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농구 꿈나무들의 뜨거운 겨울나기
- 아마추어 / 노경용 기자 / 2017-12-31 23:08:00

[점프볼=노경용 객원기자] 29일 한·일 양국의 농구 꿈나무들의 친선경기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안양 호계중학교를 찾았다. 제법 쌀쌀한 날씨였지만 멀리서 온 손님들이 행여 추울까봐 체육관에 난방에 신경을 썼는지 상당히 포근했다.
출입문이 열리자 낯익은 얼굴이 나타났다. 일본 프로농구 BJ리그 최초의 한국인 선수로 3시즌을 활약한 후 현재는 ‘GROOVY 농구클럽’을 운영 중인 음승민 코치였다. 코치를 따라 10여명의 선수들이 체육관으로 들어섰고 30분 동안 몸을 푼 후에 친선경기가 시작됐다.
호계중학교 오충렬 코치는 “급하게 연락을 받은 터라 정보가 별로 없었는데 일본에서 농구 실력을 늘리기 위해 한국까지 온 정성에 감동을 받아 흔쾌히 친선경기 요청을 수락했다. 일본에 원정 경기를 갔던 경험들이 있어서 일본 농구의 수준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지만 이 선수들이 보여줄 모습도 기대가 된다. 많이 배우고 많이 가르쳐주고 가길 바란다”며 일본의 손님들에게 첫인사를 건넸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 이런저런 궁금증에 GROOVY 음승민 코치에게 간단한 인터뷰를 요청했다.
Q. 한국을 방문한 이유는?
음승민_ 한국 남자농구가 아시아에서 레벨이 높기 때문에 일본 친구들한테 일본 농구에서 경험할 수 없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었다. 또 어렸을 때부터 한·일간 교류를 통해 성장한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나쁜 감정 없이 잘 지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소망 때문이다. 처음 일본에 유학을 갔을 때 막연하게 일본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고 혹시 이지메를 당하지 않을까하는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일본에 와보니 그런 건 절대 없었다. 우려와 달리 개인적으로 힘들었을 때 가장 많이 도와주고 손을 뻗어준 사람이 일본 친구들이었다. 농구선수를 은퇴하고 의미가 있는 일에 대해서 고민하다가 지금의 일을 시작하게 되었고 일본 농구선수들을 데리고 최대한 한국을 자주 찾으려고 노력한다.
Q. 일본은 클럽 운동이 활성화된 것으로 아는데 한국과 가장 다른 점이 무엇일까?
음승민_ 가장 크게 차이가 나는 점은 시설이 아닐까 싶다. 한국은 체육관이 있으면 1개의 농구코트만 있는데 일본은 하나의 체육관에 많게는 3개에서 4개까지 있어서 학교를 대표하는 농구부 외에도 클럽들이 체육시설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런 접근성이 클럽이 활성화된 이유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다.
Q. 일본 선수들이 한눈에 봐도 어려보이고 작은 신장이 눈에 띈다.
음승민_ GROOVY클럽에서 운동하는 중학교 1, 2학년 선수들 위주로 팀이 꾸려져서 한국을 찾았다. 개인적으로 돈을 지불하고 한국 원정을 신청한 선수들만 데리고 왔다. 따라서 선발대표팀은 아니다. 호계중학교가 매년 TOP3 안에 들어가는 강팀이라고 지인들한테 들었다. 3학년 선수들이 왔다면 조금 더 재밌는 게임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큰 벽이겠지만 한 수 배우고 싶어 부탁드렸고 귀한 기회를 주셨기 때문에 열심히 배워가겠다.
Q. 일본 아이들에게 경기 전 부탁한 말이 있다면?
음승민_ 체육관에 들어서자마자 호계중학교 선수들의 신장과 체격을 보고 겁을 먹었는데 어떻게 하면 이 팀과 동등하게 시합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깨달았으면 좋겠다. 승패에 관계없이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하길 바란다. 일본에 돌아가 어려운 상대를 만나게 되었을 때 한국에서 강팀을 상대한 경험이 승리를 위한 원동력이 될 거라 믿는다. 파이팅!
경기 초반 일본 선수들의 화려한 드리블과 한 박자 빠른 패스타이밍에 호계중학교가 멈칫했지만 이내 본인들의 게임을 시작했고 122-39 라는 압도적인 스코어 차이로 4쿼터가 끝이 났다.
보는 사람에 따라 실력 차이가 많이 나니까 조금 봐주면서 하지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호계중학교 선수들은 멀리서 온 일본 선수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경기에 임했고 음승민 코치와 일본선수들도 열심히 상대해주셔서 감사하다며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라고 호계중학교 오충렬 코치와 선수들, 경기장을 찾은 학부모들께 인사를 했다.
기자의 눈에 띄었던 건 유독 일본 선수들의 드리블이 많다는 것이었다. 이에 음승민 코치는 “드리블이 늘 수 있는 시기는 제한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어릴 때 공에 대한 자신감을 획득해야 하기에 드리블이 많은 부분에 대해서 특별히 제지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경기 중 드리블에 의해 생긴 공간을 순간적인 스피드를 더해 드라이브인과 컷인 플레이로 멋진 장면들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일본 팀의 주장으로 참여한 야마시타 슈(2학년, G)는 “한국 팀은 몸싸움도 잘하고 신장도 크고 너무 강했지만 우리 팀에게 너무 좋은 경험이었다. 일본에 돌아가서 한국에서 있던 경험을 살려 팀원들, 주변의 농구를 하는 친구들에게 한국 농구에서 배웠던 점을 알려 주고 싶다”고 말했다.
경기 중 3점슛 시도가 많았던 이유가 있냐는 질문에는 “상대의 신장이 너무 커서 인사이드에서 득점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아웃사이드에서 3점슛 시도를 많이 했는데 1개도 성공시키지 못했다. 성공률을 높일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이 필요함을 느꼈다. 일본으로 돌아가서 이번에 배운 부분들을 열심히 연습해서 내년에 다시 한국을 방문했을 때는 호계중 선수들에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답했다. 앞으로 각오를 묻자 “지금의 실력으로는 어렵겠지만 후에 열심히 연습해 프로선수가 되어 한국 친구들보다 더 잘하고 싶다”고 말했다.
호계중학교 김승재(1학년, G)는 일본 선수들에 대한 첫인상을 묻는 질문에 “우리 팀은 190cm가 넘는 형도 있고 슈팅가드 형이 180cm를 넘는데 상대팀은 제일 키가 큰 선수가 175cm정도로 보여 사실은 약간 쉽게 본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같은 학년임에도 수준 높은 드리블을 보여줘서 놀랐고 우리가 경기는 큰 점수 차이로 이겼지만 오히려 배운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내년에도 다시 붙고 싶다”는 일본 팀 주장의 말을 전하자 “호계중 농구부도 최선을 다해 연습을 하겠다. 내년에도 멋진 승부를 해보자”며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27일부터 29일까지 휘문중학교, 단대부속중학교, 숙명여자중학교, 호계중학교, 벌말초등학교, 숭의여자중학교. 하루에 많게는 3경기를 치루는 강행군으로 농구에 대한 열정을 분출하고 있는 일본 GROOVY 클럽을 보면서 과연 한국 농구는 실력을 늘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를 생각했다.
자신보다 강한 상대를 경계하기보다 오히려 배우고 분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는 그들에게서 일본 농구가 강해져가는 이유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최근 한국 농구가 위기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현재에 대한 불평보다는 주어진 조건 안에서 최선의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진 – 노경용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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