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농시] 화려함보단 안정감, 고려대 김재원 “팀이 믿을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아마추어 / 윤소현 기자 / 2026-06-03 11: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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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윤소현 인터넷기자] 수능 점수 대신 오직 농구 실력으로 대학 문을 두드린 신입생들의 능력을 평가하는 시간.
 

'대학농구능력시험(대농시)'이다. 아직 미완성이지만, 앞으로 무궁무진한 정답을 채워갈 루키들의 성장 기록을 들여다본다. 세 번째 성적표의 주인공은 '고려대 김재원(180cm, G)’이다.

 

 

#소년로그

 

김재원이 처음 접한 운동은 농구가 아닌 축구였다. 어느 날 자신이 다니던 축구 클럽에 농구팀이 생겼다. 자연스럽게 농구를 접했고, 공 몇 번 튀겨보고 축구보다 훨씬 재밌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농구에 스며든 김재원은 그 뒤로 매일 농구만 했다. 그게 시작이었다.

“원래는 축구를 어릴 때부터 했어요. 그 축구 클럽에서 농구도 한 번 가르쳐 보겠다고 했고, 그게 농구를 접한 계기였어요. 축구를 너무 오래 했다 보니까 처음 한 농구가 너무 재밌는 거예요. 그때부터 그냥 농구만 했어요. 농구가 너무 좋았어요.”

농구와 사랑에 빠진 소년은 정식으로 농구를 배워보고자 SK 유소년 클럽의 문을 두드렸고, 두각을 드러냈다. 광신중학교 하상윤(현 삼성생명 감독) 코치가 선수 제안을 했다. 하지만 취미였던 농구를 한순간에 진로로 결정하는 건 부담이었다. 재밌는 농구를 더 이상 즐기지 못할 것 같다는 어린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그 생각으로 도전하지 않기에는, 농구가 너무 좋았다. 김재원은 마음을 다잡고 엘리트 선수 생활을 위해 광신중에 진학했다.

“항상 즐기는 것만 좋아했어요. 학생 선수가 되려면 진지하게 임해야 하고, 제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 거니까 부담이 됐어요. ‘평생 이렇게 농구를 즐기기만 하고 싶다’는 생각에 고민했던 것 같아요. 근데 하상윤 코치님이 감사하게도 ‘한 번 선수 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제안을 주셨고, 마침 농구도 너무 재밌으니까 한 번 마음 다잡고 선수생활 해보자는 생각이 들어 광신중에서 정식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SK 연고선수로 지명되며, 기대를 받고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능력을 인정받은 것이지만, 한편에는 부담도 있을 법했다. 그러나 김재원은 부담감을 느끼기보다는 어떻게 보답해야 할 지에 초점을 맞췄다. 기대를 받는 만큼 성장하는 선수가 되고 싶었다. 하상윤 코치는 노력의 방향성을 잡아줬다.

“부담감은 없었어요. 연고지명을 받은 만큼 훈련을 더 열심히 해서 보답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실력은 노력의 결과물이니까, 어떻게 하면 성장할 수 있는지만 생각했어요. 사실 저는 구력이 짧았잖아요. 초등학교 때 그냥 일주일에 한 번씩 농구장에 놀러가고 그랬는데 갑자기 엘리트를 하는 거니까 기본기가 부족하다고 느꼈고, 코치님도 그 부분을 신경 쓰셨어요. 패스 연습, 피벗 연습 같은 걸 많이 시키셨고 슛도 멀리서 쏘는 멋있는 것보다 가까이에서 넣는 슛 자세부터 잡아주셨어요. 사실 중학교 때 힘들었는데, 그만큼 많이 배웠어요. 코치님 덕분에 성장할 수 있었어요.”
 

고등학교 마지막 대회였던 2025년 한국중고농구 주말리그 왕중왕전, 광신방예고의 목표는 4강이었다. 그러나 8강에서 만난 상대는 1년동안 한 번도 이기지 못한 양정고등학교, 대진을 들은 선수들은 기가 죽었다. “꼭 4강에 가자”는 목표는 “갈 수 있을까?”로 한풀 꺾였다.

