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저비터로 끝났다!’ NCAA 결승전의 16가지 이야기
- 해외농구 / 주장훈 / 2016-04-07 09:15:00

[점프볼=주장훈 객원 칼럼니스트] 올해도 역시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2016년 NCAA 토너먼트도 버저비터와 믿기지 않는 역전승, 그리고 약체가 강호를 잡는 등 많은 이변이 일어나면서 농구팬들을 열광하게 했다.
결승 결과 : 빌라노바 77-74 노스캐롤라이나

1. 명승부
이번 토너먼트 1번 시드의 노스캐롤라이나와 2번 시드의 빌라노바가 맞붙은 이 경기는 NCAA 토너먼트 역사상 역대급 명승부, 역사적인 결승전으로 기록될 만했다. 이번 결승전에서는 모두 9번의 역전이 일어났다. 빌라노바가 19분 동안 경기를 리드했고 노스캐롤라이나는 14분 동안 상대편을 앞서나갔다. 나머지 7분은 동점으로 팽팽히 맞선 경기였다.
노스캐롤라이나는 시작 후부터 팽팽하게 전개된 경기에서 전반 막판 1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7점차로 앞서 나갔지만 전반 마무리가 좋지 않았다. 속공 기회에서 저스틴 잭슨의 레이업 시도가 블로킹을 당했고 곧바로 빌라노바의 전반 버저비터 2점 점프슛으로 이어지면서 전반이 종료됐다. 끝내 5점차로 전반을 마쳤다. 9점차로 후반을 시작할 수 있었던 상황이 5점차로 바뀐 것이다.
후반에서도 빌라노바는 종료 5분여를 남긴 시점까지 10점차로 리드를 벌릴 수 있었지만 턴오버와 자유투 미스로 UNC에게 추격을 허용해 경기 마지막 4.7초를 남기고 동점을 허용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빌라노바는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이 약간의 남은 시간을 모두 써가면서 완벽한 작전 수행으로 3점 우승 버저비터를 작렬시키며 명승부의 종지부를 찍었다.
2. 방패의 승리
이 경기는 시작하기 전부터 창과 방패의 대결로 예상됐다. 막강한 골밑과 상승세를 타고 있는 공격력을 앞세운 노스캐롤라이나. 반면 빌라노바는 준결승에서 NCAA 올해 최고의 선수상을 수상한 버디 힐드가 속한 오클라호마를 무려 44점차로 격파하는 무서운 수비력을 보여줬다. 파이널 포 역사상 최다 점수차 승리였다.
UNC는 특히 이번 토너먼트 페인트 존에서의 경기당 평균 득점이 48점에 달하는 막강한 골 밑 득점력과 공격 리바운드 능력을 가진 프런트 코트를 보유하고 있는 팀이었다. 이 때문에 만약 결승전 경기에서 고질적인 약점이었던, 그러나 토너먼트에 들어와 경기를 거듭하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는 백 코트까지 합쳐진다면 큰 점수차로 승리할 것이 불을 보듯 뻔했다.
아니나 다를까 결승 전반이 시작되자 UNC의 외곽이 터지기 시작했다. UNC는 경기가 시작된 후 전반 내내 저스틴 잭슨, 조엘 베리, 그리고 마커스 페이지가 합심해서 9개의 외곽슛 가운데 무려 7개를 적중시켰다. 이쯤 되면 누구나가 '오늘은 UNC가 풀리는 날이구나'하고 쉽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빌라노바의 수비력은 여기에서 빛을 발했다.
빌라노바는 당황하지 않고 이번 토너먼트에서 꾸준히 계속해서 해 온 백 코트에서 공을 가진 선수를 압박하는 이른바 '볼 프레스'를 끈질기게 가했다. 이 때문에 UNC는 자신의 장점인 골 밑 자원들, 브라이스 존슨, 케네디 믹스, 아이사야 힉스 등의 공격력을 거의 살리질 못했다. 백 코트에서 프런트 코트로 공이 제대로 배달되질 못하자 빅맨들이 계속해서 페인트 존 바깥으로 나와 줄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UNC가 그토록 믿었던 페인트 존에서의 공격력은 26-32라는 페인트 존 내 득점 열세로 나타나고 말았다.
