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주말리그] “이 상황 너무 즐겁지 않아?” 승부처, ‘4명의 절망’을 기적으로 바꾼 선일여고

아마추어 / 신림/정다윤 기자 / 2026-07-05 09:00:35
  • 카카오톡 보내기

[점프볼=신림/정다윤 기자] “승부처에서 4명이라고? 끝났군….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농구는 결국 숫자의 스포츠다. 한 명이 부족해지는 순간 코트 위 균형은 급격히 무너진다. 그것도 4쿼터 승부처라면 더더욱 그랬다. 누가 4명으로 고비를 넘을 수 있다고 쉽게 말할 수 있었을까.

하지만 그 당연한 계산이 무색해지는 순간이 있다. 불리함이 선명해 모두가 결과를 예감할 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이 말을 선일여고가 증명해냈다.

4일 광신방송예고 체육관에서 열린 2026 한국중고농구 주말리그 선일여고와 숙명여고의 맞대결. 선일여고의 벤치는 텅 비어 있었다.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선수는 5명. 경기 초반 14점 차까지 벌어지는 듯했지만 2쿼터에 홀로 12점을 쏟아부은 조희원의 투혼 덕에 균형을 맞춰놓은 터였다.

그러나 비극은 예고 없이 찾아왔다. 종료 8분 여초를 남기고 팀의 주축인 조희원이 파울 아웃을 당한 것. 4쿼터 8분 2초를 남겨둔 상황에서 스코어는 45-44. 아무리 1점을 앞서고 있다 한들, 남은 8분 동안 4명으로 5명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은 너무나도 길고 아득했다.

패배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작전 타임, 모두가 숨을 죽인 그때 주장 이수현이 마법 같은 한마디를 건넸다. 광기 어린(?) 유머이자 동료들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한 한마디였다.

이 상황이 너무 즐겁지 않아? 4대 5상황이어도 이기고 있잖아. 우리 더 즐겁게 하자.” 주장 이수현의 말이었다.

이 한마디가 선일여고를 지탱하는 버팀목이 되었다. 숫자가 모자라니 당연히 공격력은 저조할 수밖에 없었지만 선일여고는 수비에서 악으로 깡으로 버텼다. 골밑을 메우고 리바운드 하나에 온몸을 던지는 전략은 기적처럼 맞아떨어지기 시작했다.

물론 위기도 있었다. 상대의 파상공세에 리드를 빼앗기기도 했다. 하지만 그 순간마다 장지효의 손을 떠난 3점슛이 림을 갈랐고, 김도연이 이 악물고 따낸 귀중한 공격 리바운드는 이수현의 오픈 3점포로 연결되었다. 특히 승부처에서의 숨은 영웅 김도연은 인사이드 수비의 핵심이자 리바운드와 스틸로 승리의 디딤돌을 놓았다.

김도연은 당시를 회상하며 말했다. “언니들이 3점슛 넣었을 때 가능성을 봤던 것 같아요. 상대의 인사이드를 더 중점적으로 막자는 생각이었거든요. 수비도 더 다부지게 하려고 했어요. 3점슛 주지 말고 파울만 하지 말자고 했거든요.

한 줄기 가능성만을 품고 임한 경기, 매 순간이 숨 막히는 전쟁이었다. 수적 열세 속에서 턴오버가 나올 때마다 상대는 턱밑까지 숨통을 조여왔다. 마침내 시계는 33초를 남겼고 점수는 55-53.


상대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공격을 기어코 막아내고 리바운드를 따낸 순간, 김도연은 번개 같은 스피드로 코트를 가로질렀다. 남은 시간은 단 14초, 그의 손을 떠난 공은 57-53라는 스코어를 만들었다.

이 경기 끝났다.

속공 쐐기 득점을 올리고 레이업을 성공시킨 순간, 김도연은 비로소 승리를 확신했다. 그리고 그 확신은 현실이 되었다. 선일여고는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던 57-53의 믿을 수 없는 승리를 거머쥐었다. 경기 후 선일여고 선수들은 서로를 껴안고 기쁨의 눈물을 쏟아냈다.

언니가 다 우니까 저도 눈물이 나더라고요(웃음). 평생을 못 잊을 경기예요. 이건 팀이 하나가 되지 않았다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에요. 원팀이었기에 가능했죠. 정말 말이 안 나올 정도로 기분이 좋아요.

김도연은 누구보다 성실하고 목표 의식이 뚜렷한 선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원하는 것이 생기면 스스로 기준을 세우고, 부족한 부분이 보이면 개인 훈련을 더 자청한다. 방지윤 코치 역시 매 순간 독기를 품고 훈련에 임하는 김도연의 태도에서 분명한 성장을 봤고 그래서 그의 미래를 더 기대하고 있다.

경기력적인 장점도 선명하다. 순간 스피드가 좋고 코트 위에서는 강한 승부욕과 근성으로 상대를 압박한다. 몸싸움이나 기싸움에서도 쉽게 밀리지 않는 강단이 있다. 여기에 성실함까지 더해졌다. 이날의 경기는 김도연이 어떤 선수인지를 보여준 장면이기도 했다. 

 

스포츠는 마지막 버저가 울리기 전까지 아무것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선일여고가 온몸으로 증명했다.

 

#사진_정다윤 기자

[ⓒ 점프볼.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포토뉴스

많이 본 기사

최근기사

JUMPBALL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