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슬램게임] "스피드는 밀리지 않아요"…'어시스트 1위·스틸 2위' 건국대 여찬영이 보여줄 다재다능함 (009)

아마추어 / 이연지 기자 / 2026-09-18 13:2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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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이연지 인터넷기자] 지금껏 농구 하나를 바라보며 달려온 시간은 이제 프로라는 다음 무대를 앞두고 있다. '26슬램게임'은 KBL 드래프트를 향해 저마다의 시간과 가능성을 증명해야 하는 선수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9번째 주인공은 건국대 여찬영(182cm, G)이다.

 

#001_Scan: 건국대 여찬영

축구와 야구를 거쳤지만, 결국 여찬영의 마음을 빼앗은 것은 농구였다. 쉴 새 없이 공이 오가는 코트 위, 자신의 가장 큰 무기인 '스피드'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이 결정적이었다.

"어릴 때부터 또래보다 빨랐는데, 그 스피드를 살리면서 점수도 많이 낼 수 있는 농구가 제일 재밌었어요. 아버지 따라다니며 농구를 자주 봐서 익숙하기도 했고요."

초등학교 3학년, 유소년 클럽에서 취미로 시작한 농구는 이듬해 엘리트 무대로 이어졌다. 명진초에서 팀 사정과 그의 두각이 맞물리며 5학년부터 주전으로 뛰었고, 금명중을 거치며 가드로서의 세밀한 결을 깨우쳤다.

"농구에 대해 자세히 배운 시기예요. 가드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2대2 플레이를 하다가 센터한테 넣어주는 패스 타이밍 같은 디테일을 강조하셨죠."

기본기를 다진 여찬영은 제48회 전국소년체전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팔룡중과의 예선전에서 3점슛 4개 포함 22점 8어시스트 5리바운드를 기록했고, 대회 3경기 평균 13.3점 5.7어시스트를 올리며 팀의 은메달에 힘을 보탰다. 득점뿐 아니라 동료에게 기회를 만들어주는 가드로 조금씩 영역을 넓혀갔다.

 


부산중앙고 진학 직후 마주한 코로나19라는 암초도 그의 발걸음을 막지 못했다. 대회가 열릴 것 같아 몸을 만들고 체력 테스트까지 마쳐놓으면 다시 확진자가 발생해 일정이 무산되는 일이 반복됐지만, 개인적으로 훈련하며 때를 기다렸다.

"그때 학교도 갈 수 없어서 농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따로 없었어요. 그래서 코어 운동 위주로 했어요. 특히 줄넘기를 하루에 1000개씩은 꼬박꼬박 채웠어요. 그리고 집 계단 지하부터 꼭대기까지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면서 뛰기도 하고, 집 앞 마당이나 공원에 가서 드리블 연습을 했어요. 매일 단톡방에 운동하는 거 올리면서 코치님이랑 공유했어요."

묵묵히 견뎌낸 시간을 지나 2학년 때 부임한 박훈근 코치와의 만남은 여찬영에게 또 다른 전환점이 됐다.

"솔직히 많이 혼났어요(웃음). 턴오버나 패스 미스 때문이었죠. 하지만 제가 잘못한 부분을 짚어주신 덕분에 오히려 농구가 좋아졌어요. 패스적인 부분에서 눈을 뜨게 해주셨고, 정말 잘 가르쳐 주셨어요. 1학년 때는 연습 게임을 해도 거의 못 뛰었는데, 2학년 때부터 게임도 조금씩 뛰게 됐고요. 농구를 많이 배웠어요."



패스에 눈을 뜬 여찬영의 경기 운영도 한층 선명해졌다. 감각적인 패스로 슈터를 살리고, 볼을 직접 운반하며 공격을 풀었다. 어느덧 한 경기 10어시스트도 여러 차례 기록했다. 제77회 종별선수권에서는 26점(3p 3개) 10리바운드 11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생애 첫 트리플더블을 작성했다.

마지막 대회에서는 개인상도 따라왔다. 제52회 추계연맹전에서 팀의 3위에 힘을 보탠 여찬영은 '미기상''어시스트상'을 동시에 받았다.

"형, 어시스트상 형 이름 불린 것 같은데요?"

운동을 마친 뒤 후배와 함께 국밥집에서 밥을 먹던 중이었다. 후배의 말에 여찬영은 급히 스마트폰으로 중계 화면을 돌려봤다. 화면 속에서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어시스트상, 부산중앙고 여찬영.'