다음으로 빌라노바는 공격 리바운드에 가담하지 않는 대신 공격이 끝난 후 최대한 빠르게 수비 진영을 갖춰 UNC의 속공을 막았다. 그러면서 경기의 템포를 최대한 늦췄다. 그러자 UNC의 속공이 사라졌고 이에 따라 UNC가 좋아하는 빠른 공격 농구도 구사할 수가 없었다. 결승전에서 UNC가 기록한 총 속공 득점은? 0점이었다.
세 번째로 빌라노바는 상대편의 두 에이스 브라이스 존슨과 마커스 페이지 가운데서 페이지에 대한 외곽 수비를 버리는 대신, 존슨을 1번부터 5번까지 번갈아 가면서 틈을 주지 않고 바꿔 막았다. 그러면서 미스 매치가 날 때마다 아예 빌라노바의 빅맨들은 UNC의 가드진이 골 밑으로 공을 넣어주지 못하도록 계속해서 방해했다. 이 수비 전술은 제대로 들어맞았고 존슨의 공격력은 한정될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빌라노바는 1-2-2 쓰리 쿼터 프레스와 매치업 지역 방어를 적절하게 섞어 가면서 UNC를 혼란시켰다. 전반 20분 동안 상대편 공격에 빠르게 적응한 빌라노바의 수비에 UNC의 야투 성공률은 후반 들어서 급격히 떨어졌다. 결국 전반 53.6%를 기록한 UNC의 야투 성공률은 후반들어 34.3%에 그쳤다.
3. 사상 두 번째 결승전 버저비터
이 경기 마무리는 빌라노바 크리스 젠킨스의 역사적인 3점 버저비터로 장식됐다.
이는 NCAA 토너먼트 결승전 사상 두번째 버저비터 승리로 기록될 것이다. 첫 번째는 지난 1983년 NC주립 대학교 대 휴스턴 대학교의 결승전에서 나온 NC주립의 로렌조 찰스가 버저비터를 작렬시키며 극적인 우승을 만끽했던 기억이 있다. 당시의 버저비터는 덩크였다. 토너먼트 역사상 결승 우승 버저비터는 이 두 개뿐이다.
1983년 당시 휴스턴 대학교는 그 이름도 유명한 하킴 올라주원과 클라이드 드렉슬러가 뛰고 있는 팀이었다. 이 둘은 나중에 휴스턴 로케츠에서 다시 만나 2년 연속 우승을 일궈내기도 했다. 반면 NC 주립은 역사적인 감독 지미 발바노가 이끄는 사실상 무명에 가까운 팀이었다. 이 결승전에서 버저비터로써 NC주립의 우승이 확정되자마자 우승팀의 젊은 감독 발바노가 멍한 표정을 짓고 누구를 얼싸안을지 몰라서 코트를 여기저기 헤매던 모습은 지금도 역사적인 장면으로 기억되고 있다.
4. 버저비터로 이어진 완벽한 작전 수행
다시 한 번 이번 결승전 4.7초를 남긴 시점의 마지막 플레이로 돌아가 보자.
이 플레이는 그 무엇보다도 제이 라이트 감독의 작전 지시와 선수들의 완벽한 작전 수행이 맞아 떨어진 역대급 장면이었다.
먼저 이 장면 직전, 마찬가지로 역대급이 될 수 있었던 UNC의 가드 마커스 페이지의 말도 안 되는 묘기 3점슛이 성공한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것은 수비수가 스위치 된 상태에서 스틸을 노렸던 빌라노바 빅맨 대니얼 오체푸를 뒤로하고 다른 빌라노바의 수비수를 피하면서 막 던진 더블 클러치 3점슛이었다.
