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할 수 없던 선택, 정답이 됐다… 켈든 존슨의 식스맨상 수상 의미
- 해외농구 / 손대범 기자 / 2026-04-23 12:18:24

[점프볼=손대범] 켈든 존슨은 머리를 감싼 채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 기쁨의 환호를 지르는 지인들 틈에서 그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2025-2026시즌 NBA ‘올해의 식스맨’ 수상자로 결정된 뒤, 소셜미디어에 공개된 영상 속 장면이다. 2019년 이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샌안토니오 스퍼스는 빅터 웸반야마(올해의 수비수)에 이어 존슨까지 수상자로 이름을 올린 것을 자축했다.
존슨은 올 시즌 82경기 모두 벤치에서 출전해 13.2득점 5.4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출전 시간은 23.2분으로 루키 시즌 이후 가장 적었지만, 팀은 60승을 거두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식스맨으로 82경기를 모두 소화한 선수는 올 시즌 존슨이 유일하다.)
7번째 정규시즌을 마친 존슨에게는 의미가 깊은 상이다.
사실 존슨은 루키 시즌 이후 매 시즌 붙박이 주전(205경기)으로 나섰던 선수였다. 팀 성적과 관계없이 주전으로서 개인적인 성장은 꾸준히 이어졌다. 그런 그에게 변화가 찾아온 것은 2023년 12월 23일, 댈러스 매버릭스 원정 경기를 앞둔 시점이었다. 주전이 아닌 벤치에서 출전하라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
그 변화를 결정한 이는 다름 아닌 ‘팀의 대부’ 그렉 포포비치였다.
포포비치 전 감독은 “팀을 위해 벤치에서 나와야 한다”고 말했고, 존슨은 이에 동의했지만 새로운 역할에 적응하는 데에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존슨은 최근 ‘플레이어스 트리뷴(The Players’ Tribune)’에 남긴 기고문에서 “처음부터 이 역할을 받아들였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나는 평균 22점을 넣던 선수였고, 미국 국가대표로 올림픽 금메달도 땄다. 그래서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주전들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경기를 시작하고 코트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 반면 식스맨은 투입되자마자 경기 흐름에 녹아들어야 하기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존슨은 이 과정에 빠르게 적응하지 못했고, 생산력도 눈에 띄게 떨어졌다.
2023-2024시즌, 주전으로 16.9득점 6.4리바운드를 기록했던 존슨은 식스맨으로 보직이 바뀐 뒤 15.0득점 4.9리바운드에 머물렀다. 풀타임 식스맨이 된 2024-2025시즌에는 12.7득점으로 루키 시즌 이후 가장 저조한 성적을 남겼다.
그랬던 존슨이 반등한 것은 2024-2025시즌 후반기부터였다.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에는 평균 득점이 20점에 육박했다. 투입될 때 팀이 필요로 하는 부분을 정확히 파악하고 공헌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올 시즌, 마침내 전도유망한 코어들과 함께 스퍼스에서 성과를 만들어냈다. 존슨은 NBA 식스맨 가운데 리바운드, 자유투 성공 등 여러 지표에서 TOP 5에 이름을 올렸다. 2점슛 성공률은 60%로 커리어 하이였다. 또한 시즌 총 득점 1,063점은 구단 역사상 식스맨 최고 기록이다. (이전 기록은 2007-2008시즌 마누 지노빌리의 927점)
코칭스태프가 요구한 역할을 받아들이고, 자신을 내려놓은 결과였다. 이런 활약 덕분에 미치 존슨 감독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리를 양보하고 헌신해준 존슨에게 고맙다”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켈든 존슨은 수상 소감에서 “조금 감정적이다. 내 커리어에서 가장 큰 성취다”라며 감격을 드러냈다.
“우리 팀을 위해 내가 최고의 모습이 되려면 벤치에서 나오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일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처음에는 힘들었다. 내 자존심을 조절하고 팀을 우선해야 했다. 그 이후에는 한계가 없었다.”
웸반야마 역시 “내 생각에 그는 이 팀에서 누구보다도 기록과 출전 시간 면에서 희생했다”며 “그럼에도 팀에서 가장 빛난 선수다. 그는 이 팀의 영혼이다. 언제든 에너지를 가져온다. 올해 식스맨상은 그가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에서는 존슨의 영향력이 코트 위뿐 아니라 코트 밖에서도 크게 나타난다고 평가한다. 선수들 사이에서도 그는 ‘스퍼스의 심장이자 영혼’으로 통한다. 라커룸 분위기를 이끄는 데에도 그의 공이 컸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깜짝 삭발식’이었다. 샌안토니오 스퍼스가 8연승 이후 흐름을 이어가지 못하던 1월 중순, 켈든 존슨은 웸반야마와 함께 깜짝 삭발식을 진행해 화제가 됐다.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에 패한 직후였다. 전국 방송 경기에서 1번 시드를 다투던 팀에 패해 분위기가 가라앉았던 스퍼스는 두 선수의 파격적인 선택을 계기로 분위기 반전을 꾀할 수 있었다. 이후 팀은 다음 8경기에서 6승 2패를 기록했다.
한편 식스맨상은 마이애미의 하이메 하케스와 덴버의 팀 하더웨이 주니어가 다른 최종 후보였다. 하케스는 모든 벤치 자원 중 득점과 두 자릿수 득점 경기에서 1위를 기록했고, 하더웨이는 3점슛 205개로 식스맨 중 1위, 득점에서는 4위를 기록했다.
투표에서는 존슨이 1위표 63표를 받았고, 하케스는 34표를 받았다. 하더웨이는 미네소타의 나즈 리드(지난해 수상자, 올해 1위표 1표)와 함께 4위를 기록했다.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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