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유타 재즈의 ‘역사’ 칼 말론 & 존 스탁턴에 헌정되었던 올스타 레전드 브런치
- 해외농구 / 이호민 기자 / 2023-02-20 15:12:00

[점프볼=유타(미국)/이호민 통신원] 매년 NBA 올스타 주간 마지막 날 오전에는 레전드 브런치가 성대하게 열린다.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서있는데, 바로 앞에 2미터는 족히 넘는 장신 할아버지가 아들과 손자를 동반하고 기다라고 있었다. 심상치 않아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는데, 알고 보니 1980~90년대에 뛰었던 빅맨 프레드 로버츠였다.
브리검영 대학 출신으로 리그에서 14년 가까이 뛰고 은퇴한 후 다시 유타에 정착한지 상당기간이 흘렀다며, 올스타 주간의 백미가 레전드 브런치라고 들어서 식구들과 참관을 왔다는 것이다. 이렇듯 초대형 컨퍼런스 홀을 거닐다 보면 수많은 은퇴선수를 마주칠 수 있는 공간이 바로 레전드 브런치다.

‘NBA 공식 동창회’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텐데, 늘 자리를 빛내던 고(故) 빌 러셀의 부재가 크게 느껴졌던 하루였다. 러셀을 위한 묵념의 시간이 있었는데, 단순한 침묵 이상의 무게가 행사장을 가득 채웠다. 카림 압둘-자바는 14세 유망주였을 때 처음 러셀을 만났던 인연부터 시작해서, 수십년이 지난 후에야 어렵사리 유년시절 우상에게 사인을 해달라며 부탁했던 에피소드를 공유했다. 그 위대한 스카이 훅슛의 대명사조차도 겨우 사인부탁이라니 조금이나마 슈퍼스타들에게 러셀이 얼마나 큰 인물인지 느낄 수 있었다.
2020년에 별세한 유타 재즈의 기둥, 마크 이튼의 가족석을 향해서도 박수가 이어졌고, 연이어 은퇴선수협회과 리그 사무국의 앰바서더로 왕성하게 활동한 고(故) 밥 레니어(2022년 5월 별세)의 이름을 딴 지역사회 공로상 수상이 이어졌다.
공로상의 수상자는 올해 명예의 전당 헌액 파이널리트로 선정된 파우 가솔이었다.
LA 레이커스 선후배 카림 압둘-자바, 메타 샌디포드-아테스트 등과 함께한 가솔은 의사 집안에서 자라나, 봉사하는 마음의 중요성을 교육받았다고 말했다. 농구를 통해 쌓은 지위와 영향력을 선하게 행사하는데 늘 힘쓰고 싶다는 고백이 진정성있게 다가왔다.
레전드 브런치는 개최도시의 레전드를 기리는 자리이기도 한데, 홈타운 레전드(Hometown Legend) 상은 NBA 통산 어시스트와 스틸 1위 기록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존 스탁턴이 수상하게 되었다. 손자와 함께 가족석에 앉아 인자한 할아버지의 모습을 하고 있는 레전드를 보며 30년이 지난 세월을 체감할 수 있었다.

자칭 촌동네 출신 단신 가드를 지명했을 때 유타 홈팬들의 싸늘한 반응을 몸소 체험했다는 농담으로 스피치를 시작한 스탁턴은 오랫동안 모신 스승 제리 슬로언 감독을 떠올리며 한동안 울먹거리며 말을 잇질 못했다. 손자의 힘내라는 손짓을 보고는 이내 정신을 차리며 겨우겨우 수상소감을 마쳤다.
‘올해의 레전드(Legend of the Year)’로는 칼 말론이 선정되었다.
말론을 소개하는 빌 월튼의 화려하고도 막힘없는 언변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온갖 미사여구로 한껏 고조된 축제 분위기는 ‘우체부’의 진솔한 고백으로 이내 감동의 현장으로 전환되었다.
귀빈으로 초대된 쥴리어스 어빙을 가리키며 본인이 등번호로 32번을 선택하게 된 이유라며 추켜세우며 자신의 우상에게 먼저 영광을 돌렸다. 루이지애나 농장에서 돼지를 키우고 허드렛일을 도우며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던 과거를 밝히며, 평생 가족을 위해 희생한 어머니와 가까이 지내기 위해 루이지애나 테크 대학교로 진학했다는 에피소드도 전했다.
스탁턴과 마찬가지로 슬로언 감독을 기렸고, 마지막으로는 영혼의 단짝 존 스탁턴을 가리켰다. 한없이 부족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친구를 넘어선 진정한 소울메이트로 인생의 동반자가 되어주어서 너무나도 고맙다는 진심어린 고백에 말론과 청중들 모두 눈시울을 적셨다. 말은 사람을 짓누르기도 하지만 되살리는 힘도 있는데, 스탁턴의 조언과 격려는 늘 후자의 효과가 있었다며 진심을 가득담은 감사함을 전했다.

이와 같이 농구 기술적인 호흡을 넘어서 정신적인 교감과 일체감이 있었기에 유타 재즈가 스몰마켓 한계를 뛰어넘고 서부지구 강호들을 격파하고 결승에 두차례나 오를 수 있었구나 싶었다.
재미도 있었지만 의미도 있고 유달리 감동적이었던 올스타 브런치. 공식행사가 끝나고 삼삼오오 모여 근황을 나누며 추억에 잠기는 지난 날 영웅들의 뒷모습은 왠지 모를 깊은 여운을 남겼다.
#사진= 이호민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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