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인터뷰] 최성모, 고려대 가드 거품론에 종지부 찍을까?
- 아마추어 / 맹봉주 / 2016-08-23 07:19:00

[점프볼=맹봉주 기자] 언젠가부터 고려대 출신 가드들 기사에는 심심치 않게 그들의 실력을 의심하는 댓글들이 등장하고 있다.
최근 높은 순위로 프로팀의 지명을 받은 고려대 출신 가드들이 기대만큼의 활약을 하지 못하면서 농구팬들 사이에 “고려대 출신 가드들은 프로만 가면 힘을 쓰지 못한다”는 고려대 가드 거품론이 흘러나오기도 한다.
고려대 4학년 가드 최성모(22, 187cm)도 이에 자유롭지 못하다. 그는 울산무룡고 시절부터 폭발적인 득점능력으로 주목 받았지만 대학 진학 후에는 이종현, 강상재 등에 가려지며 슬럼프를 겪기도 했다. 고려대의 두꺼운 선수층, 포스트 위주의 경기 전술 등에 적응하지 못한 탓이 컸다. 최성모 스스로도 “원맨팀에서 뛰다 팀플레이를 강조하는 팀 분위기에 녹아들지 못했다”며 힘든 시절을 되돌아봤다.
하지만 최성모는 지난해 대학리그 11.5득점으로 대학 진학 후 첫 두 자리 수 평균득점을 기록하더니 올해는 13득점 4.5리바운드 2.58어시스트로 공격 전 부분에서 발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성모의 활약 속에 올 시즌 고전이 예상됐던 고려대는 13승 무패로 대학리그 단독 선두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대학리그 4연패를 노리고 있다.
Q. 이동엽, 문성곤 선수가 프로로 가면서 올 시즌 고려대의 전력 약화를 예상하는 이들이 많았어요.
형들이 졸업하며 큰 타격을 받은 건 맞아요. 선수들 기량으로만 따지면 더 안 좋아진 게 사실이니까요. 초반엔 힘들었지만 시즌을 치르며 잘 맞아가고 있어요. 모두 공격할 줄 아는 선수들이니까요. (이)종현이가 잘 이끌어주고 있고 저희도 열심히 하고 있죠.
Q. 대학 선수들 중 스텝을 활용한 돌파 공격을 가장 잘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요. 예전 인터뷰에서 앨런 아이버슨의 드리블을 보며 실력을 키웠다는 얘기가 기억에 남아요.
확실히 아이버슨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아이버슨 드리블을 정말 많이 봤거든요. 드리블로 수비를 농락시키는 게 짜릿하더라고요. 고등학교 때는 크로스오버 공격을 많이 하기도 했어요.
Q. 반면 3점슛에 대한 지적은 대학 내내 많이 받았어요. 하지만 기록을 찾아보니 예상 밖으로 3점슛 성공률이 좋더라고요.
*최성모는 1학년(29%) 때를 제외하고는 매 학년 35%이상의 3점슛 성공률을 보였다. 올 시즌 그의 3점슛 성공률은 35%다.
제가 외곽으로 승부 보는 선수가 아니라서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것 같아요. 3점을 많이 던지는 편은 아니니까요. 개인적으로 돌파를 선호하기도 하고 돌파를 해야만 (이)종현이와 (강)상재에게 찬스가 더 많이 나니까요.
Q. 개인기를 이용한 공격은 뛰어나지만 동료를 활용하는 능력은 떨어진다는 얘기도 있어요.
앞으로 바꿔 나가야하는 부분이에요. 제가 고등학교 때 어시스트보단 득점을 많이 올리는 선수였잖아요. 대학 와서 스타일을 바꾸려니 쉽지 않더라고요. 동료들의 기회를 많이 보려고 하면 오히려 공격이 안 풀려요. 너무 주려고만 하니 제 공격이 안 되더라고요. 같은 찬스가 나면 제가 직접 마무리를 하는 게 성공확률이 높아 패스보다는 득점에 치중하고 있어요. 바꿔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Q. 고려대는 이종현-강상재가 버티는 골밑 공격이 주를 이루는 팀이에요. 앞선에도 뛰어난 선수들이 많지만, 팀 전술상 빅맨들에게 주목이 더 가는 게 사실이에요. 주전 가드로서 불만이 있을 것도 같은데요.