→ https://www.youtube.com/watch?v=bR8Io8Dz6nM
빌라노바는 5분여를 남기고 10점차까지 앞서 나갔던 경기를 UNC의 마커스 페이지에게 이 슛을 허용면서 동점을 내줬다. 남은 시간은 4.7초. 경기가 연장으로 들어간다면 당연히 다 잡은 경기를 마무리 못한 빌라노바가 심리적으로 체력적으로 절대 불리한 상황이었다. 그런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빌라노바는 그림 같은 우승 버저비터를 성공시켰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3점슛을 시도한 크리스 젠킨스에게 사실상 전담 수비수가 붙어있지 않았다는 점. 바로 젠킨스가 마지막 플레이의 인바운드 패스자였기 때문이다. UNC는 인바운스 패스자 젠킨스의 인바운스 플레이에서 최초 패스를 방해하는 전담 수비수를 붙이지 않았다. 빌라노바의 골 밑 돌파가 걱정되었기 때문에 브라이스 존슨을 골 밑 깊숙하게 박아놨다. 이 때문에 첫 패스를 받은 빌라노바의 4학년 가드 라이언 아치디아카노는 비교적 쉽게 패스를 받아 공격을 시작할 수 있었다. 물론 존슨이 골 밑에서 버티고 있었기에 아치디아카노는 좌우로 움직이면서 골밑 돌파를 시도하는 대신, 위아래로 움직이면서 3점슛을 노렸고 자신에게 두 명의 수비수가 붙은 것과 바로 뒤에 마크맨이 없는 젠킨스를 놓치지 않고 패스를 연결해 어시스트를 만들었다.
경기가 끝난 후 기자 회견에서 아치디아카노는 이 플레이를 훈련 내내 연습했기 때문에 익숙한 플레이였다고 밝혔다. 반면 UNC는 아치디아카노의 돌파를 막고 상대편에게 레이업 대신 점프슛을 시도하게 했다는데는 일단 성공했지만 젠킨스에게 수비수가 없는 것은 끝내 화살로 돌아오고 말았다. 수비수가 붙어있지 않은 선수가 우연찮게 빌라노바 팀에서 가장 3점슛이 좋은 선수였다는 점은 UNC에게는 불행이었다.
→ https://www.youtube.com/watch?v=L7FFJUz0tdo
NCAA 토너먼트 결승전 역사상 기억에 남는 슛이라면 1982년 UNC의 마이클 조던의 결승슛, 그리고 2008년 캔사스의 마리오 차머스의 동점슛이 기억에 남아 있다. 이제 크리스 젠킨스의 슛이 영원히 기억될 것이고 향후 NCAA 토너먼트 때마다 이 장면은 반복되고 또 반복되어 보여질 게 확실하다.
5. 필라델피아
빌라노바는 필라델피아 시에 위치한 명문 사립대학교이다. 농구에서도 지난 1985년 패트릭 유잉의 조지타운을 누르면서 우승, 그리고 2009년에는 코리 피셔, 코리 스톡스, 스카티 레이놀즈 등을 앞세워 파이널 포에 오른 바 있는 빅 이스트의 전통적인 강자이다. 지난 2008년 메이저리그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월드시리즈 우승 이후 필라델피아의 프로 스포츠팀들, 더군다나 NBA 클럽인 세븐티식서스가 극도로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우뻘 되는 빌라노바의 NCAA 우승은 필라델피아 스포츠팬들에게는 가뭄에 단비 같은 즐거움을 안겨 줄 수 있을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빌라노바가 이번 결승전을 포함해 3월 한 달 동안만 10경기를 이겼는데 세븐티식서스는 이번 시즌 내내 9경기에서 승리했다.

6. 형제간 대결
결승슛을 성공시킨 크리스 젠킨스는 상대편 UNC의 가드 네이트 브리트와는 혈육은 아니지만 친형제 사이다. 브리트 가족이 젠킨스를 중학생 시절 법적으로 입양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흔치 않은 얘기가 숨어 있다. 젠킨스의 어머니 펠리샤 젠킨스는 농구 선수 출신이자 현역 여자 농구 코치였다. 이 때문에 크리스는 어릴 때부터 농구 기술을 어머니로부터 습득할 수 있었다. 어머니는 젠킨스를 빅맨으로 키우기 위해 중학교 2학년까지는 절대 3점슛도 못 쏘게 했을 정도.
