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BA WC] 31점에 가려진 두 베테랑의 처절했던 사투…박수받아 마땅한 이유
- 프로농구 / 수원/홍성한 기자 / 2026-09-01 08:00:12

[점프볼=수원/홍성한 기자] 31점. 기록지에 찍힌 숫자만 보면 막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베테랑 빅맨들이 보여준 헌신은 이 숫자 하나에 묻어두기엔 너무도 아까웠다.
대한민국 남자농구 대표팀은 31일 수원 KT 소닉붐 아레나에서 열린 2027 FIBA(국제농구연맹) 농구 월드컵 아시아 예선 2라운드 윈도우4 F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경기에서 85-72로 승리, 4승 4패를 기록하며 F조 최하위에서 4위로 뛰어올랐다. 월드컵을 향한 희망도 이어갔다.
경기 전부터 경계 대상으로 꼽힌 선수 중 한 명은 등번호 12번, 모하메드 알수와일렘이었다.
신장 208cm의 알수와일렘은 사우디 무대에서 세 차례 최우수 국내선수로 선정된 정상급 센터다. 2018년부터 꾸준히 국제대회를 경험했고, 이번 월드컵 예선에서도 이날 전까지 평균 16.3점 12.0리바운드 3.2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귀화선수가 없는 상황에서 하윤기마저 이탈한 대한민국으로선 이런 장신 센터를 어떻게 제어하느냐가 늘 풀기 어려운 숙제다.
예상대로 쉽지 않은 골밑 싸움이었다. 알수와일렘은 37분 38초를 뛰며 31점 13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기록했다. 2점슛 성공률은 무려 83.3%(10/12)에 달했고, 3점슛도 1개를 성공시켰다. 여기에 자유투 9개 가운데 8개를 집어넣는 등 좀처럼 제어하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의 베테랑 빅맨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이승현과 장재석이 번갈아 몸을 부딪쳤다. 높이에서는 분명한 열세였지만, 페인트존 밖에서부터 편하게 자리를 잡지 못하도록 온 힘을 쏟았다.
더구나 체력 소모가 클 수밖에 없는 수비 전술까지 소화해야 했다. 마줄스 감독 부임 후 대한민국은 2대2 수비에서 빅맨이 적극적으로 튀어나가는 헷지 앤드 리커버리를 자주 활용하고 있다. 상대 가드의 진입을 저지한 뒤 다시 자신의 매치업으로 돌아가야 하는 만큼 많은 활동량이 요구된다.
이런 조건까지 이겨내고 끝까지 주어진 임무를 수행했다.
여준석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대표팀 사정상 센터까지 소화해왔던 여준석은 이들이 골밑을 지켜주면서 공수에서 활동 폭을 넓힐 수 있었다. 자신의 강점인 운동능력도 한껏 살리며 18점 4리바운드 3어시스트로 활약했다.
여준석 역시 형들의 노고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고생해준 (이)승현이 형과 (장)재석이 형에게 고맙다. 다음에는 형들을 더 살려주면서 적극적으로 림어택에 나서겠다”고 치켜세웠다.

최종 기록은 이승현이 19분 14초 동안 2점 3리바운드, 장재석이 17분 20초 동안 7점 5리바운드 3어시스트. 화려한 수치는 아니었지만 어려운 역할을 해냈다.
현장에서 경기를 중계한 손대범 해설위원은 “알수와일렘은 몇 년 전부터 FIBA가 주목해왔던 아시아 빅맨이다. 하메드 하다디(이란)만큼은 아니더라도 힘과 높이는 우리 입장에서 부담될 수밖에 없다”며 “그런 선수를 상대로 버틴 이승현과 장재석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31점을 내주긴 했지만, 두 선수가 알수와일렘을 상대로 잘 버텨준 덕분에 다른 파생 효과를 조금이라도 더 억제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매치업 상대 기록지에는 31점이 남았다. 그 뒤에는 끊임없이 맞서 싸운 두 베테랑의 보이지 않는 헌신도 있었다.

#사진_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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