"사실은 어시스트상 받을 줄 몰랐거든요. 제가 3등을 했잖아요. 결승전이 다 끝나야 결과가 나오는 상황이었는데, 이경민(중앙대)하고 아마 어시스트 한 개 차이였던 것 같아요. 대회장이 아니라 밖에서 영상으로 결과를 확인하니까 묘한 감정이 들었어요. 시상식 때는 이름만 불리고 상은 며칠 뒤 학교로 왔죠. 지금은 집에 잘 뒀어요(웃음)."


#002_Life in University

건국대 유니폼을 입게 된 여찬영은 황소군단의 일원이 됐다.

"건국대에 올 줄은 몰랐어요. 절 받아주신 감독님, 코치님께 감사한 마음뿐이에요. 건국대는 끈끈하고 가족 같은 분위기가 강해요. 화려한 팀이라기보다는 언더독이잖아요. 겉보기엔 강하지 않아 보이는데 막상 경기를 하면 강팀을 잡는 그 팀 컬러가 좋았어요."

입학 직후 치열한 가드진 경쟁 속 식스맨으로 출발했지만, 선배 조환희와 룸메이트로 지내며 벤치와 숙소에서 코트를 읽는 시야를 확장했다. 특유의 스피드와 돌파 능력을 자랑하던 선배의 플레이를 어깨너머로 배우며 끊임없이 묻고 답을 찾았다.

무엇보다도 여찬영에게 가장 큰 변화가 필요했던 건 돌파였다. 패스에만 치중하던 고교 시절의 플레이에 변화를 주기 위해 코칭스태프는 과감한 주문을 던졌다. 연습 경기 내내 여찬영이 돌파를 주저하자, 코치진은 "이번 한 쿼터 내내 너에게 볼을 몰아줄 테니 무조건 돌파만 해라"라고 했다. 패스를 먼저 생각했던 여찬영에게 돌파는 새로운 선택지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릴 때부터 자신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했던 스피드를 농구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비로소 알게 됐다.

"원래 스피드로 승부하는 선수는 아니었어요. 고등학교 때도 돌파는 거의 안 했거든요. 그런데 감독님, 코치님이 제게 볼을 몰아주시면서 돌파만 하라고 하셨어요. 언제 드라이빙을 해야 하는지도 디테일하게 알려주시고, 항상 자신감을 심어주셨죠. 그렇게 계속 부딪히다 보니 늘었고, 제 스피드에도 새롭게 눈을 뜨게 됐어요."



돌파라는 무기를 더하자 빠른 속공 전개와 강력한 앞선 압박까지 무게감이 실렸다. 그렇게 3학년부터 주전 백코트를 꿰찼다. 비중을 넓히자, 2학년 때 평균 4점에 그쳤던 득점은 3학년 들어 평균 9.8점으로 두 배 이상 껑충 뛰었다. 4.1리바운드 3.3어시스트 1.8스틸도 따라왔다.

가파른 성장 곡선 속에서 스스로의 경쟁력을 확인한 무대는 대만에서 열린 AUBL(아시아대학농구대회) 칭화대와의 경기였다. 연속된 경기의 열기와 덥고 습한 환경 탓에 공과 코트 모두 미끄러웠지만, 조명과 수많은 관중으로 채워진 경기장의 열기는 여찬영을 오히려 매료시켰다.

"농구 선수라면 한 번쯤 뛰어보고 싶은 경기장이었어요. 코트에 들어서는 순간 아드레날린이 솟구치고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경기 시작 전에 선수 소개도 해줘서 그런 경기를 계속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경기 내용도 되게 좋았어요. 돌파도 잘 됐고, 슛도 잘 들어갔죠. 제가 하고 싶었던 플레이가 생각한 대로 자연스럽게 잘 됐어요."

이날 3점슛 4개 포함 20점 3어시스트를 몰아치며 연장 혈투를 이끈 그는, 아쉬운 패배 속에서도 명확한 이정표를 찾았다.


#003_Application

3학년을 마친 여찬영은 KBL '얼리 엔트리'에 도전장을 던졌다. 하지만 프로의 문턱은 생각보다 높았다. 드래프트장 단상 아래, 함께 얼리로 나선 동기들의 이름이 차례로 불리고 환호성이 터지는 동안 그의 이름은 끝내 호명되지 않았다.