불만은 없어요(웃음). 다만 외곽이나 앞선 중심의 농구를 펼치는 다른 팀들과 달리 우리는 골밑에 공을 넣고 공격을 시작하잖아요. 그로 인해 플레이가 제한되는 건 있죠. 드라이브 인을 칠 때도 안쪽에 선수들이 밀집해 있어서 들어가기가 쉽지 않고요. 불만은 없지만 이로 인해 제 평가가 안 좋아질 때 억울하긴 하죠.
Q. 고려대에 오고 나서 지난해까지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들었어요.
1, 2학년 때 정말 힘들었죠. 고려대는 매년 잘하는 선수들이 올라오니까, 그 안에서 경쟁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또 원맨팀에서 농구하다 팀플레이를 하니 힘들었죠. 매일 30득점 넘게 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평균 7득점을 하니 적응이 안 되더라고요. 저 스스로 실망도 많이 하고 자신감도 떨어졌어요. 그럴 때일수록 잘해야겠다는 생각보단 배워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Q. 지금은 괜찮은가요?
작년에 많이 극복했어요. 작년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뛰었거든요. 시즌 들어가기 전에 이번에 안 되면 농구를 관둬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잘 풀려서 다행이에요. 지금 삼성에 있는 (이)동엽이 형이 도움을 많이 줬어요. 특히 1, 2학년 때 적응을 못해 헤맬 때 저의 마음을 이해해주고 이끌어줬죠. 지금도 동엽이 형이랑 자주 연락해요. 좋은 말을 많이 해주죠. 저의 멘탈을 잘 잡아줘요(웃음).
지난 22일 삼성트레이닝센터(STC)에서 이동엽을 만날 일이 있었다. 이동엽에게 최성모의 이런 얘기를 건네주자 “(최)성모는 제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청소년 대표팀에서 처음 봤어요. 선후배보다는 형, 동생하는 사이에요. 서로 농구 얘기도 많이 하고 농구 외적인 대화도 자주하죠. 성모가 힘들어할 땐 그냥 제 얘길 해줬어요. 저도 고려대 와서 초반엔 팀에 적응하지 못해 힘든 시기를 보냈었거든요”라고 대답했다.
Q. 만약 중위권 팀으로 갔으면 상황이 달라졌을까요?
약팀에 갔으면 제가 하고 싶은 플레이를 했겠죠? 평가도 좋아졌을 것 같아요. 부담도 없고요. 고려대는 매일 1등을 하니까 이겨야한다는 부담감이 있어요. 한 번 지기라도 하면 그 데미지가 엄청나죠. 하지만 팀플레이, 조직력 등 강팀에서만 배울 수 있는 것들도 있어요. 뭐든지 장단점이 있는 거죠.
Q. 평소 본인 기사에 달리는 댓글들은 보는 편인가요?
(질문이 끝나자마자)“고려대 가드는 거품이다.”, “믿고 거르는 고려대 가드.”같은 댓글들이요? 그런 댓글들은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파요. 고려대 가드가 맥주도 아니고(웃음). 다른 대학 출신 가드도 못하는 선수가 많은데 유독 고려대 출신 가드들에 대한 잣대가 높은 것 같아요. (박)재현이 형 (이)동엽이 형이 그런 평가를 바꿀 거라 생각해요. 저 역시 잘해야 하고요.
Q. 이종현, 강상재에 의존하는 고려대 농구의 특성 때문에 고려대 가드들이 프로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어요.
그건 핑계에요. 어떻게 보면 저희 농구가 프로농구와 비슷하죠. 우리가 (이)종현이, (강)상재에게 공을 주고 골밑 중심의 농구를 하는 것처럼 프로도 골밑의 외국선수들에게 공을 주고 공격을 시작하잖아요.
