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지금] FIBA와 유로리그, 새 대회 놓고 눈치싸움 시끌

해외농구 / 이민욱 기자 / 2016-05-01 03: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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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이민욱 칼럼니스트] 최근 유럽농구는 대규모 농구리그의 출현으로 기대와 우려의 시각이 공존하고 있다.


국제농구연맹(FIBA)은 지난 3월 21일, 축구에서 모티브를 따 챔피언스 리그를 출범했다. FIBA 유럽은 그동안 ‘유럽컵(Europe Cup)’이라는 대회를 운영해왔으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장 규모를 키우고자 ‘챔피언스 리그’라는 새로운 리그를 만들었다. 농구팬들에게 볼거리를 조금이나마 더 제공하고자하는 의도와 시도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이미 유럽에는 챔피언스 리그 못지않은 전통과 인기의 ‘유로리그(Euro League)’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유로리그와 유로컵(Euro Cup)을 주관하는 ‘‘유럽농구리그 연합(ULEB, Union of European Leagues of Basketball)’는 FIBA가 자신들의 영역을 침범했다는 생각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름만 다를 뿐 실질적인 지향점이나 포맷이 모두 비슷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려는 것처럼 보인다는 의미다.


그래서일까, ULEB 소속팀들은 FIBA 챔피언스 리그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아직은 유로리그와 유로컵에 나서겠다는 팀이 더 많다. 토니 파커(샌안토니오 스퍼스)가 부회장으로 있는 프랑스 프로팀 아스벨도 유로리그에 참가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냉정히 따져보면 FIBA는 ULEB의 상급 단체다. 모든 농구선수들에게 ‘선수’로 뛸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는 기구가 바로 FIBA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제대회와 국가대표팀 등 가장 큰 힘을 갖고 있는 단체가 FIBA이기에 각 국 농구협회는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즉, 농구협회와 프로팀의 의견이 엇나가고 있다고 해석하면 된다.


그래서인지 안드레이 키릴렌코(前 유타 재즈)가 회장을 맡고 있는 러시아 농구협회는 챔피언스 리그 출전에 대해 열린 태도를 취하고 있다. 키릴렌코는 지난 1월 러시아 언론 인터뷰에서 “러시아 프로팀들이 스스로 운명을 결정해야 한다”고 전제를 붙이면서도 FIBA측을 따르길 바라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CSKA 모스크바는 유로리그에 계속 머물기를 원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로코모티브 쿠반과 힘키 모스크바 같은 팀들이 유로컵에 출전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FIBA의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는 것도 매력적으로 보인다.” 키릴렌코 회장의 말이다.


키릴렌코 회장이 왜 이런 말을 할 수밖에 없는지는 지난 3월 21일자 「유로후프스(Euro Hoop)」 기사를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이 매체의 아리스 바카스 기자는 “유럽 프로팀들이 FIBA 챔피언스 리그에 반감을 보일 경우, 유로리그 에 출전하는 팀이 속한 국가의 국가대표팀에 불이익을 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결속력을 다지고 있는 유로리그



그런데, 키릴렌코 회장의 생각과는 달리 대부분의 유럽의 프로팀들은 유로리그 측과 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 한다. 유로리그가 더 전통이 있고 흥행이 잘 될 뿐 아니라, 조직적인 면에서도 더 잘 관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로리그의 경우 마케팅 및 홍보 방식을 미 프로농구(NBA)로부터 가져오면서 세계 팬들의 접근성을 강화했다. 유로리그 파이널 포(Final Four)는 유럽 농구팬 및 농구인들에게는 최대 행사로 자리했다. 이 기간 중에는 각 국 지도자들도 세미나와 클리닉을 가질 정도다. 결정적으로 타이틀스폰서인 터키 항공으로부터 엄청난 지원을 받고 있다.


덕분에 유로리그는 NBA뿐 아니라 아시아, 남미지역의 프로리그와도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세계화에도 성공했다.