갑자기 시련이 닥쳐 왔다. 크리스의 부모가 별거에 들어가게 됐고 어머니는 아들에게 더 좋은 농구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볼티모어로 이사를 했다. 여기에서 젠킨스 가족은 농구를 계기로 브리트 가족을 만나게 됐다. 네이트 브리트의 아버지 네이트 브리트 1세가 크리스가 새로 입단한 AAU 농구팀의 감독이었다. 그런데 더 큰 시련이 찾아왔다. 크리스의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어린 여동생 코리가 아프게 되어 병원에 입원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에 크리스는 브리트 가족의 집에 머물게 됐다. 여동생 코리는 끝내 태어난 지 11개월 만에 사망하게 되는 비극을 맞았다. 그런 후 펠리샤는 사우스 캐롤라이나에 위치한 디비전2 학교인 베네딕트 칼리지 여자농구팀으로부터 감독 제안을 받게 되었다.
펠리샤는 고민 끝에 크리스를 볼티모어에 남겨 두기로 결정했다. 크리스가 학교에서 성적과 태도 문제로 말썽을 일으키자 펠리샤는 중대한 결정을 내리게 됐다. 여군 헌병 출신인 펠리샤는 자신의 아들이 더 엄격한 규율이 있는 환경에서 자라야 한다고 판단했고 역시 전 경찰 출신인 브리트의 아버지에게 자신의 아들을 양육을 맡기기로 결정했다. 네이트 부모에게 입양을 요청하기에 이른 것이다. 네이트 가족은 친아들의 미래를 위해 이처럼 어려운 결정을 내린 어머니의 마음에 감동해 결국 고심 끝에 이를 받아들였고 크리스 젠킨스와 네이트 브리트 2세는 법적으로 형제가 되었다. 두 가족은 둘도 없이 친한 사이가 됐고 이 둘은 혈육은 아니었지만 친형제처럼 친하게 지냈다.
이 둘은 결국 다른 학교에 진학했지만 종종 상대편으로 맞서게 되는 상황에 대해 대화를 나누곤 했다. 그리고 결국 그 대화가 현실로 나타나게 됐다. 재미있는 것은 결승전에서 브리트 1세는 노스캐롤라이나 티셔츠를 입고 UNC 쪽 응원석에 앉아 응원을 했지만 두 어머니는 함께 빌라노바 응원석에 앉아 한 명은 친아들을, 한 명은 양아들을 응원했다는 것.
결국 크리스 젠킨스는 우승의 주인공이 되었다. 어머니의 희생과 사랑이 오늘 아들의 현재를 있게 한 것이다.
7. 힘들었던 우승 행로
이번 토너먼트에서 빌라노바는 우승까지 가장 어려운 행로를 거쳤다. AP 랭킹 10위 내에 있는 팀 네 팀을 격파한 것이다. 16강에서 ACC의 강호 마이애미를 물리쳤고 8강에서는 전체 1위였던 캔사스를 격파했다. 그리고 4강전에서는 올해의 선수 버디 힐드가 버틴 오클라호마를 완전히 박살냈고 결국 결승전에서도 초강력 우승 후보였던 노스캐롤라이나까지 물리쳤다. 8강전에서 2, 3번 시드를 피하고 6번 시드의 노틀담을 누른 후 중서부에서 미시건 주립과 버지니아가 떨어지는 바람에 4강 상대로 시드 10번의 시라큐스를 만났던 UNC는 상대적으로 좀 쉬운 행로를 걸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8. 고학년들
지난해 결승전에서 우승했던 듀크가 세 명의 원앤던 신입생들을 앞세웠던 것과 대조적으로 이번 결승전은 고학년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빌라노바의 라이언 아치디아카노와 대니얼 에체푸는 4학년, 버저비터의 주인공 크리스 젠킨스는 3학년이다. UNC의 에이스들인 브라이스 존슨, 마커스 페이지 역시 고학년들이었다. 아치디아카노는 이번 파이널 포 최우수 선수에 선정됐다.
