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박혜진, 자유투 91.0%→75.9%로 떨어진 이유
- 여자농구 / 이재범 / 2019-08-08 07:50:00

[점프볼=아산/이재범 기자] “연습할 때조차 안 들어가고, 제가 잘 들어갔던 폼도 잊어버려서 감독님께서 폼이 왔다갔다 한다며 일정하지 않다고 지적하셨다.”
박혜진(178cm, G)은 2009 WKBL 신입선수 선발회 전체 1순위로 우리은행 유니폼을 입은 뒤 2008~2009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11시즌 동안 374경기에 나서 3964점(16위) 1794리바운드(17위) 1368어시스트(11위) 443스틸(13위) 111블록(35위)을 기록 중이다.
통산 기록 중 눈에 띄는 건 자유투 성공률이다. 통산 자유투 성공률은 86.3%(692/802)로 100개 이상 성공한 선수 중 정선민(신한은행 코치)의 87.1%(1952/2240)에 이어 2위다. 사실 2017~2018시즌까진 정선민보다 앞선 87.5%(629/719)였지만, 지난 시즌 75.9%(63/83)로 부진해 2위로 떨어진 것이다.
박혜진은 프로 데뷔 무대였던 2008~2009시즌 자유투 성공률 72.1%(44/61)로 평범한 기록을 남겼지만, 2009~2010시즌부터 9시즌 연속 80%이상 유지했다. 특히 2013~2014시즌부터 2017~2018시즌까지 5시즌 동안 91.0%(344/378)를 기록했다. 이 사이 WKBL 최다인 45개 연속 자유투 성공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던지면 다 들어가던 박혜진의 자유투였지만, 지난 시즌 유독 흔들렸다. 7일 아산에서 오후 훈련을 마친 뒤 박혜진을 만나 자유투뿐 아니라 어떻게 2019~2020시즌을 준비하고 있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박혜진과 주고받은 일문일답이다.

아산에서 두 번으로 나눠서 체력훈련(보통 2주 동안 하지만, 올해는 6월과 8월 각각 일주일씩 나눠서 진행)을 하고 있다.
처음에 1차 훈련이 끝났을 때 짧게 하고 끝나니까 두 번 나눠서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막상 두 번째 (훈련을 하기 위해 아산으로) 내려오려고 짐을 싸고, 내려와서 해보니까 이왕 고통 받는 거 한 번에 몰아서 하는 게 낫다는 선수도 있고, 그래도 나눠서 하는 게 낫다는 선수도 있다. 끝날 때 즈음 생각해보면 짧게 두 번 나눠서 하는 게 나은 거 같기도 하고, 하루하루 겪어보면 이 순간이 힘드니까 한 번에 몰아서 하면 이런 고통을 두 번 안 받지 않을까 생각한다(웃음).
모두 모여 훈련하고 있지만, 곧 4명(김정은, 박혜진, 최은실, 박지현)이 대표팀에 소집된다. 우리은행은 언제나 주축인 국가대표 선수들이 빠져서 시즌 준비를 제대로 못한다.
솔직히 진짜 이번에는 우리에게 시간이 정말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임영희(은퇴 후 우리은행 코치) 언니가 빠진 빈 자리가 생각 외로 엄청 크니까 저와 김정은(180cm, F) 언니도 영희 언니의 빈 자리를 어디까지 메워줄 수 있는지 연습경기를 많이 해봐야 알 수 있고, 우리끼리도 손발을 맞춰봐야 한다.
솔직히 모든 선수들이 모여서 운동을 하는 건 아산에 내려와서 월, 화 이틀하고, 오늘(7일) 김소니아(176cm, F)가 아파서 못했다(4일 루마니아에서 입국해 시차 적응 등 문제로 훈련 소화 못함). 이번 주가 끝나면 대표팀에 들어가야 한다. 이렇게 모여서 훈련해보면 손발이 안 맞고 다들 어색해한다. 저 역시 걱정도 정말 많이 되고, 험난한 시즌이 될 거 같다(웃음).