최근 유로리그는 챔피언스 리그에 대항해 결속력을 다지기 위해 새로운 유형의 리그 모델을 공개했다. A-라이센스를 갖고 있는 11팀에 대해서는 10년간 자동출전을 허용한 것이다. 이들은 자국리그의 성적과 관계없이 유로리그에 나오게 된다. 모두 레알 마드리드, 파나시나이코스, 잘기리스 카우나스, 아르마니 밀란, 라보랄 쿠차 빅토리아, 마카비 텔 아비브, 바르셀로나, 페네르바체, CSKA 모스크바, 올림피아코스 등 유럽에서는 내로라하는 명문들이다. (축구팀 아니다.)


또 다른 팀들은 유로리그와 유로컵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아예 “3시즌 동안 출전하겠다”는 내용에 합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언급된 11팀 정도는 아니더라도 자국 리그에서 무시할 수 없는 전력의 팀들이다. (바이에른 뮌헨, 알바 베를린, 발렌시아, 우니카하, 갈라타사라이, 레트보스 리타스 등)


사실, 달리 보면 이런 결속력 강화가 ‘폐쇄적’이라는 비판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늘 나가던 팀들만 나가게 되면 신선함도 떨어지고, 무엇보다 유로리그나 유로컵에 못나가는 팀들의 이탈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유로리그 CEO 조르디 베르토뮤는 유로리그와 유로컵에 출전하는 팀수를 늘리고, 기회를 확대하는 모델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유로리그나 유로컵에 참가하는 모든 팀들은 이 대회에서 발생한 모든 소득을 공유하기로 합의했다”고도 말했다. FIBA 챔피언스 리그의 등장 덕분에 조금 더 프로다운 시스템을 갖추게 된 것이다.


‘돈’으로 생각해봐도, FIBA 챔피언스 리그는 레알 마드리드나 CSKA 모스크바를 유혹할 만한 매력이 부족하다. 「유로후프스」는 “FIBA 챔피언스 리그 팀들이 배분을 받는 금액은 1억 7천만 원에서 1억 8천만 원 수준이지만, 유로리그 참가팀들은 30억~31억씩을 배당 받는다”라고 전했다.




챔피언스 리그가 가야 할 길


그렇다고 아예 챔피언스 리그가 소외만 받다 끝날 것 같진 않다. 그 와중에도 새 리그 출범을 지지하는 프로팀도 있기 때문이다. 또 양다리 아닌 양다리를 거치는 리그도 있다. 스페인 리그가 대표적이다. 4월 4일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스페인리그 총회에서 스페인 1부 리그 18팀은 유로리그와 챔피언스 리그를 선택하는 선거를 진행했다. 당시 14팀이 유로리그 쪽에 손을 들어주는 압도적인 결과가 나오긴 했지만, 최종적으로는 “기회가 된다면 챔피언스 리그에 나가도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도출되기도 했다.



궁극적으로는 챔피언스 리그와 유로리그, FIBA와 ULEB는 공존할 수밖에 없는 관계다. 서로 대화를 통해 교통정리를 해야 한다.


아직까지는 그런 움직임이 안 나타나고 있다. FIBA의 패트릭 바우만 사무총장은 “유로리그가 FIBA의 챔피언스 리그 계획과 관련해 아무것도 제시하지 않았다. 또한 유로리그는 계속 대화에 응해주지 않고 있다” 라며 유로리그를 비난했다. FIBA 카밀 노박 전무이사도 적대적인 감정을 드러냈다. “우리는 지난 여름 유로리그와 진정한 파트너십을 포함한 구체적인 제안을 했지만 유감스럽게도 거부당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유로리그의 제안을 기다리고 있고 현재의 상황을 해결하고 싶다.”


하지만 유로리그 측 이야기는 전혀 다르다. “유로리그에 무슨 악감정이 있는 것 같다”라고 말한다. 베르토뮤 CEO는 “바우만 사무총장이 유로리그의 제안에 회의적이었다”라고 회고한다. 그 제안은 바로 ‘공동 진행’과 관련된 프로젝트였다.


일단은 이렇게 감정의 골이 깊어진 상황을 정리하고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과연 평행선을 걷고 있는 두 단체의 경쟁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궁금하다.


# 사진=FIBA, 유로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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