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짧은 기간에 이룬 비약적인 성장, 아시아 넘버원으로 올라선 일본 B리그

매거진 / 조영두 기자 / 2026-08-15 06: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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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조영두 기자] “일본? 거길 왜 가. 우리나라보다 못한 나라잖아.”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국내 농구인들에게 쉽게 들을 수 있는 말이었다. 그러나 짧은 시간 사이에 많은 것이 바뀌었다. 2016년 출범한 일본 B리그는 실력과 인기를 동시에 잡으며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그 결과 이제는 아시아 넘버원 리그가 됐다. 국내에서도 B리그를 보는 시선이 많아 달라졌다. 출범 10주년을 맞은 B리그는 새 시즌 프리미어리그로 새롭게 변화한다. 이제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가 주목하는 리그가 됐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 매거진 점프볼 8월호에 게재됐습니다.

B리그 출범 배경
일본프로농구의 역사는 길지 않다. 2001년 일본농구협회 산하 JBL이 출범했다. 프로가 아닌 실업리그 색깔이 강했다. 프로가 되기에는 야구, 축구에 크게 밀렸고, 지역 연고 개념도 약했다. 따라서 대부분 팀들이 프로화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2005년 프로화를 원하는 팀들이 독립해 bj리그를 창설했다. 이 때문에 일본농구는 JBL과 bj리그가 동시 존재하는 기형적인 구조가 됐다. 이를 FIBA(국제농구연맹)에서 가만두지 않았다. 국가마다 하나의 협회, 하나의 최고 리그 체제를 원칙으로 봤기 때문. FIBA는 일본농구협회에 여러 차례 개선을 요구했지만 바뀌지 않았고, 2014년 국제 자격 정지 제재를 가했다. 이로 인해 국제대회 참가, 국제 업무, 협회 운영 등에 큰 제약이 생겼다.

위기감을 느낀 일본은 개혁에 나섰다. 리그 통합과 더불어 협회 정상화, 프로리그 재편, 지역 밀착형 구단 육성에 초점을 맞춰 2016년 B리그가 출범했다. 1부 리그인 B리그와 B2(2부 리그), B3(3부 리그)로 나뉘었다. FIBA가 이를 인정하면서 일본은 국제 자격을 다시 회복했다. B리그는 단순히 JBL과 bj리그를 통합한 것이 아닌 운영 방식 자체를 바꿨다. 지역 연고 중심 구단 운영, 엄격한 라이선스 제도, 재무 건전성 심사, 마케팅과 중계권 통합, 체육관 기준 강화 등을 내세웠다.

B리그 출범 이후 일본농구는 빠르게 성장했다. 리소나 그룹이 타이틀 스폰서로 나섰고 자동차, 금융, IT, 건설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구단을 후원하고 있다. 각 구단들은 유니폼, 코트, LED 광고 등을 통해 스폰서 수익을 꾸준히 늘리는 중이다. 이 돈을 투자하면서 자연스럽게 리그의 규모도 커졌다. 카와무라 유키의 NBA 진출, NBA리거 와타나베 유타의 치바 제츠 입단 등도 흥행 요소 중 하나였다. 일본이 2023 FIBA 농구 월드컵에서 선전하며 2024 파리 올림픽 본선에 진출한 것도 긍정적인 요인이었다.

출범 첫 시즌이었던 2016-2017시즌 평균 2777명이었던 관중 수는 2024-2025시즌 평균 4912명으로 증가했다. 총 입장 관중은 484만 5109명으로 출범 후 처음 480만 명을 돌파했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2025-2026시즌 총 입장 관중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2024-2025시즌 1부 리그와 2부 리그의 구단 영업 수익 합계는 651억 엔(약 5993억 원)으로 2023-2024시즌 552억 엔(약 5082억 원)에서 약 18%가 증가했다. 특히 입장 수입이 33%나 올랐다. 최고 매출 구단은 치바다. 2024-2025시즌 B리그 역사상 최초로 연매출 40억 엔(약 368억 엔)을 돌파했다. 새로운 홈 구장 라라 아레나 도쿄 베이에 많은 관중이 몰리면서 얻은 성과였다.

B리그 프리미어로 새롭게 출범

2026년 출범 10주년을 맞이하는 B리그는 또 한번의 변화를 시도한다. 프리미어리그가 새롭게 도입된다. 1부, 2부, 3부 리그의 명칭을 B리그 프리미어, B리그 원, B리그 넥스트로 변경한다. 또한 승강제가 폐지된다. 성적과 별개로 매년 연맹의 라이선스 심사에 따라 B리그 프리미어 팀이 정해진다. 기준은 평균 관중 4000명 이상, 연매출 12억 엔(약 110억 원) 이상, 5000석 이상의 홈 구장 보유, 유스팀 운영 등이다. 구단 운영 경영력과 시설 인프라 중심의 확장 리그가 목적이다. 지난 시즌 B리그 소속이었던 코시가야 알파스, 파이팅 이글스 나고야, 라이징 제퍼 후쿠오카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B리그 프리미어에서 제외됐다. 대신 도야마 그라우지스, 신슈 브레이브 워리어스, 고베 스토크스가 새롭게 합류했다.