우리은행이니까 최소한 플레이오프에 나갈 거라고 기대한다.
이제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데 6년간 우승했고,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 올라가서 이번 시즌도 갈 수 있지 않냐고 주위에서 이야기를 되게 많이 한다. 제 개인적으로 봤을 때 플레이오프 진출도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엄살이나 핑계가 아니다. 저희는 정말 처음부터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팀이다. 갖춰진 게 없어서 플레이오프 진출을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제 국가대표 4명이 빠진 뒤 개막 20일을 앞두고 돌아온다.
저도 개인적으로 봤을 때 도대체 언제 뭘 맞춰서 어떻게 할 건지 걱정이다. 영희 언니와 뛸 때는 오래 같이 뛰어서 눈빛만 봐도 통했는데 지금은 서로 눈빛을 봐도 뭘 해야 하고, 뭘 원하는지 모른다. 정말 플레이오프에 당연히 간다는 건 아닌 거 같다. 시간이 없지만, 선수들이 위기 의식을 가지고, 도전자 입장의 초심으로 돌아가서 밑바닥부터 시작해야 한다.
박혜진 선수의 의견을 들으면 이해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국가대표 12명 중 4명이 있는 팀이라서 분명 엄살이라고 생각하실 분도 계실 거다.
개인적으로 놓고 봐도 박지현(183cm, G)도, 최은실(182cm, C)도 분명 좋은 선수가 맞지만, 농구는 5명이 하는 단체 운동이라서 조직력이 진짜 중요하다. 더구나 다른 나라보다 조직력을 더 요구하는 한국이다. 개인 능력이 지현이와 은실이가 떨어지고, 정은 언니가 부족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조직력에서 어려움과 문제가 있을 거다.

너무 많아서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 팀의 딱 중심이었던 언니가 빠졌다. 제가 주장이라서 아무리 중심을 잡으려고 해도 한없이 부족하다. 좀 더 중심을 잡고 해야 하지만, 영희 언니만큼 노련미에서 부족해 저 역시 영희 언니의 빈 자리를 크게 느끼고, 메우려고 해도 부족한 게 사실이다.
임영희 코치님이 지난 시즌 평균 30분 정도 뛰면서 10점 정도 올렸다(2018~2019시즌 29분 33초 출전해 10.5점 3.3리바운드 3.6어시스트를 기록함). 이를 채워야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는데 어떻게 메워야 하나?
감독님께서 식스맨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 정은 언니와 전 무조건 제몫을 한다고, 그렇게 해줄 거라고 믿음을 가지고 계신데 저희가 그 이상으로 더 해줘야 한다. 그리고 지현이가 대형신인이고 좋은 선수인건 맞지만, 아직 어린 선수라서 부담이 될 거다.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기에 저와 정은 언니가 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은실이 역시 식스맨이 아니라 주전으로 뛰어야 하기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나윤정(175cm, G), 박다정(173cm, G), 지현이가 그 자리를 최대한 메우려고 힘을 합친다면, 지금 그 공백을 메우려고 고생을 하고 있다. 윤정이도 지적도 받고, 감독님의 관심을 받아서 좋아졌다.
감독님께서 훈련할 때 수비 지적을 많이 하신다. 가장 많이 말씀 하시는 게 어떤 건가?
수비는 막아야 하는 부분이라서 제일 중요한 건, 길이 어떻고, 누가 어딜 안 가고 이런 게 아니라 ‘내가 이 사람을 막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안 보일 때 제일 지적을 많이 하신다. 오늘(7일) 수비 연습을 많이 했던 건 로테이션 수비인데 5명에서 수비 연습을 처음 했다. 윤정이, 지현이는 1대1 수비만 했으니까 팀 수비 하는 방법을, 경기를 뛰어도 수비에서 뭐가 잘못 되었는지 몰랐다. 실질적으로 5명이 처음 연습하니까 어린 선수들은 모르는 부분도 많았고, 저도 틀리는 부분도 있었다.
경기 전에는 인터뷰를 안 하는 루틴이 있다. 어떻게 그런 루틴이 생긴 건가?
모르겠다. 예전에는 경기 전에 (중계방송사와) 방송 인터뷰가 있었다. 꼭 그것만 하면 승부와 상관없이 제가 정신을 못 차렸다. 처음에는 감독님께서 그걸 깨라고 하셨는데 나중에는 제가 정신을 못 차리면 혼내실 때 “얘, 인터뷰를 했나?”라고 하셨다(웃음). 제가 만든 안 좋은 루틴인데 깨기 쉽지 않았다. 그걸 아시는 기자분께서 (경기 전에) 말도 잘 안 거신다(웃음).

