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민의 코트인] “저는 항상 열심히 하는 선수예요”

프로농구 / 원주/정병민 / 2025-03-04 09: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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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디 팟츠와 할로웨이 조합으로 준우승했을 당시가 떠오르더라고요...(강)상재와 함께 전자랜드 최고 성적을 일궈냈던 좋은 기억 말이에요. 이번 시즌도 플레이오프만 가면 사고를 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지난 3일 DB로 둥지를 옮긴 후 최다 득점을 기록하며 수훈 선수로 선정된 정효근이 거친 숨을 천천히 고르고 입을 열었다. 위에서, 밑에서 괴롭히는 팀들을 무찌르며 간당간당하게 플레이오프 마지노선을 수성하고 있는 DB다.

대경중에서 대경고, 그리고 한양대까지. 상대적으로 대권과는 거리가 멀었던, 주류인 학교가 아니었기에 어쩌면 당연하게도 그 누구보다 우승에 목말라있던 선수 정효근의 이야기다.

프로에 입단하면 누군가는 연봉킹을 꿈꾸고, 누군가는 우승을, 또 누군가는 실처럼 가늘지만 긴 선수 생활을 머릿속으로 그려낸다. 겉으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아마 대부분 선수들의 목표가 위 3가지로 압축되지 않을까.

세상만사 모든 게 다 뜻하는 대로 이뤄지지는 않지만 정효근은 프로에 발을 들인 이래로 2025년 현재까지 한결같이 우승을 정조준하며 그 모습을 꿈꿨고 이를 목표로 전해왔다.

현재 정효근의 유니폼은 강원도 원주를 둘러싸고 있는 치악산의 푸르뎅뎅 초록 물결이지만, 시즌 초반 아니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빨간색이었다. 정효근은 막중한 책임감을 어깨에 짊어졌던 주장직이었고 팀이 어려운 상황에 빠졌을 때 그 누구보다 처절하게 코트를 누볐던 선수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1월 23일. 당사자는 물론이고 프로 농구계를 뒤흔들었던 빅딜이 전해졌다. ‘정효근과 김종규 트레이드’

“처음엔 서운한 감정이 들었죠. 기분이 좋은 건 말이 안 돼요. 소속팀과 협상할 때 내가 양보했던 부분들이 떠올랐죠. 근데 프로니까 괜찮아지더라고요”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낭만도 의리도 중요하지만 프로는 냉정하게 숫자가 모든 것을 대변하는 기록과 성적으로 증명해 내야 하는 무대다.

정효근은 그렇게 짐을 싸서 원주로 내려왔고 DB로 이적, 연속해 두자릿 수 득점을 뽑아냈다. 생각보다 엄청 빠르게 팀에 녹아들었고 다재다능한 ‘효궈달라의 재림’을 거듭 연출했다. 당연히 팬들은 재빨리 손익 계산서를 작성하곤 했다.

그러나 사막의 신기루처럼 상승세가 주춤하기도 했다. 마치 정관장 때의 악몽이 재현되듯, 본인 때문에 지나?라는 생각이 들 수 있게 할 만큼 반복되는 패배 행진. 패패패패패.

심지어 연패를 끊은 행복한 날엔 21분 44초를 출전했지만 무득점을 기록했다. 정효근이 한경기 5분 이상 출전해 무득점을 기록한 것은 2022년 11월 6일 이후 처음 있던 일이다. 흔치 않은 일이다.

의기소침할 법도, 주눅들 법도 했다. 그러나 팀 내 우두머리이자 사령탑이 그를 다독이며 일깨웠다.


“정효근은 현재 자기 능력을 100% 활용해 열심히 해주고 있다. 수비도, 공격 리바운드 참가도 중요하게 해준다. 정효근이 있기에 적절하게 도움 수비를 전개할 수도 있다” 조금 헤매는 선수를 향한 수장의 무한 신뢰가 이어졌다. “다만 나오는 볼을 더 과감하게 해줬으면 한다”는 소박한 바람까지.

말을 들은 정효근은 이전 경기들을 복기했다. “몇 경기 전부터 외국 선수들이 나를 막더라고요. 심지어 소노전에선 수비를 안 하길래, 오늘은 놔두기만 해봐라. 떨어지면 무조건 쏜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렇게 전반 열심히 코트를 휘저으며 예열을 마친 정효근은 LG와의 진흙탕 싸움, 지독한 수비전에서 감독의 바람을, 본인의 각오를 진짜 실현해 보이고 말았다.

경기 종료 5분 전, 왼쪽 45도에 위치한 알바노가 오른쪽 45도에 있는 정효근에게 패스를 건넸고 공은 양준석의 머리를 넘어 타마요와 마레이의 사이로 직진했다. 정효근의 수비수였던 마레이는 어느 정도 거리를 뒀던 상황.

지체 없이 슛을 시도한 정효근, 그가 쏘아 올린 공은 깔끔하게 림을 통과하며 승부의 추를 기울이는 빅샷으로 이어졌다. 종료 직전까지도 LG의 추격이 굉장히 끈질겼지만 DB가 끝까지 우위를 지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준 귀중한 득점이었다.

알바노와 함께 쐐기 득점을 책임진 정효근은 종료 버저가 울리고 코트 위 10명 중 가장 먼저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승리를 자축했다.

수훈 선수로 선정되어 인터뷰실에 들어온 정효근이 기자단의 질문 세례에 이러한 대답을 전하며 인터뷰를 쭉 이어갔다. “저는 항상 열심히 하는 선수에요”

이 멘트를 듣자 6년 전, 정효근의 인터뷰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프로 생활을 하면서 매번 후회하지 않기로 했다. 발전하기 위해 열심히 열심히 노력했다. 다만 아쉬운 건 정상에 서지 못했다는 거네요” 2019년 4월 21일, 전자랜드가 울산 모비스에 시리즈를 내주며 적지에서 우승 퍼레이드를 지켜봤던 하루다.

정효근을 비롯해 당시 인천 전자랜드 팬들에겐 가장 아쉬웠던 하루이자 미래의 가능성을 봤던 하루이기도 하다.

그리고 6년이 다 와 가고 있는 지금, 정효근은 6년 전과 똑같은 마음가짐으로 동일한 멘트를 툭 던지며 봄 농구 무대를 향해 정신 무장을 한다.

“저는 항상 열심히 하는 선수에요. 감독님 저를 DB로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준비해 팬들이 기대할 만한 무언가가 나올 수 있도록... 원주 산성이 재건되면 뭔가가 보일 것 같아요”

정효근이 인터뷰 내내 언급했던 추상적인 표현 무언가. 팬들만큼이나 정효근이 간절히 정복하고 싶어 하는 최정상의 자리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챌 수 있었다.

#사진_점프볼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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