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그리 베스트5’ 이글스, 그들은 누구인가? ③

아마추어 / 김기웅 기자 / 2016-10-16 06: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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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김기웅 인터넷기자] 호랑이 감독이 아닌 농구 선배 박성근이 꿈꾸는 더 큰 기적

제97회 전국체육대회를 통해 스스로를 전국으로 알린 놀레벤트 이글스. 이제 더 큰 기적을 위해 꿈꾸고 있다. 그 중심에는 ‘호랑이 감독’ 박성근이 있었다. 세상에 따뜻한 이미지보다 무서운 이미지로 알려진 박성근 감독이지만 내면만큼은 따뜻함과 순수함이 가득한 사람이었다.

실업농구의 재미와 필요성을 동시에 어필한 이글스. 그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그리고 박성근 감독이 밤낮없이 뛰어다니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이글스의 향후 행보는?


올해 모든 대회를 끝마친 이글스는 가장 중요한 행사를 앞두고 있다. 그것은 바로 이글스를 떠날 선수들이 공개되는 시간이다. 오는 18일에 열리는 2016 KBL 신인 드래프트가 그것이다. 이글스에서는 김준성, 허석진, 김형준이 참가해 프로 무대에 도전한다. 이들은 앞서 열린 일반인 드래프트에 당당하게 통과해 드래프트 대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글스는 신인 드래프트 결과에 따라 현재 선수 8명에 불과한 선수중 몇몇은 팀을 떠날 것이다. 그러나 이글스는 존속이 계속 가능할 전망이다. 이글스는 신인 드래프트가 종료되는 올해 11월 중순부터 떠난 선수와 새로운 선수 영입 작업을 실시하고, 해외 전지 훈련을 떠나 그들만의 시즌을 다시 시작할 예정이다. 드래프트에서 탈락한 선수들, 또다른 은퇴 선수 및 농구에 열정이 있는 일반인들이 새로 합류해 팀을 꾸려갈 계획이다.

#제2의 이글스? 실업농구, D-리그 발전이 필수


이렇듯 놀레벤트 이글스 선수들은 저마다 아픈 사연이 있었다. 그 아픔을 노력으로 이겨내고 있는 이글스의 기적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글스에 대한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농구팬들은 더 이상 이글스를 약체로 평가하지 않는다. 무려 대학리그 챔피언을 꺾었기 때문이다. 경기 내용도 박진감이 넘쳤다. 오히려 프로농구보다 재밌는 경기였다. 경기를 본 농구팬이라면 이글스의 팬이 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박성근 감독 “팬들이 농구를 재밌게 보길 원해요? 그럼 선수들이 먼저 재밌게 해야죠”

박성근 감독과 이글스 선수들은 실업팀이 펼치는 농구가 얼마나 재미있는지도 증명했다. 화려한 플레이가 없어도 공격적이고 스피드가살아있는 농구라면 팬들이 열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24초를 다 쓰는 패턴 위주의 느린 농구를 하는 프로농구보다 이들이 보여주는 아기자기한 빠른 농구가 팬들에게는 더 재미있었다. 박성근 감독은 선수들이 자신들의 잠재력을 백분 발휘하기 위해 공격에서만큼은 자신감 넘치고, 공격적인 플레이를 우선시한다. 자율, 스피드, 자신감, 재미 농구를 지지하는 그는 이글스 선수들에게도 공격을 최우선으로 가르쳤다고 한다.

명지대에서 리딩만 보던 김준성, 프로무대에서 벤치에 주로 앉아있던 홍세용은 이글스에서 그들의 능력을 120% 발휘했다. 감독의 입가에 미소를 띠게 하는 것은 물론, 팬들의 갑작스러운 관심과 응원에 당황하기에 이르렀다.

박성근 감독 “평생을 농구만을 위해 살도록 시스템을 만들어놓고, 단 한 번 실패했다는 이유로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은 얼마나 무책임한가요?”