B리그 프리미어 2026-2027시즌은 26팀을 13팀씩 동부 지구, 서부 지구로 나눈다. 팀당 정규리그 60경기를 치르며 지구별 상위 3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 나머지 팀 중 승률이 가장 높은 2팀이 와일드카드 자격으로 플레이오프에 나설 수 있다. 플레이오프는 쿼터 파이널(8강), 세미 파이널(4강), 파이널로 치러진다. 쿼터 파이널과 세미 파이널은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3판 2선승제로 열린다. 파이널에는 변화가 있다. 지난 시즌까지 중립 체육관에서 3판 2선승제로 치러졌다. 하지만 올 시즌부터는 홈&어웨이 5판 3선승제로 바뀌었다. 따라서 홈코트 이점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변화는 샐러리캡 도입이다. B리그에 샐러리캡이 도입된 건 올 시즌이 처음이다. 총 선수 연봉 기준으로 하한 5억 엔(약 46억 원), 상한 8억 엔(약 73억 원)이다. 지나친 투자 경쟁 방지, 구단들의 최소 투자 보장, 선수 처우 개선, 리그 전체 경쟁력 향상을 목표로 샐러리캡을 도입했다. 샐러리캡을 맞추기 위한 구단들의 머리싸움도 흥미롭게 전개되고 있다.

외국선수 규정도 바뀐다. 지난 시즌까지 B리그는 외국선수 3명 보유에 2명 출전이 가능했다. 여기에 아시아쿼터 또는 귀화선수가 같이 뛸 수 있다. 이번 시즌부터는 외국선수 3명과 아시아쿼터 또는 귀화선수의 동시 출전이 가능하다. 구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코트 위 외국선수 제한을 폐지한 것이다. 자국선수들의 입지가 좁아진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지만 B리그는 팬들에게 더 높은 경기력을 보여주기 위해 외국선수 규정을 완화했다.

마지막으로 눈에 띄는 건 드래프트 제도 신설이다. 그동안 B리그는 대학생이나 고교 졸업 예정 선수가 원하는 구단과 직접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쉽게 말해 자유계약 제도였다. 그러나 재정과 성적이 좋은 팀에 유망주들이 몰리는 현상이 발생했다. 강팀은 계속 강해지고, 약팀은 좋은 신인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B리그는 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선수 배분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드래프트 제도를 신설했다. 2026년과 2027년에는 참가 구단 모두 동일한 확률의 추첨으로 지명 순서를 결정한다.

올해 1월 열린 첫 번째 드래프트에서는 야마자키 이부가 전체 1순위로 썬로커스 시부야(현 도쿄 썬로커스)에 입단하는 등 11명이 지명을 받았다. 2028년부터는 플레이오프 진출 실패 팀이 우선이며, 하위 팀일수록 높은 추첨 확률을 받게 된다. 다만, 구단이 직접 육성한 유스 선수는 드래프트 전에 먼저 계약할 수 있다. 계약되지 않은 선수는 드래프트 참가가 가능하다. 유스 선수 육성과 드래프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한 조치라고 볼 수 있다.

올 시즌 B리그 누빌 코리안리거는?

그동안 B리그 무대를 밟았던 코리안리거는 양재민(전 이바라키), 이현중(전 나가사키), 이대성(전 미카와), 박재현(전 니가타)까지 4명이다. 하부 리그로 범위를 넓히면 B2 천기범(전 후쿠시마), 이정제(전 도쿄 Z), 김민욱(니가타), 이종현(야마가타), B3 전형준(전 이와테), 장문호(전 카가와), 박세진(전 야마구치), 정희현(전 쇼난)이 있다. 부천 하나은행 이상범 감독은 2023-2024시즌 B2 소속이었던 고베에서 수석 코치를 역임했다.

최초 B리거는 양재민으로 2020년 신슈에 입단했다. 그는 신슈와 더불어 우츠노미야 브렉스, 센다이 89ERS, 이바라키 로보츠에서 6시즌을 뛰었다. 지난 시즌 이현중은 나가사키 벨카의 파이널 우승을 이끌며 챔피언십 MVP를 수상하기도 했다. 시즌 종료 후 열린 시상식에서도 3점슛상, 아시아 특별상(아시아쿼터상), 베스트5를 받으며 최고의 아시아쿼터로 우뚝 섰다.

올 시즌 B리그에는 5명의 코리안리거가 출격을 기다리고 있다. 먼저, 지난 시즌 부산 KCC 우승 주역 중 한 명인 송교창이 B리그 프리미어 소속 오사카 에베사 유니폼을 입었다. 200cm의 장신에 빠른 스피드와 돌파, 뛰어난 수비력 등 장점이 많기에 일본에서도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2004년 창단한 오사카는 bj리그 시절 3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시즌에는 23승 37패, 서부 지구 9위에 그쳐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2023-2024시즌에는 이현중과 숀 롱이 뛰기도 했다. 현재 오사카는 후지타 히로키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다. 후지타 감독은 센다이 사령탑 시절 양재민을 지도하기도 했다. 송교창을 오사카로 데려오며 또 한명의 한국선수와 인연을 맺게 됐다.

