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 위해” 밀려나듯 물러나는 여자농구 레전드들
- 여자농구 / 곽현 / 2016-04-22 10:51:00

[점프볼=곽현 기자] 여자농구 간판스타라고 할 수 있는 청주 KB스타즈 변연하(36, 180cm)가 21일 은퇴 의사를 밝혔다.
변연하는 1999년 프로 데뷔 이후 여자농구 간판슈터로서 소속팀 뿐 아니라 국가대표로서 수차례 명장면을 만들어낸 레전드다.
변연하의 은퇴 소식이 알려지고 난 후 “예상하지 못 했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그도 그럴 것이 변연하는 아직 경쟁력을 잃을 만큼 기량이 하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변연하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 평균 9.1점 4.3리바운드 5.3어시스트 1.6스틸을 기록했다. 외국선수를 제외하고 팀 내 국내선수 중 강아정에 이어 득점 2위, 리바운드 2위, 스틸 2위, 어시스트는 리그 1위였다. 팀을 이끄는 에이스이자 게임메이커였다.
KEB하나은행과의 플레이오프 3차전은 변연하의 선수 인생 마지막 경기가 됐다. 은퇴를 생각하고 있던 그녀도 마지막 경기가 될 수 있음을 직감했을 것이다.
변연하는 3점슛 5개를 터뜨리며 25점 9리바운드 6어시스트 3스틸로 펄펄 날았다. 도저히 은퇴를 앞둔 선수의 플레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은퇴 경기에서 60점을 넣은 NBA스타 코비 브라이언트처럼 말이다. 변연하의 별명이 바로 ‘변코비’였다.
사실 여자농구에선 변연하처럼 명백한 기량 하락이 아님에도 은퇴를 한 선수들이 많다. 올 해 은퇴한 이미선 역시 지난 시즌 팀 젊은 선수들을 키운다는 명목 아래 의도적으로 출전시간을 줄였고, 이번 시즌 은퇴를 했다. 여전히 코트를 보는 시야, 패스, 스틸 능력에 있어 경쟁력이 있다. 그럼에도 은퇴를 택했다. 신정자 역시 지난 시즌 팀 국내선수 리바운드 1위였다. 아직 은퇴를 하기엔 아까운 기량이다.
2013년 은퇴한 박정은 전 삼성생명 코치도 그랬다. 평균 9.7점으로 명백한 팀 에이스 역할을 했다. 2012년 은퇴한 정선민 신한은행 코치도 경기당 16.2점으로 국내선수 득점 2위에 오를 만큼 녹슬지 않은 기량을 자랑했다. 정 코치는 이후 중국리그에 진출해 소속팀 산시를 우승으로 이끌기도 했다. 여전히 뛸 수 있는 기량임에도 은퇴를 했다는 명백한 증거다.
이들이 이처럼 석연찮은 은퇴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은퇴선수들의 인터뷰를 보면 공식적으로 나오는 레퍼토리가 있다. “후배 선수들의 길을 열어주기 위해”, “물러날 때가 됐다” 등이다.
사실 30대 후반의 노장들이 여전히 리그 정상급 기량을 유지하고 있는 현 여자프로농구는 기형적인 부분이 많다. 밑에 선수들이 치고 올라와 선배들의 자리를 노리는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는다.
리그 판도를 흔드는 신인들이 등장하고, 선배들이 후배들의 성장에 긴장하는 남자프로농구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전반적으로 고참 선수들이 물러나주길 바라는 리그 내 분위기도 존재한다. 농구 관계자들 사이에선 “고참들이 은퇴를 해야 밑에 선수들이 빨리 큰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온다. 직간접적으로 고참들의 은퇴를 종용하는 것이다.
여자농구 세대교체가 더디다는 주위 여론도 많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이 고참들이 은퇴를 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인위적인 세대교체일 뿐이다.
그보다 여자농구 저변을 확대할 수 있도록 시스템에 손을 대야 한다. 유소년들의 숫자를 늘리고, 대학팀 창단, 프로팀 창단 등으로 여자농구 선수들의 비전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능력 있는 후배들이 선배들의 자리를 대신하고, 선배들은 몸이 따라주지 않음을 느낄 때 은퇴를 선택하는 자연스런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 프로는 실력으로 말한다. 잘 하는 선수들이 살아남는 것은 불변의 진리다.
오히려 오랜 시간 몸 관리를 잘 하고 후배들에게 모범이 될 수 있는 선수들은 격려해주고, 마무리를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배려가 필요하다.
현재 분위기는 기량이 여전함에도 후배들의 자리를 마련해주기 위해, 리빌딩을 위해 떠밀리듯 은퇴하는 경향이 짙다.
그러기에 팬들의 아쉬움이 더 큰 것이다. 여자농구를 빛냈던 선수들의 뒷모습에서 씁쓸함이 남는 이유다.
#사진 – 유용우, 문복주 기자
[ⓒ 점프볼.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곽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