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임영희 코치 공백을 메우는 방법

여자농구 / 이재범 / 2019-08-12 04: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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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이재범 기자] “잘 해야겠다는 생각보다 팀의 컬러가 빠른 공격과 강한 수비니까 열심히 준비해서 수비로 승부를 봐야 한다.”

우리은행 임영희 코치는 1999년 여름리그부터 신세계(현 KEB하나은행)에서 데뷔한 뒤 2009~2010시즌부터 우리은행으로 이적해 10시즌 동안 활약했다. 우리은행에서 보낸 10년 동안 정규리그 360경기 중 단 3경기 결장했다. 2009~2010시즌부터 2014~2015시즌까지 6시즌 연속 전 경기 출전(총 220경기) 기록도 세웠다.

정규리그 통산 출전 경기수 20위 중 임영희 코치처럼 오랜 기간 연속 출전한 선수는 김영옥(전 KB스타즈)이다. 김영옥은 2000년 여름리그부터 2006년 여름리그까지 6년 동안 임영희 코치보다 더 많은 230경기에서 한 경기도 결장하지 않았다. 다만, 2007 여름리그에서 9경기 결장했다.

남자 프로농구에서 철인으로 통하던 고려대 주희정 감독대행은 2004~2005시즌부터 2013~2014시즌까지 10시즌 동안 5경기에 빠졌다. KBL 최다인 384경기 연속 출전 기록(국가대표 차출 제외)을 가지고 있는 추승균 전 KCC 감독은 10시즌 기준 15경기에 결장했다. 9시즌 동안 1경기를 건너뛰었지만, 10번째 시즌에서 14경기 결장을 피하지 못했다.

남자농구와 여자농구의 한 시즌 경기수 차이가 있지만, 10년 동안 3경기 밖에 결장하지 않은 임영희 코치가 정말 대단하다는 걸 잘 알 수 있다.

남녀 프로농구 통틀어 10년 동안 임영희 코치처럼 철저하게 자기 관리를 한 선수는 거의 없다. 임영희 코치는 이 덕분에 여자 프로농구 최초로 600경기를 채우며 은퇴했다.

임영희 코치는 우리은행에서 보낸 10년 동안 357경기 평균 33분 8초 출전해 12.5점 3.7리바운드 3.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은퇴 시즌이었던 지난 시즌에는 평균 29분 33초 동안 코트를 누비며 10.5점 3.3리바운드 3.6어시스트라는 기록을 남겼다.

임영희 코치는 기록만 놓고 보면 은퇴 시즌까지도 팀 내 주전으로서 부족하지 않은 활약을 펼쳤다.

우리은행은 바꿔 말하면 언제나 30분 동안 코트를 지키며 평균 10점을 올리던 상수와 같은 임영희 코치 없이 2019~2020시즌을 맞이한다. 즉, 임영희 코치의 은퇴 공백을 메워야만 플레이오프 진출을 넘어 다시 챔피언의 자리에 올라설 수 있다.

박혜진(178cm, G)은 “임영희 언니가 빠진 빈 자리가 생각 외로 엄청 크니까 저와 김정은(180cm, F) 언니도 영희 언니의 빈 자리를 어디까지 메워줄 수 있는지 연습경기를 많이 해봐야 알 수 있고, 우리끼리도 손발을 맞춰봐야 한다”고 했다.

그렇지만, 우리은행은 손발을 맞출 시간이 부족하다. 임영희의 대안으로 여겨지는 박지현(183cm,G)은 2019 FIBA U19 여자농구 월드컵에 이어 김정은(180cm, F), 박혜진, 최은실(182cm, C)과 함께 2019 FIBA 아시아컵 대회 국가대표에 차출된다. 김소니아(176cm, F)는 루마니아 3대3농구 대표팀에서 활약한 뒤 지난 4일 입국했다. 우리은행 주축 선수들이 모두 모여 손발을 맞출 시간이 지난 한 주와 개막을 앞두고 20여일 밖에 없다.

“걱정도 정말 많이 되고, 험난한 시즌이 될 거 같다”고 예상한 박혜진은 “팀의 딱 중심이었던 언니가 빠졌다. 제가 주장이라서 아무리 중심을 잡으려고 해도 한없이 부족하다. 좀 더 중심을 잡고 해야 하지만, 영희 언니만큼 노련미에서 부족해 저 역시 영희 언니의 빈 자리를 크게 느끼고, 메우려고 해도 부족한 게 사실이다”고 임영희 코치의 은퇴를 실감하고 있다.