9. 크리스 젠킨스
역시 버저비터를 작렬시킨 젠킨스는 외곽형 4번으로 이번 결승전의 열쇠를 쥐고 있는 선수였다. 젠킨스는 전반 초반 2개의 반칙을 범하면서 파울 트러블에 걸리고 말았다. 젠킨스는 외곽슛이 능하기 때문에 공간을 창출하는 효과가 있었고 팀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선수였다. 실제로 결승전에서 팀은 젠킨스가 뛸 때는 +14점, 뛰지 않을 때는 -11점의 득점력을 보였다. 후반전 돌아온 젠킨스는 팀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 놨고 끝내 우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리고 버저비터까지 성공시켰다.
10. 수많은 동문들
대학농구의 묘미는 학교와 관련된 모든 동문들과 팬들이 총력적인 응원을 보낸다는 것. 이번 결승전에도 양교를 거쳐간 수많은 스타들과 동문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빌라노바는 지난 1985년 우승 멤버들이 자리를 함께 했고 당시 팀의 사령탑이었던 명장 로니 마시미노 감독이 벤치 뒤에 앉아 팀을 응원했다. 동문의 라인업으로만 보면 노스캐롤라이나는 관중석을 압도했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과 라시드 월레스, 해리스 반스 등의 전, 현역 NBA 스타들이 많았다.
마이클 조던은 경기 막판 마커스 페이지의 3점슛이 들어갔을 때 두 팔을 치켜들면서 환호했고 빌라노바가 버저비터를 작렬시키며 우승을 확정짓자, "들어갈 줄 알았어. 굿 게임"이라고 옆에 함께 온 이들에게 말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11. 야투 성공률 역대 최고
빌라노바는 이번 토너먼트 평균 58.2%의 야투 성공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50년 동안의 우승팀 가운데 가장 좋은 기록이다. 2위는 1979년 미시건 주립, 3위는 1982년 노스캐롤라이나였다. 오랜 농구팬이라면 이 두 팀을 기억할 것이다. 자그마치 매직 존슨, 그리고 마이클 조던이 각각 뛰었던 팀들이다. 1982년 노스캐롤라이나에는 제임스 워디와 샘 퍼킨스도 있었다.

12. 제이 라이트
빌라노바의 제이 라이트 감독의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009년 파이널 포를 달성한 이후 자신의 생애 첫 우
승을 만끽한 라이트 감독은 버저비터로 우승을 확정한 직후에도 침착한 모습을 전혀 잃지 않았다. 슛이 꽂히고 폭죽이 터지고 금가루가 뿌려지고 온 경기장이 환호성에 휩싸인 그 순간에도 라이트 감독은 "붐!" 한 마디만 하고는 조용히 악수를 하기 위해 상대편 벤치를 향했다.
기자회견에서 이처럼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사실은 나도 속으로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 잘 파악이 안됐다"고 당시의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 https://www.youtube.com/watch?v=2b4SlqEoXuU
13. 우승 준비
경기직전까지 노스캐롤라이나는 선수단 및 코칭 스탭, 나아가서는 팬들과 캠퍼스 인근 상인들까지 우승을 확신하는 모습이었다. UNC의 캠퍼스 바로 앞에 위치해 있는 대학가인 '프랭클린 거리'에서는 우승 직후 인파가 몰려들 것에 대비해 거리에 있는 모든 간판 및 이정표를 철거했다. 반면 빌라노바가 위치한 필라델피아는 전혀 그런 준비가 없었다. 경기가 끝난 후 프랭클린 거리에는 아무 일도 없었고 필라델피아의 빌라노바 캠퍼스 인근 간판들과 벤치 등은 우승을 축하하는 인파에 의해 파손됐다. 밤새도록 거리에서 우승을 축하한 후 빌라노바 대학교는 이튿날 학교 전체에 강의와 행사를 취소하고 임시 휴교령을 내렸다.