박지현 선수가 프로 무대 적응하는데 힘든 과정을 겪고 있다. 박혜진 선수도 그 과정을 겪으며 성장했기에 해줄 수 있는 조언이 있을 듯 하다.
솔직히 저와 지현이를 놓고 보면 다르다고 생각한다. 지현이는 가진 게 정말 많다. 저를 지현이 나이 때와 비교하면 지현이는 어릴 때부터 중고농구연맹에서 미국으로 보내줬기에 개인기나 리듬감이 정말 좋은 선수다. 타고 난 것도 되게 많고, 가진 것도 되게 많다. 지금까지 부딪힘 없이 마음먹은 대로 했는데 프로에서 운동을 하며 막상 부딪히면 쉽게 깨어나오지 못하는 거 같다. 이건 제가 뭐라고 해줄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시간이 필요하다.
지현이는 조금만 더 강하게 마음을 먹고, 배고픔이라고 해야 하나? 가진 게 많아서 배고픔이 없는 거 같다. 배고픔을 조금만 가지면 저와 비교할 수 없는 선수가 될 거다. ‘지현이에게 조언을 해줘라, 충고를 해줘라’고 하시는데 실력으로 봤을 때 지현이는 타고난 것도, 가진 것도 너무 많아서 저보다 뛰어난 선수라고 느끼고, 좋은 선수라는 걸 느껴서 본인이 조금만 더 깨우치고 노력하면 제가 무슨 비교가 되겠나(웃음)?
이제 자유투 이야기를 해보자(인터뷰 전에 가장 묻고 싶은 게 자유투가 정확한 선수인데 지난 시즌 자유투 성공률이 안 좋았다고 미리 언급을 했음). 연속 자유투 성공 신기록(2013년 2월 21일 KB스타즈와 경기부터 2014년 1월 15일 KDB생명과 경기까지 45개 연속 자유투를 성공함)을 가지고 있다. 그게 벌써 4~5년 전인데 기록을 경신하던 때가 기억이 나나?
그 때는 자유투 자체가 저에게 부담이 안 되었다. 제가 자유투를 쏘면 모든 선수들에게 ‘들어갔겠네’라고 믿음을 줄 수 있었다. 지난 시즌에는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한 번 흔들리니까 한없이 흔들렸다. 그것 때문에 KB스타즈와 경기 때도 제가 자유투 하나를 못 넣어서 연장전 갈 수 있는 경기를 1점 차이로 졌다(2018년 12월 9일, 경기 종료 34초 전 58-60으로 뒤질 때 박혜진이 자유투 2개 중 1개만 성공해 결국 59-60으로 짐. 1,2라운드 맞대결에서 이겼던 우리은행은 이날 패하며 KB스타즈에게 공동 1위를 허용했고, 이후 맞대결에서 모두 졌음).
그런 게 자꾸 겹치고, 겹치고, 겹치니까 심적으로 많이 흔들렸다. 이유를 따지면 많지만, 그것도 어떻게 보면 핑계다. 지금은 동료들에게 자유투를 던질 때 믿음을 못 주고 있어서(웃음), 그전까지 감독님부터 모두들 제가 자유투 던질 때 편하게 보셨는데 지금은 약간 불안해하시는 게 느껴진다(웃음).