“양정고에게는 대회에서, 심지어 연습경기에서도 계속 졌는데, 8강 상대로 만난 거예요. ‘아, 양정이구나’는 생각이 들었죠. 선수들끼리 ‘많이 진 건 맞는데, 한번 힘 모아서 이겨보자’는 이야기를 하면서 마음을 다잡았어요. 경기에 들어갔는데, 애들 눈빛이 다 달라졌어요. 위기에도 무조건 이길 수 있다는 말만 하니까 경기가 정말 잘 풀렸어요. 제가 막 30점을 넣은 경기는 아닌데, 팀원끼리 하나로 뭉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게 된 것 같아요.”

김재원의 최고의 경기는 고득점을 해서 승리를 가져온 경기가 아닌, 팀이 다같이 뭉쳐 예상치 못한 결과를 만든 ‘팀의 최고의 경기’였다. 농구는 5명이서 하는 스포츠다. 팀워크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순간은 틀림없는 성장의 계기가 됐다.

 


#대학농구능력시험

공격에서 주목을 받았던 김재원은 스스로에게 2등급을 줬다. 피지컬에서 한계에 부딪혔다. 중고등학교 때는 마음대로 됐던 공격은 키 큰 센터들에게 막혔다. 이제는 공격하는 선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학교 때였으면 1등급을 줬을 것 같은데, 솔직히 3등급도 고민했어요. 어렸을 때는 레이업도 쉽고 수비도 그냥 제칠 수 있었는데 이제는 골밑에 센터들이 지키고 있잖아요. 키가 작으면 패스 위주로 가서 팀원들을 살려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줄여야 하는 2등급이 아닐까요?”

자신의 공격빈도를 낮춰야 한다는 말이 내포되어 있지만, 좋은 패스 또한 좋은 공격이 될 수 있다는 걸 김재원도 알고 있었다. 아쉬운 점으로 지목된 부분인 만큼, 고등학교 때부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배우고 싶은 선수들의 플레이를 하나하나 뜯어보며 힌트를 얻고, 경기에서 완성시키고자 했다.

“중학교 때와는 다르게 고등학교 때는 1번(포인트 가드)으로서 팀원들을 살려주는 농구에 집중했어요. 닮고 싶은 선수들의 플레이를 항상 찾아보고, 어떤 타이밍에 패스를 하고 선수들을 살려주는지 연구를 많이 했어요. (어떤 선수였나?) 옛날 선수는 김승현 선수, 그리고 양준석 선수 플레이도 많이 봤어요. 이정현 선수는 물론 공격력이 훨씬 뛰어나지만, 워낙 훌륭한 선수라 패스에서도 배우고 싶은 부분이 많았어요. 문유현 선수도요. 또 리딩은 혼자서 연습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결국 5대5 상황에서 잘해야 하니까 경기 중에도 항상 해야 할 플레이를 생각하고, 끝나고 코치님께 많은 질문을 했어요.”


그러나 아직 패스는 3등급, 성장에 목마르다. 고려대는 이동근, 석준휘와 같이 공격에서 해결해줄 선수가 많다. 패스가 ‘좋은 공격’이 되기 위해서는 좋은 움직임으로 수비를 흔든 후 완벽한 타이밍에 연결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팀 내 윤활유 같은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주희정 감독에게도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매일 저희끼리 훈련하는 것보다 배운 걸 연습 경기 같은 실전에서 해보는 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연습 경기 때마다 ‘패스는 이 타이밍에 나가야 한다’, ‘여기서 드리블을 한 번 덜 치고 나가는 거다’와 같이 확실하게 집어 주세요. 공격과 패스의 타이밍을 가르쳐 주시는 게 도움이 많이 됩니다.”

