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허윤자, KEB하나은행 격파 숨은 일꾼
- 여자농구 / 최창환 / 2015-11-12 20:45:00

[점프볼=용인/최창환 기자] “노림수라고 할 것까지 있나요. 하하.”
용인 삼성생명과 부천 KEB하나은행의 KDB생명 2015~2016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첫 맞대결이 열린 12일 용인실내체육관. 삼성생명은 배혜윤 대신 베테랑 허윤자(36, 183cm)를 선발로 기용했다. 임근배 삼성생명 감독이 허윤자를 신뢰하기 때문에 선보일 수 있는 용병술이었다.
“배혜윤 대신 허윤자 선발. 노림수가 있는 건가요?”
“노림수라고 할 것까지 있나요. 하하.”
호탕하게 웃은 임근배 감독은 이어 “(배)혜윤이가 체력이 좋은 선수는 아니더라고요. 비시즌 때부터 (허)윤자가 혜윤이 없을 때 열심히 훈련에 임해줬고요. 그렇다면 당연히 기회를 줘야 하죠. 블루워커 역할을 발해줄 것으로 기대합니다”라고 덧붙였다. 허윤자의 궂은일과 이를 통한 배혜윤의 체력부담까지 덜겠다는 계산이었다.
실제 이날 경기에서는 허윤자의 존재감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허윤자는 1쿼터 초반 가드와 2대2를 하는 것으로 상대수비를 유도한 후 키아 스톡스의 골밑득점을 도왔다. 1쿼터 막판 배혜윤과 교체되기 직전에는 감각적인 공격 리바운드 가담에 이은 풋백 득점도 성공시켰다.
허윤자의 ‘진짜 존재감’이 발휘된 건 3쿼터였다. 허윤자는 상대에게 공격 리바운드를 뺏긴 와중에도 끝까지 몸싸움을 포기하지 않았다. 더불어 첼시 리, 버니스 모스비로부터 연달아 공격자 반칙을 유도하기도 했다. 덕분에 첼시 리는 조기에 4반칙을 범했고, 모스비도 3쿼터 종료직전 5반칙 퇴장 당했다.
샤데 휴스턴이 부상으로 결장했기에 이후 삼성생명은 유리하게 경기를 풀어갔다. 앰버 해리스와 키아 스톡스가 보다 적극적으로 골밑을 공략하게 됐고, 덕분에 삼성생명은 3쿼터를 13점 앞선 채 마쳤다.
배혜윤이 4쿼터 개시 1분도 채 안 돼 5반칙 퇴장 당하자, 다시 허윤자가 투입됐다. 허윤자는 이후에도 동료들에게 부지런히 스크린을 걸어줬고, 여의치 않을 땐 영리한 반칙으로 KEB하나은행의 흐름을 끊었다.
허윤자는 경기종료 3분 46초전 양지영과 교체됐고, 이때 양 팀의 점수 차는 20점이었다. 삼성생명은 박하나의 지원사격까지 더해 80-56으로 승, 시즌 첫 2연승을 질주하며 공동 3위에 올랐다. 허윤자가 삼성생명 승리의 디딤돌 역할을 한 것이다. 최종기록은 21분 4초 출전 4득점 1리바운드 2어시스트. 굿디펜스도 4개나 작성했다.
1999년 KEB하나은행의 전신 신세계에서 데뷔한 허윤자는 이후 15년간 이적 없이 팀을 지켰다. 신세계 시절 우승을 맛봤고, 팀이 해체위기에 몰렸을 때도 동료들과 고통을 나눴다. 허윤자는 지난 2014년 ‘FA 미아’가 될 뻔했으나, 어렵사리 삼성생명으로 이적해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다.
리빌딩 중인 삼성생명에서 배혜윤은 핵심적인 선수다. 배혜윤은 지능적인 몸싸움을 펼치는데다 중거리슛 능력도 지녀 활용도가 높다. 스스로 함지훈(모비스)을 롤 모델 삼았고, 임근배 감독 역시 “느릿느릿하지만 스텝을 영리하게 놓는 게 비슷합니다”라며 옛 제자 함지훈의 닮은꼴로 배혜윤을 꼽았다.
배혜윤의 성장을 도와줄 적임자가 바로 허윤자다. 배혜윤이 김계령의 은퇴를 유독 아쉬워한 만큼, 허윤자는 코트 안팎에서 배혜윤의 부담을 덜어주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12일 KEB하나은행전은 이와 같은 측면에서 허윤자의 진가를 엿볼 수 있는 경기였다.
# 사진 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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