박성근 감독은 필자와의 인터뷰 내내 ‘실업농구의 필요성’에 대해 강하게 주장했다. 그의 말대로 청춘을 농구에 바쳤지만, 드래프트에 지명받지 못한 선수들이 재도전할 기회는 없다. 매년 단 20명이 조금 넘는 선수 외에는 강제로 은퇴해야 하는 것이 남자농구계의 현실이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프로에 지명받지 못하면 선수생활을 이어나갈 공간, 팀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청춘들은 생활체육(동호회)에서 농구를 해야 한다. 대학교 재학 중에 은퇴하는 선수들을 포함하면 가능성이 있는 수많은 선수가 프로의 문턱에서 부상, 기량저하 등을 이유로 좌절을 맛본다. 이들을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세계 최강 미국에서는 NBA 산하에 있는 D-리그뿐만 아니라 수많은 하부리그가 운영되고 있다. 아시아권에서는 필리핀, 중국, 일본뿐만 아니라 몽골에서도 2부, 3부에 이르는 하부리그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의 하부리그에는 1부리그 팀들의 산하 팀들도 있지만, 2부, 3부리그에서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팀들의 숫자가 더 많다.

따라서 KBL도 1.5군에 가까운 선수들이 활약하는 D-리그도 좋지만, 실업팀을 포함한 진정한 2부리그가 탄생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각 팀이 2군 팀을 따로 운영할 수 있도록 보유 선수의 수를 늘리고, 야구처럼 1, 2군을 완전히 분리해 엔트리를 등록해야 한다. 그리고 실업팀의 창단을 추가로 유치하고 이들의 D-리그 참가를 허용해야 한다. 2군 선수들뿐만 아니라 프로 문턱에서 좌절을 맛본 이들에게 기량을 다시 한 번 발휘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옆 동네 야구장에서는 지난 11일 KBO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에서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 출신의 황목치승이 절묘한 도루를 통해 LG 트윈스의 1-0 승리를 이끌어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이외에도 신고선수에서 메이저리그 3할타자가 된 김현수(28, 볼티모어), ‘연습생 신화’ 장종훈 등 수많은 성공사례가 존재한다.

KBL에서도 2군, 수련 선수 신화는 많다. ‘철인’ 주희정(39, 삼성)는 원주 나래의 수련 선수로 시작해 KBL의 전설이 됐고, 이중원(33, 전 KCC)도 2군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해 식스맨으로 큰 활약을 펼쳤다. 최근 고양 오리온에서 서울 SK로 이적한 김민섭(28)도 2016 KCC 프로-아마농구 최강전 부산 케이티와의 1라운드 경기에서 무려 47점을 득점하며 D-리그 신화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김민섭은 오리온에서 자리를 잡지 못해 2군에 머물렀지만, 올 시즌 SK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꽃을 피우지 못한 선수 중에서도 기회가 더 주어졌더라면 현재 KBL에서 좋은 활약을 보일 수 있던 선수가 꽤 많았을 것이다. 더 이상 아까운 유망주가 농구를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는 실업팀의 추가 창단과 더불어 하부리그 시스템이 발전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얘기다.

물론 이 모든 것을 시작하지 못하는 것은 금전적인 부분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시스템은 각 국가나 협회의 사정에 맞게 적절히 변경하면 될 일이다. 유럽의 축구리그 시스템도 프로인 1부리그부터 내려가 생활체육까지 연결돼 있다. 뿐만 아니라 비교적 최근에 시스템을 재정비한 몽골 농구도 1부리그(프로+세미프로)부터 3부리그(세미프로+생활체육)까지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많은 선수들이 농구선수의 꿈을 버리지 않아도 되는 시스템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더이상 ‘돈’은 핑계가 되지 않는다.


#농구인 박성근이 준비하는 또 다른 기적


박성근 감독은 또 다른 기적을 준비하고 있다. 이글스를 시작으로 또 다른 실업팀 창단을 추가로 준비하고 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전국을 돌며 이를 이끌어갈 기업과 지도자를 구하고 있다. 각 지자체와 기업을 돌며 예산 지원을 요청하고, 전국 각지의 체육관을 찾아다니며 사용 가능한 곳을 알아보며 ‘재도전’의 기회가 절실한 선수들을 위해 발로 뛰고 있는 박성근 감독이다. 이글스의 아버지에서 두 번째 기회를 원하는 모든 농구선수의 아버지가 되기 위해 더욱더 고생하는 길을 선택한 박성근 감독이다.

그의 꿈은 17개 모든 시도에 실업농구팀을 만들어 ‘남자 실업농구리그’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는 “한국이 농구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선수가 많아야 한다. 어린 선수들이 농구선수의 길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농구선수가 될 수 있는 길을 많이 만들어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농구를 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본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농구를 잘하는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기본기를 갖춘 시스템, 즉 한평생을 농구만을 위해 살아온 선수들을 책임질 체계적인 시스템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사진_점프볼 자료사진(한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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