#대학로그

지난 3월 24일 성균관대와의 개막전, 김재원은 출전 기회를 받았다. 긴장되는 마음을 애써 가라앉히며 코트에 발을 딛은 순간 본부석에서 그를 불렀다. 유니폼은 3번이었지만, 서류에 33번으로 등록된 점을 지적 받으며 데뷔 경기는 다음으로 미뤄졌다. 외부에서 볼 때는 단순 해프닝이지만, ‘이 기회를 꼭 잡자’는 마음으로 준비했던 신입생에게는 ‘해프닝’이라는 단어에 담지 못할 아쉬움이 밀려왔다.

“너무 속상했죠. 제가 들어가는 타이밍이 정말 중요했거든요. 추격당하던 입장이라서 식스맨이 분위기를 바꿔줘야 했어요. 그래서 ‘아, 진짜 중요한 역할이다. 정신 바짝 차리고 보여주자’는 생각을 하면서 들어갔는데 갑자기 나오라고 해서 당황했어요. ‘나 뭐 잘못했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정말 좋은 기회잖아요. 물론 경기에 나가서 실수하고 상황이 더 안 좋아졌을 수도 있지만, 거기서도 느끼고 배우는 게 있었을 텐데, 아무리 말해도 안 된다고 해서 너무 아쉬웠어요.”

그러나 U-리그는 이제 시작이다. 꾸준히 경기에 나서고 있는 김재원은 득점과 어시스트를 하나씩 쌓으며 경험을 더해가고 있다. 그리고 4월 9일 경희대와의 원정 경기, 상대 추격이 거셀 때 김재원은 3점 찬스를 놓치지 않았고, 그 득점으로 경기는 안정감을 찾았다. 농구에서 클러치 상황의 득점, 리바운드, 자유투 하나 놓치지 않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기록지에는 드러나지 않는 가치를 갖고 있다.

“1학년 때 이런 기회를 받는 것도 되게 감사한 일이잖아요. 그래서 경기를 뛸 때 꼭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데, 의욕이 너무 앞서서 팀파울 상황에 파울을 하고, 수비 실수도 해서 제 매치한테 3점슛도 내줬어요. ‘아, 진짜 큰일 났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열심히 하려던 게 과해지니까 실수가 계속 나온다는 걸 깨달아서, 다음에는 안정적으로 판단하려고 했죠.”


“추격이 정말 무서웠잖아요. 사실 넣어야한다는 생각보다는 앞에 수비가 없고 손에 공이 있으니까 그냥 던졌어요. 항상 연습하던 상황이니까요.”


클러치에서 중요한 3점을 성공시킨 경험에 관한 질문이었지만, 그 경기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먼저 답했던 김재원이다. 그는 경기에서 배운 점을 잊지 않으며 대학무대의 토대를 단단히 다지고 있었다. 


한편, 김재원은 코트 밖에서는 풋풋한 새내기다. 수업과 운동 사이의 빈 시간, ‘공강의 맛’도 느꼈고, 커다란 캠퍼스도 눈에 담고 있다. 많은 수험생들의 동기부여가 되는 고려대의 합동응원전은 신입생에게는 ‘고대부심’이 된다. 그도 다를 바 없었다.

“수업이 하루에 1~2개만 있으니까 운동하기 전에 시간이 남는 게 좋아요. 캠퍼스도 너무 예뻐서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대학생 된 거 같아요. 그리고 합동응원전에 갔었는데, 너무 멋있고 웅장하더라고요. 고려대가 너무 좋아졌어요.”

안정적으로 경기 운영을 하며 5명 모두를 살릴 수 있는 농구를 하고자 하는 그는 형들처럼 든든하게 후배들을 이끌어주는 선수가 된 미래를 그린다.

“공을 가지고 있을 때 경기가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싶어요. 지금 형들처럼 팀이 믿을 수 있는 선수요. 후배들도 어마어마한 선수들이 들어오겠죠? 지금 선배들뿐만 아니라 후배들도 살려줄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오답노트를 적어 내려가며 단단히 다진 토대에는 강한 뿌리가 내릴 것이고, 그의 목표인 ‘안정적인, 믿을 수 있는 선수’라는 결실의 나무로 성장할 것이다. 훗날, 고려대라는 강팀을 든든히 받쳐주고 있을 김재원의 모습이 기대된다.

 

#사진_점프볼DB, 김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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