김주성과 한 시즌을 같이 뛴 경험도 갖고 있다. 선후배에서 감독과 선수가 된 지금도 둘의 유대관계는 팀의 중심을 잡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주성이는 체력관리를 해주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부상 없이 시즌을 치를 수 있도록 도와주려고 합니다. 주성이 얘기도 듣고 대화를 통해서 어떤 부분이 필요한지 맞춰나가려고 합니다. 주성이가 뒤에서 든든히 버텨주는 게 다른 선수들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 주장으로서 워낙 잘 해요. 코트 안에서 중심을 잘 잡아주죠.”
동부는 2002년 김주성이 입단한 이후 수비농구의 대명사로 떠올랐다. 김주성이라는 강력한 블로커를 앞세워 수비에 강점을 보였고, 반대로 공격에선 득점력이 뛰어난 외국선수를 이용한 패턴이 주를 이뤘다. 이 역시 김주성의 존재로 테크닉이 좋은 단신선수를 뽑을 수 있었다.
김 감독이 추구하는 농구스타일 역시 수비를 기반으로 한 농구라고 한다. “기본은 수비입니다. 우리 팀 구성도 그렇고, 수비에 대한 부분에서 더 틀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수비에서 이어지는 빠른 농구를 했으면 해요. 속공이 많이 나왔으면 하죠. 지난 시즌은 리바운드가 좀 부족했습니다. 부족했던 부분을 하나하나 보완해가려고 합니다.”
수비를 중시하는 것은 그의 현역 시절 스타일과도 연관이 있다. 김영만 감독은 현역 시절 ‘사마귀 슈터’라고 불리며 공격력, 슈팅능력이 뛰어난 전천후 포워드였다. ‘사마귀슈터’라는 별명은 양 팔의 간격을 좁게 하는 특유의 슛 폼에서 비롯됐다.
프로 초창기 시절 평균 20점을 넘겼을 정도로 득점력이 뛰어났지만, 그는 리그 최고의 수비수로 불리기도 했다. 늘 상대 득점원을 전담마크 할 정도로 수비력이 뛰어났다.
“농구는 공격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요. 한 골 넣어도 한 골을 내주면 의미가 없죠.” 그가 수비에 중점을 두고 있는 이유다.
실업 초년생과 프로 초창기 그는 당대 최강팀인 기아자동차에 입단해 화려한 시절을 보냈다. 허재, 강동희와 함께 허-동-만 트리오로 불리며 리그를 주름잡았다. 강동희와 허재의 패스를 받아 속공의 선두에 섰고, 정확한 외곽포로 득점을 만들어내는 것은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다.
“프로 초창기 때 농구를 재밌게 했던 것 같습니다. 선후배 중 농구를 잘 하는 선수들이 많았고, 저도 많이 배울 수 있었죠.” 농구를 알고 하는 선수들과 함께 뛴 경험은 지도자가 된 지금 그에게 큰 자산으로 남아 있다.
당시 선배였던 허재 전 감독과는 좋은 선후배였고, 재밌게도 그의 아들 허웅은 현재 김 감독의 제자다. 그런 걸 보면 사람의 운명이란 게 참 재밌는 것 같다.
김 감독은 지난 시즌 허웅 등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본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고 전했다. “웅이가 정말 열심히 합니다. 본인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더 연습을 하죠. 승부욕이 있고, 다른 선수들에게도 모범이 됩니다. 웅이 뿐만 아니라 (두)경민이도 지난 시즌 많이 좋아졌습니다. 지난 시즌 두 선수가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는 게 가장 큰 수확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감독은 지도자로서의 철학이 있냐는 질문에 “규칙을 기본으로 합니다. 룰이 있으면 선수나 코칭스태프 모두 지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항상 준비과정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준비를 하지 않으면 실패를 하는 거니까요. 준비를 하지 않는 건 실패를 준비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라며 규칙과 준비를 강조했다.
동부는 지난 시즌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이번 시즌을 다시 한 번 도약의 기회로 삼고 있다. 김 감독은 “최선을 다 할 겁니다. 이번 시즌은 선수들 부상 없이 보내고 싶은 마음이 많습니다. 가드진에서 좀 더 안정감을 찾아야 해요. 멤버구성을 완성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꾸리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도자로서의 목표도 전했다. “모든 감독들이 다 그렇겠지만 우승을 하고 싶죠. 이번에 추일승 감독님이 십여 년 만에 우승을 하셨잖아요. 그런 거 보면서 저도 언젠가 우승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사진 –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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