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 슈터 전성현 ‘조성원‧문경은의 길’ 갈까?
- 프로농구 / 김종수 / 2022-06-15 05:23:43

현 KBL 최고의 슈터를 꼽으라면 열에 아홉은 전성현(30‧189cm)을 떠올린다. 빅맨도 외곽슛을 던지는 트랜드를 반영하듯 3점슛에 능한 선수는 리그 전체적으로 차고 넘치지만 그런 선수들까지 모두 통틀어서도 독보적 슈터로 평가받는 모습이다. 단순히 3점슛을 가장 잘 던지는 선수를 떠나 과거 조성원, 문경은 등이 그랬던 것처럼 ‘슈터의 대명사’같은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말 그대로 대세가 된 것이다.
최근 2시즌간 전성현의 뜨거운 손끝은 식지 않고 있다. 정규리그는 물론이거니와 플레이오프, 챔피언결정전에서도 기복없는 슛감을 보여주며 대형 슈터 평가의 기준이 되는 ‘큰 경기에 강한’ 모습까지 유감없이 발휘했다. 끊임없는 오프 더 볼 무브로 유명한 그이지만 단순히 받아먹는 수준을 넘어 이제는 자신에게 몰린 수비를 활용해 동료들에게 찬스를 제공해주는 경지까지 올라섰다.
KGC에서 함께했던 김승기 감독이 데이원스포츠에 신임 사령탑으로 가자마자 FA로 불러들인 것만 봐도 전성현이 얼마나 활용도가 높은 고효율 슈터인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이승현의 이적으로 골밑이 헐거워지기는 했지만 위력적인 높이를 갖춘 장신 외국인선수만 잘 뽑을 수 있다면 KGC시절 이상의 활약도 기대되는 분위기다.
그러다보니 앞서도 언급했듯이 슈터계의 레전드 조성원, 문경은까지 소환하고 있는 분위기다. 조성원, 문경은은 자신들만의 플레이 스타일로 KBL 슈터사에 확실한 족적을 남긴 인물들이다. 문경은은 ‘람보 슈터’로 불렸다. 정석적인 슈팅폼을 바탕으로 수시로 상대 진영을 폭격했던 모습은 흡사 전쟁터를 누비는 특급 전사같았으며 거기에 더해 외모까지 영화 람보의 주인공 실베스타 스탤린과 닮았던 이유가 크다.
다른 슈터들과 비교해 많이 움직이는 편은 아니었지만 적재적소에서 필요한 움직임을 가져가며 안정적으로 노마크 찬스를 잡는데 능했다. 스크린을 잘탔고 빈공간도 잘 찾아냈다. 거기에 당시 기준으로 큰키(190cm)에 체격도 다부진 편이었다. 무엇보다 한번 슛이 들어가기 시작하면 폭발적으로 득점이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수시로 상대 수비진의 얼을 빼놓았다.
문경은은 또다른 별명은 ‘돌고래 슈터’였다. 흡사 돌고래가 물을 박차고 솟아 오르듯 파워넘치는 탄력이 돋보였다. 슛을 쏠 때의 타점도 높았으며 경기중 리버스 백덩크까지 성공시키며 관중들을 열광케했다. 탄력좋은 빅사이즈 슈터가 센스까지 겸비한지라 그가 제대로 슛감을 잡은 날은 사실상 일정 수준 이상의 득점은 주는게 낫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만두’, ‘캥거루 슈터’, ‘몽골리안’ 등으로 불렸던 조성원은 문경은과는 또다른 유형의 슈터였다. 타이밍과 흐름에 맞춰 필요한 만큼만 움직이던 문경은과 달리 조성원은 경기내내 그야말로 미친 듯이 뛰어다녔다. 180cm 단신 2~3번이었던 그에게 신장에서 오는 이점같은 것은 없었기 때문이다. 외려 상대팀에서 노골적으로 작은 사이즈를 노리며 공격을 시도해와서 수비시 많은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조성원은 작지만 매우 날카롭고 정확한 칼이었다. 기본적으로 기동력과 탄력이 좋아 그가 이곳저곳으로 뛰어다니면 상대 수비진은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그냥 놓아뒀다가는 사방에서 터져나오는 3점폭격을 얻어맞기 십상이었던지라 어떻게든 브레이크를 걸어야만 했다. 한창때 조성원은 언터처블같은 존재였다. 빠르고 탄력좋은 선수가 기복없이 3점슛을 던져댄다는 것만으로도 부담스러운데 거기에 더해 짝발스탭 등 수비수의 타이밍을 뺏는 다양한 무기를 장착했다. 배포도 두둑해 큰경기, 클러치타임 등에 강했고 이후에는 ‘4쿼터의 사나이’라는 애칭까지 붙게된다.