Q. 주위 사람들에게 최성모 선수에 대해 물어보면 모두 “소심하다”라는 답변이 돌아오더라고요.
대학 와서 소심해졌어요. 원래 진짜 장난기 많은 아이였는데 1, 2학년 때 너무 안 되다 보니 조용해졌죠. 농구외적으로 소심하진 않아요. 무서운 놀이기구나 귀신의 집도 잘 들어가고요. 무서움이 없는 편이죠. 하지만 농구할 때만큼은 달라요. 제 생각대로 풀리지 않으면 소심해져요.
고려대 강병수 감독은 최성모에 대해 “많이 늘었고 항상 열심히 하는 선수에요. 평소에 장점인 스피드를 살려서 플레이를 하라고 주문하고 있어요. 프로에 가서도 잘할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성격이 조금 소심해요”라고 평가했다.
최성모가 신입생 때 고려대 4학년 최고참이었던 전주 KCC의 김지후는 최성모와 얽힌 재밌는 에피소드를 들려주기도 했다.
“(최)성모는 엄청 조용했어요. 반면에 저는 장난을 많이 거는 편이었죠. 한 번은 제가 장난으로 성모의 휴대폰을 뺐었는데 엄청 화를 내서 바로 돌려준 기억이 나요. 농구 실력적으로 성모는 지금 잘하고 있어요. 슛만 조금 보완한다면 프로에 와서 더 잘하지 않을까요. 슛이 처음엔 좋아졌다가 흔들리는 거 같더라고요.”
KBL 신인드래프트가 얼마 남지 않았어요. 프로에 가면 어떤 선수가 되고 싶나요?
NBA의 스테판 커리, 카이리 어빙처럼 화려한 개인기와 공격농구로 팬들을 즐겁게 하고 싶어요. 외국선수들 앞에서도 기죽지 않고요. 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지만 시도는 해보고 싶어요. 우리나라에 외국선수 달고 뛰는 선수는 거의 없잖아요. KBL도 많이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보는 맛도 있고, 시원하게 블록 당하면 자존심은 구겨지지만 그러면서 배우는 거 아닐까요? 신체조건 좋은 (최)준용이가 이럴 때는 부러워요. 제가 10센치만 더 컸어도 마음 놓고 외국선수 앞에서 인유어페이스 덩크슛을 했을 거에요. 국내 선수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거든요. 되든 안 되든 시도는 해보려고요.
정기전, 대학리그 등 아직도 남아있는 중요한 경기들이 많이 있어요. 마지막 대학생활인만큼 어느 때 보다 각오가 남다를 것 같은데요.
남은 경기 항상 이기려 노력할 거에요. 고려대는 고려대잖아요. 고려대다운 모습을 보여 줄 겁니다. 그게 남은 대학 기간을 임하는 제 각오에요. 좀 더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재밌는 농구를 보여주고 싶어요. 기회가 오면 마음껏 개인기를 펼칠 생각이에요.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요?
2가지가 있어요. 첫째는 요즘 인터뷰 때 기자분들이 프로에서 어떤 포지션으로 뛰고 싶은지 자주 물어보는데 제가 제대로 대답을 못한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어떤 매체는 “최성모, 1번으로 자리 잡겠다"고 하고, 또 다른 매체에서는 "2번으로 뛰겠다"라는 기사가 나오더라고요. 여기서 정확히 말하면 저는 2번 성향의 선수에요. 2번으로 뛸 때가 편해요. 다만 프로에 가면 어떻게 될지 모르니 1번 연습을 하고 있어요. 한 마디로 2번이 더 편하지만 1번도 마다하지는 않습니다. 마지막으로는 항상 저에게 힘이 되어주는 고려대 서포터즈들과 농구 팬들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어요.
사진_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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