"옆자리가 다 비고 결국 저 혼자 남게 됐어요. 그때 앉아 있던 자리가 아직도 기억나요. 많이 아쉬웠지만, 아무나 해보지 못하는 경험이잖아요. 그래도 돌아올 곳이 있어서 다행이었죠. 내년에 다시 준비 잘해서 꼭 성공하겠다는 마음이 더 컸던 것 같아요."

고개 숙이고 있을 시간에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것이 먼저라고 판단한 그는 드래프트가 끝난 직후 충주로 향했고, 다음 날 아침 곧바로 체육관에 나가 훈련을 재개했다.

"프로가 결코 쉬운 곳이 아니라는 걸 느꼈고, 확실한 장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3학년 때와는 마음가짐 자체가 달라졌어요. 1번(포인트가드)으로서 동료를 살려주는 어시스트가 우선이고, 공격보다 수비에 훨씬 집중하고 있어요. 메인 볼 핸들러로서 턴오버를 줄이고 안정감을 가져가야 한다는 책임감도 커졌고요. 항상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하고 있어요."

절치부심은 곧바로 수치로 증명됐다. 4학년에 올라선 여찬영은 9월 18일 현재 평균 7.47어시스트로 대학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시즌보다 넓어진 시야와 정교한 패스를 앞세워 상명대전에서 16점 12어시스트 9리바운드 7스틸로 '쿼드러플 더블급' 활약을 펼쳤고, 연세대전에서도 17점 9리바운드 11어시스트를 올려 다재다능함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돌파의 완성도 역시 높아졌다. 장점인 스피드를 살려 수비의 타이밍을 빼앗는 드라이빙으로 리그 최다 자유투를 얻어내는 동시에 81%의 높은 성공률을 기록 중이다. 여기에 평균 2.33스틸(리그 2위)의 수비까지 더해졌다.

공격 선택지를 넓히기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가드 출신 황준삼 감독의 세밀한 피드백을 수용해 중거리슛과 외곽슛을 보완하는 한편, 새벽 훈련까지 필수 루틴으로 가져가며 슈팅 성공률을 다듬고 있다.

"건국대 감독님, 코치님은 제가 만나본 분들 중에서 정말 잘 만났다고 생각되는 지도자세요. 인정할 부분은 인정해 주시고, 제가 안 되는 부분은 딱딱 말씀해 주시죠. 경기 중에도 벤치로 들어오면 감독님께서 안 풀린 부분을 실시간으로 세세하게 짚어주시고요. 제가 잘하는 걸 알고 계셔서 더 요구하시는데, 저도 최대한 이행하려고 하다 보니 많이 배웠어요."


#004_My Future

다시 드래프트를 바라보는 여찬영의 시선은 한층 견고해졌다. 그의 목표는 코트에 들어섰을 때 제 몫을 해내는 '팀에 필요한 선수'가 되는 것이다.

"프로에 가면 저보다 잘하는 선수가 많을 텐데 겁먹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달려들어서 많이 부딪히면서 배우고 싶어요. 수비는 기본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최선을 다해서 압박해 팀에 도움이 되고 싶어요. 공격에서는 제 스피드가 프로 형들이랑 비교해도 크게 뒤처진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강점을 살려 팀에 확실한 에너지를 불어넣고 싶어요."

여찬영이 가슴에 품은 롤모델은 허훈이다. 같은 1번으로서 공격과 수비를 모두 해내는 모습을 보며 자신이 나아갈 방향을 그린다. 올여름 부산 KCC와의 연습경기를 통해 롤모델과 직접 맞붙은 경험도 그의 목표를 더욱 선명하게 했다.

"공격도 잘하는데 수비도 잘하는 다재다능한 선수잖아요. KBL 최고의 가드라서 플레이를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어요.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요."

어릴 적 또래보다 빨랐던 스피드는 그가 농구를 시작한 이유였다. 그 속도는 깊이를 더해 코트 위 가장 날카로운 무기가 됐다. 쓰라린 순간에도 운동화 끈을 다시 매며 묵묵히 다듬어온 시간. 이제 그에게 남은 건, 프로 무대에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일뿐이다.

 

#사진_점프볼DB, 이연지 인터넷기자, 여찬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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