통산 자유투 성공률 기록을 찾아보면 100개 이상 성공이나 최소 한 시즌 경기수(30~35경기) 출전 기준으로 지난 시즌까지 1위였다. 그렇지만, 지난 시즌 성공률이 좋지 않아서 1위 자리를 정선민 코치님에게 내주고 2위로 떨어졌다. 그만큼 정확한 자유투 성공률을 가진 선수였다.
이번 시즌에는 성공률을 높여야 한다. 지난 시즌에 자유투 때문에 엄청 고생했다. 제 스스로 1~2개씩 놓치니까 (자유투가 주어지는) 파울을 얻어도 불안했다. 감이 정확하지 않은데 자유투를 또 쏴야 하는 게 반복되었다. 연습할 때조차 안 들어가고, 제가 잘 들어갔던 폼도 잊어버려서 감독님께서 폼이 왔다갔다 한다며 일정하지 않다고 지적하셨다. 제가 애초부터 그런 상황을 안 만들어야 한다.
임영희 코치님은 ‘지난 시즌 팀 자유투 성공률(69.2%, 332/480)이 워낙 안 좋아서 그 영향을 받은 거 같다’고 했다.
좋게 이야기를 해서 저를 감싸주신 거다. 저도 별 생각을 다 했다. 크리스탈 토마스 선수가 왔는데 자유투 성공률(44.9%, 31/69)이 되게 안 좋았다. 감독님께서 자유투 연습을 따로 시키실 때 다른 선수들 모두 다 안 들어갔다. 그러니까 저도 불안하고, 그런 게 있었다. 또 한편으로 생각하면 그 전에 안 좋은 선수가 있을 때도 제가 잘 넣어서 만회를 했다. 저 역시 지난 시즌에는 제가 못했다고 생각한다.
다시 자유투 성공률 1위로 올라서서 은퇴할 때까지 유지하고 싶지 않나?
전 기록 욕심이 없다. 한 경기 한 경기 팀이 이기면 제일 좋다(웃음).
2013년부터 매년 대표팀에 뽑혔다. 비시즌에는 대표팀에서 활약한 뒤 매 시즌을 치르는데 힘들지 않나?
솔직히 힘든 부분도 많고, 고질적인 햄스트링 부분도 있어서 감독님께서 배려를 많이 해주신다. 운동 시간 외적으로 치료도 받고 있다. 이 부분도 다 낫지 않아서 안고 가야 하기에 걱정도 된다. 영희 언니가 빠졌는데, (위성우) 감독님을 처음 만났을 때 몸 상태라면 어떨까 생각도 많이 한다. 하지만, 서른 살이라 나이가 많다고 한다. 영희 언니도 39, 40까지 했는데 그 정도까지 못한다고 해도(웃음), 노장 취급을 받아야 하는 건 아닌 거 같고, 저도 어린 선수들, 지현이, 다정이, 은실이, 윤정이를 이끌면서 정은이 언니를 잘 도와주며 제 역할을 잘 해야 한다.

시즌 개막(10월 19일)까지 두 달 반 가량 남았는데 곧 국가대표팀에 합류한다.
아무것도 맞춰진 게 없고, 우리 팀에서 수비 전술 등 연습된 게 아무것도 없는데 대표팀에 간다. 대표팀에는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선수들이 많아서 가기 싫다는 게 아니다. 뭔가 시간이 없는 느낌이다. 불안하기도 하고, 제 스스로 예민해질 때도 있다. 대표팀에 4명이 가니까 대표팀에 충실하면서도 4명끼리 있을 땐 대화도 많이 필요하다. 시즌 중에도 대표팀 소집이 있으니까 몸 관리도 잘 해야 한다. 뭐니뭐니 해도 제가 주장이니까 제일 먼저 정신 차리고(웃음) 영희 언니가 빠져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것도 있다. 저부터 잘 해야 한다. 지현이가 잘 하길 바라고, 정은 언니가 뭘 해주길 바라는 게 아니라 제 몫을 다한 뒤 남을 도와줄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사진_ 점프볼 DB, 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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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