14. 노잼 파이널 포? 역대급 결승
올해 파이널 포는 역대급으로 재미없는, 이른바 '노잼'이었다. 빌라노바는 오클라호마에 경기 후반 초반 일찌감치 승부를 확정지으면서 40점차 이상의 대승을 거뒀고 UNC 역시 시라큐스를 준결승에서 맞아 시종일관 저항을 거의 받지 않고 17점차 대승을 거뒀다. 박빙의 명승부를 기대했던 농구팬들에게는 다소 맥 빠진 파이널 포가 된 결과였다. 그러나 그런 노잼의 준결승은 '꿀잼'의 결승으로 만회가 되었다. 역대급으로 남을 수 있는 결승전에 준결승의 기억은 희미해졌다.
15. 빅 이스트
빌라노바가 속한 빅 이스트 컨퍼런스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2010년대 초반의 컨퍼런스 구조 조정으로 인해 빅 이스트는 과거 조지타운과 시라큐스, 코네티컷, 루이빌, 웨스트 버지니아, 세인트 존스, 마켓, 노틀담 등 전통과 신흥 강호들이 즐비했던 최강 농구 컨퍼런스의 위용을 잃게 됐다. 그 이후 ACC와 빅텐, 빅12 등에 최고 농구 컨퍼런스의 칭송을 내주게 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빌라노바의 우승으로 빅 이스트는 무시할 수 없는 자신의 입지를 농구계에 다시금 일깨우게 됐다. 특히 빅 이스트 소속 팀들은 최근 진출한 여섯 번의 NCAA 토너먼트 결승전에서 전승을 거두는 등, 결승전에서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16. 노스캐롤라이나와 마커스 페이지
비록 준우승에 그쳤지만 마커스 페이지와 노스캐롤라이나의 선전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UNC는 후반 기울어진 경기 흐름에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면서 이런 명승부가 가능하게끔 했다. 한편으로는 작년에 라이벌 듀크가 우승한 직후 올해에는 UNC가 결승까지 진출해 우승을 넘본 장면은 라이벌 관계가 얼마나 크게 발전을 일궈낼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었다. 지난 2009년과 2010년 UNC와 듀크의 우승, 2012년과 2013년 켄터키와 루이빌의 우승은 라이벌의 선전이 자신에게 얼마나 큰 자극이 될 수 있는 지를 보여준 단적인 예라고 하겠다.
특히 마커스 페이지의 3점슛은 비록 그 임팩트의 수명은 끝내 4.7초밖에 되지 않았으나 그의 대학 4년 커리어를 한 플레이로 요약, 정리해주는 장면이었다. 페이지는 경기가 끝난 직후 울먹이면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제 이 UNC 유니폼을 벗으면서 다시 입을 수가 없을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는 길어야 4년을 넘지 못하는 짧은 커리어를 보내는 모든 대학 선수들의 심정을 대변해 주는 한 마디였을 것이다. 페이지의 투지와 허슬, 그리고 대학 농구에 모든 것을 던진 그 열정에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맺으며…
빌라노바는 영원히 기억될 결승전 버저비터 우승이라는 드라마 같은 장면을 연출하면서 올해 토너먼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캔사스, 켄터키, 노스캐롤라이나, 듀크, 미시건 주립 등 전통적인 초강호들의 아성을 위협하면서 토너먼트에서도 이런 팀들을 누르고 올아메리칸 급 선수 하나 없이 순전히 조직력과 팀 플레이로 우승한 것이다. 이런 복병팀들의 돌풍이 대학농구, 그리고 NCAA 토너먼트가 갖는 묘미가 아닌가 싶다. 이제 또다시 다음 시즌이 시작될 올해 11월을 기다리면서 또 다른 제 2, 제 3의 빌라노바, 그리고 버저비터 명승부가 나올 날을 기대해 본다.
글= 주장훈 NCAA 전문 객원 칼럼니스트 (트위터 @jooropa)
사진=홈페이지 캡쳐, 나이키 제공
[ⓒ 점프볼.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주장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