조성원, 문경은의 대단한 점은 자신에게 익숙한 팀을 떠나 새로운 팀에서도 여전한 위력을 과시했다는 점이다. 현대(현 KCC) 시절 조성원은 잘하기는 했지만 자신과 잘맞는 팀 동료들로 인해 이른바 우산효과를 받았다는 평가가 많았다. 패스 마스터 이상민의 자로 잰듯한 패스에, 엄청난 파워로 골밑을 누비던 조니 맥도웰 거기에 전천후 수비수이자 미들슛의 달인인 추승균까지…, 슈터가 날개를 펴고 날아다니기 좋은 환경임은 분명했다.
때문에 LG로 트레이드되었을 당시 ‘현대에서 뛰었을 때 만큼의 활약은 쉽지 않을 것이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LG에는 이상민급 패스 마스터도, 맥도웰같이 포스트를 장악할 강한 빅맨도 없었다. 하지만 조성원은 그같은 혹평을 엄청난 활약으로 잠재워버렸다. LG 공격농구의 선봉에 서서 토종 1옵션 에이스로서 팀을 이끌며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까지 차지한다.
문경은 또한 삼성에서 인천 SK 빅스(현 한국가스공사)로 팀을 옮긴후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삼성 시절에는 철저히 외곽에서 슛만 쏘는 전형적인 슈터였다면 빅스에서는 그야말로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였다. 삼성 시절과 달리 자신에게 찬스를 내줄 선수가 없던 상황에서 이른바 받아먹기에만 그치지않고 스스로 공격을 조립하는 역할까지 해냈다.
맥도웰과의 2대2 플레이는 알고도 못막을 정도였다. 당시 문경은은 전성기가 지났다는 평가를 받고있던 맥도웰을 누구보다도 잘 활용했다. 내외곽을 오가며 3점슛, 미들슛, 드라이브 인 등전천후로 득점을 올리다 자신에게 수비가 몰린다싶으면 맥도웰에게 패스를 내주며 쉬운득점을 만들어줬다. 이전까지 최고의 콤비로 꼽히던 이상민-맥도웰 못지않았다.
여기에 대해 문경은 KBL 기술위원장은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를 외곽을 돌면서 3점슛만 쏘는 선수로 생각했다. 하지만 고등학교 때까지의 나는 전문 슈터라기보다는 다방면으로 팀 전술에 개입하는 에이스 플레이어에 가까웠다. 센터 포지션도 경험한지라 포스트업 등 다양한 골밑기술로 득점을 올릴 수 있었고 동료들의 빈자리를 봐주는 패스도 많이 뿌렸다. 대학시절에 슈터로 플레이 스타일이 고정되기는 했으나 빅스로 가게 되면서 고등학교 시절의 감각이 되살아났었다”고 말했다.
현재 전성현은 당시 조성원, 문경은과 비슷한 입장에 처해있다. KGC시절에는 잘 맞는 멤버들이 존재했음은 물론 팀 시스템까지 슈터로서 활약하기 좋게 돌아갔다. 하지만 데이원스포츠에서는 다소 다를 수 있다. 돌파로 길을 열어주던 변준형도, 수비부담을 지워버린 문성곤도, 적재적소에서 다양한 스크린을 걸어주던 오세근도 없다. 2년차 신예 가드 이정현과 함께 팀내 득점의 중심에 서야 한다. 슈터로서 물이 오른 전성현이 새로운 팀에서도 전성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홍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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