임영희 코치가 다시 선수로 복귀할 수도 없다. 우리은행은 그 자리를 어떻게든 채워야 한다.

박혜진은 “감독님께서 식스맨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 (그 이면에는) 정은 언니와 전 무조건 제몫을 한다고, 그렇게 해줄 거라고 믿음을 가지고 계신데 저희가 그 이상으로 더 해줘야 한다”며 “그리고 지현이가 대형신인이고 좋은 선수인건 맞지만, 아직 어린 선수라서 부담이 될 거다”고 박지현에게 너무 무거운 짐을 주지 않으려고 걱정했다.

이어 “최은실 역시 식스맨이 아니라 주전으로 뛰어야 하기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나윤정(175cm, G), 박다정(173cm, G), 지현이가 그 자리를 최대한 메우려고 힘을 합쳐 고생을 하고 있다”고 어린 선수들이 임영희 코치의 역할을 나눠서 활약해주길 기대했다.

팀의 최고참인 김정은은 “연습경기를 할 때 저나 혜진이도 ‘영희 언니 공백이 이럴 때 느껴지는구나’라고 여길 때가 사실 없지 않다. 물론 다정이나 윤정이, 지현이가 공백을 메운다고 하지만, 혜진이나 제가 그 동안 2를 했다면 2.5를 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박혜진과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이어 “왜냐하면 지현이가 재능이 뛰어나고, 신장과 신체조건이 좋지만, 농구는 노련미가 있어야 하고, 아직 어려서 시즌 중에 기복이 있을 거다. 저도 어릴 때 경기를 뛰면서 그걸 겪었다”며 “혜진이와 제가 지금까지 해왔던 것에서 반 정도 더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둘이서 더 책임감을 가지자고 이야기도 많이 한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최은실은 “(임영희) 언니가 코트에서 존재감이 엄청 컸다. 경기를 뛸 때도 중심이었다는 걸 느꼈는데 이제는 없는 거다. 그 구멍이 엄청 크게 느껴져서 연습경기를 할 때 코치님께서 1년 더 뛰었으면 하는 마음도 들지만, 그건 저희들의 욕심이다. 어떻게든 빈 자리를 메워야 한다”며 “선수들 모두 책임감도 생겼는데, 잘 해야겠다는 생각보다 팀의 컬러가 빠른 공격과 강한 수비니까 열심히 준비해서 수비로 승부를 봐야 한다“고 내다봤다.

박다정은 “영희 언니는 노련미로 했다면 저희는 빨리빨리, 부지런하게 움직이면서 서로 도와가며 궂은일을 해야 할 거 같다”며 “전 욕심을 내면 되던 것도 안 되는 편이라서 기본적인 것부터 차근차근 하면서 경기에 임하겠다. 코치님께서 (선수로 코트에) 계실 때는 운동을 하면서, 경기를 뛰면서 배웠다면 이제는 지금의 위치(코치와 선수)에서 배우면서 승부를 봐야 한다”고 했다.

임영희 코치의 빈 자리를 그대로 물려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박지현은 “코치님께서 저에게 더 알려주려고 하신다. (감독님께) 지적 받은 게 있으면 이럴 때 이렇게 해야 한다는 걸 뒤에서 말씀해주시면서 도와주신다. 저에겐 한결같다”며 “영희 언니와 제가 스타일이 다르지만, 어떻게 보면 수비나 노련미에서 못 따라가더라도 패기나 공격적인 부분에서 좀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우리은행은 매 시즌 주축 선수들이 팀을 떠나도 이를 대체하거나 메워서 6년 연속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언제나 어려움을 딛고 정상에 섰던 팀이다. 이번에는 임영희 코치의 공백이란 불리한 여건을 안고 2019~2020시즌을 맞이한다. 더구나 주축 선수들과 손발을 맞출 시간까지 부족하다.

우리은행은 과연 이 어려움 속에서도 8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과 청주 KB스타즈에게 내준 챔피언 트로피를 되찾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사진_ 점프볼 DB, 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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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범 이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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