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생각은 나중에’ 박혜진 “주장을 이해해준 팀원들이 너무 고마워”

여자농구 / 김용호 / 2020-03-25 15: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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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김용호 기자] 남다른 시즌을 보낸 박혜진이 뿌듯하게 휴가에 돌입했다.

하나원큐 2019-2020 여자프로농구가 지난 20일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동참하기로 한 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일찍이 막을 내렸다. 이에 따라 아산 우리은행은 지난 9일까지 진행된 정규리그를 기준으로 두 시즌 만에 1위를 차지하게 됐다. 불가항력적으로 멈춰서면서 자력 1위를 확정짓지는 못했지만, 그 전까지 경쟁자 청주 KB스타즈와의 1위 결정전을 승리하는 등 우리은행은 다시 정상에 오를 자격이 충분했다.

다시 1위로 올라서는 과정에 있어 원동력이 있었다면 단연 캡틴 박혜진이었다. 지난 시즌 끝으로 임영희 코치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박혜진으로서는 주축으로서 그 공백을 메워야한다는 책임감이 컸다.

다사다난하게 시즌을 마친 우리은행은 시즌 종료 소식이 알려진 20일 저녁 선수단끼리 저녁 식사를 하고 곧장 해산했다. 박혜진도 지난 23일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가 그야말로 푹 쉬기 시작했다.

박혜진은 쉽지 않은 시즌을 돌아보며 “정규리그 3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한 경기만 이기면 자력으로 우승을 할 수 있지 않았나. 그런 부분에서는 아쉽기도 하고, 한편으론 찝찝하기도 하다. 시즌이 일시 중단 되면서 기약 없는 훈련에 지루하고 분위기 잡기가 쉽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 돌아보니 시원섭섭한 마음이다”라고 허심탄회하게 소감을 전했다.

힘들었던 시간을 뒤로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할 때가 왔지만 확실히 시즌 종료에 대한 실감은 나지 않는다고. “팀 선수들과도 계속 얘기를 했는데, 솔직히 아직까지도 시즌이 끝난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이 계속 든다. 부산에 내려왔는데도 끝나지 않은 느낌이다(웃음). 그런 기분이 드니 이상하기도 하다.”

올 시즌 박혜진은 27경기 평균 36분 35초를 뛰면서 14.7득점 5.1리바운드 5.4어시스트로 맹활약했다. 특히 평균 득점은 2008-2009시즌 데뷔 이래 개인 최고 기록이었다. 결과가 말해주듯 에이스로서의 책임을 다한 박혜진은 리그 공헌도 5위에 올랐다. 박혜진보다 공헌도가 높은 4명은 모두 외국선수. 즉, 최고의 국내선수는 박혜진이었던 셈이다.


하나, 데뷔 이래 처음으로 시즌 중 두 번, 시즌 개막 전에도 한 번 총 세 차례 국가대표팀에 차출되면서 개인적으로 힘듦도 있었다. 뒤를 돌아본 박혜진은 “처음 겪어보는 상황이라 솔직히 쉽지는 않았다. 체력에 있어서 힘들기도 했는데,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보면 여러 가지 경험도 해볼 수 있었다. 말 그대로 정신없었던 시즌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표팀에서 가졌던 고민도 다시금 솔직하게 털어놨다. “항상 대표팀에 갈 때마다 나에게 비난이 따라오지 않았었나. 그동안 너무 못했다보니 올 시즌에는 조금이나마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었던 계기가 된 것 같다.”

특히 가장 큰 고민을 하게했던 건 지난해 9월에 열렸던 아시아컵. 박혜진은 “9월 아시아컵 때 인도에 갔을 때는 한국에 돌아가기도 싫고, 농구 코트를 보기가 싫었다. 흔히 말하듯 ‘번아웃 증후군’에 걸린 느낌이 들 정도로 힘들었다. 더욱이 그 때는 대표팀에 어린 선수들이 많지 않았나. 그래서 무조건 내가 잘해서 팀을 이끌어야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부담감 속에서 그나마 경기라도 잘 했으면 조금 나았을 텐데, 대만 전에서는 경기를 망쳤지 않나. 비난의 화살을 정말 살벌하게 받았던 기억이 난다(웃음). 그러고 나니 이제는 오히려 비난이 겁나지 않더라. 못해봤자 얼마나 못하겠냐는 생각으로 마음을 비우고 물 흐르듯 해보자고 했는데, 다행히 올림픽 예선에서는 잘 풀린 것 같다”고 솔직하게 마음을 털어놨다. 그 덕분일까. 박혜진은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12년 만의 본선행 티켓에 공을 세우고, 대회 BEST5에 선정되기도 했다.

다시 우리은행의 주장으로서 팀에 시선을 맞춘 박혜진은 두 시즌만의 1위에 대해 뿌듯함을 내비쳤다. “(두 시즌만의 1위에) 개인적으로 놀란 부분도 많았다”며 미소 지은 박혜진은 “우리 팀이 임영희 코치님이 은퇴하면서 빈자리를 크게 느끼고, 비시즌부터 스스로 도전자라고 하지 않았나. 그래서 선수들이 비시즌 내내 위기의식을 갖고 운동을 했던 것 같다. 시즌 중에는 운도 많이 따랐지만, 그래도 선수들이 흘린 땀에 대한 결과물을 얻은 거라 생각한다. 이제 남아있는 선수끼리도 열심히 하면 치고 올라갈 수 있다는 힘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박혜진이 말한 치고 올라가는 힘이 제대로 발휘된 게 바로 지난 3월 5일이다. KB스타즈와의 6라운드 맞대결이 펼쳐졌던, 사실상 1위를 결정했던 날. 당시 우리은행은 54-51의 신승을 거뒀다. 이에 박혜진은 “그날 지면 남은 정규리그가 의미가 없을 정도로 1위가 멀어지는 상황이었다. 선수들과도 더 이상 경기가 없다는 생각으로 뛰자고 했던 기억이 난다. 경기 중에 많이 뒤처지기도 했었는데, 선수들이 끝까지 물고 늘어지니까 가능했던 승리였다. 경기를 이기고 난 직후에는 정말 마냥 좋았다”고 흐뭇하게 웃어 보였다.


한편, 2019-2020시즌이 종료된 현재 박혜진은 여전히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선수다. 곧 다가올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올해부터는 선수들의 권리 보호를 위해 2차 FA 선수들은 연봉 상한선(3억원) 제시에 대한 원소속구단과의 재계약이 폐지되면서 다른 구단들도 박혜진에게 손을 뻗을 수 있게 됐기 때문.

그러나 박혜진은 너무 바쁘게 달려온 탓에 일단 그저 쉬고 싶다며 솔직한 반응을 보였다. “지금은 아무 생각을 하고 싶지 않다. 하하. 이렇게까지 제도가 바뀔 줄은 몰라서 놀란 부분도 있다. 하지만, 일단은 나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시즌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은 상태이지 않나. 당장 계약에 대한 생각은 하고 싶지 않고, 며칠은 그저 푹 쉬도록 하겠다.”

끝으로 박혜진은 주장답게 팀원들과 팬들에게 진심어린 인사를 건네며 인터뷰를 마쳤다. “올 시즌 팀에 고비가 올 때마다 주장으로서 많이 불안했던 적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팀원들에게 싫은 소리도 많이 했는데, 그럼에도 나를 이해해주고 따라줘서 너무 고맙다. 고생했다고 꼭 말해주고 싶다. 또, 무관중 경기를 처음해보면서 팬들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개달았다. 다음 시즌에는 팬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 사진_ WKBL 제공, 점프볼 DB(한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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