B리그 원에는 3명의 한국선수가 있다. 이종현은 야마가타 와이번스와 재계약을 맺으며 또 한번 일본 무대를 누빈다. 2024-2025시즌 후 KBL에서 은퇴한 이종현은 야마가타에 입단,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지난 시즌 야마가타에서 주전과 벤치를 오가며 46경기 평균 21분 27초 동안 4.7점(야투율 48.2%) 3.7리바운드 1.2어시스트 0.5스틸 0.8블록슛을 기록했다. 시도 자체가 많았던 건 아니지만, 준수한 3점슛 성공률(17/38, 44.7%)도 남겼다. 그는 야마가타와 한 시즌 더 함께하기로 하며 일본에서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고려대 4학년 유민수는 2026 KBL 신인선수 드래프트 참가 대신 해외 무대 도전을 선택했다. 행선지는 가고시마 레브나이즈다. 가고시마는 2016년 B리그 출범 후 줄곧 B2에 머물렀다. 지난 시즌 28승 32패로 서부 지구 4위에 올랐고, 와일드카드 자격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하지만 쿼터 파이널에서 고베 스토크스에 1승 2패로 패해 시즌을 마감했다. 유민수는 201cm의 신장에 뛰어난 운동능력을 갖춘 장신 포워드 자원으로 복수의 팀들이 관심을 가졌다. 그는 가고시마를 선택하며 KBL 대신 B리그에서 프로 커리어를 시작하게 됐다.

턴오버 출신으로 잘 알려진 정희현도 B리그 원에서 뛴다. 2020년, 2021년 KBL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2024년 당시 B3 소속이었던 쇼난 유나이티드 BC와 계약했다. 쇼난에서 두 시즌을 보낸 그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기후 스웁스에 입단했다. 2003년 창단한 기후는 B3에서 머물다 올해 B리그 원으로 승격했다. 따라서 정희현은 처음으로 2부 리그에서 뛰게 됐다. 203cm의 신장을 가진 빅맨 자원으로 기후의 높이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지난 시즌 후쿠이 블로윈즈에 몸담았던 김민욱은 니가타 알비렉스 BB와 계약했다. 니가타는 2000년 창단한 팀이다. 2018-2019시즌 B리그 중부 지구 1위(45승 15패)를 차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추락을 거듭했고, 지난 시즌을 B3에서 보냈다. 원주 DB 박재현 코치가 선수 시절이었던 2022-2023시즌 도중 합류해 몸담았던 팀이다. 니가타는 B리그가 프리미어리그로 새롭게 출범하면서 올 시즌 B리그 원으로 올라왔다. 팀에 장신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아시아쿼터 자리를 김민욱으로 채우며 빅맨진을 보강했다.

반가운 얼굴들

지난 시즌 B리그에서는 KBL 출신 외국선수 선수들을 다수 볼 수 있었다. 2010-2011시즌 안양 한국인삼공사(현 안양 정관장)에 몸담았던 게빈 에드워즈는 2013년부터 일본 무대에서 뛰었다. 씨호스즈 미카와와 치바에서 활약했고, 2018년 일본으로 귀화했다. 일본 남자농구 대표팀에 선발된 그는 2019 FIBA 농구 월드컵과 2020 도쿄 올림픽 무대를 누볐다. 2023년부터는 우츠노미야에서 활약 중이다. 최근 2026-2027시즌 종료 후 현역 은퇴를 발표했다.

2023-2024시즌과 2024-2025시즌 서울 삼성의 골밑을 지켰던 코피 코번은 지난 시즌 히로시마 드래곤플라이스 유니폼을 입었다. 높이와 힘을 앞세워 평균 17.2점 9.7리바운드 2.1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히로시마와 재계약을 맺은 그는 새 시즌 B리그 프리미어에서 뛸 예정이다. 이밖에 자렐 마틴(코시가야, 전 KT), 마커스 포스터(A도쿄, 전 DB), 이메뉴얼 테리(가와사키, 전 삼성), 얀테 메이튼(산엔, 전 DB), 케베 알루마(류큐, 가스공사), 앨런 윌리엄스(나고야, 전 소노) 등이 지난 시즌 B리그를 누볐다.

한편, KBL 최초 아시아쿼터였던 나카무라 타이치도 현재 B리그 소속이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원주 DB에서 뛰었던 그는 2022년 친정팀 미카와로 돌아갔다. 이후 후쿠오카를 거쳐 현재 시마네 스사노오 매직에서 활약 중이다. 지난 시즌 기록은 평균 6.5점 1.4리바운드 1.5어시스트. 그는 시마네와 재계약을 맺으며 새 시즌 B리그 프리미어에서 커리어를 이어가게 됐다.

# 사진_B리그 제공, 점프볼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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