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지옥의 여수 전지훈련…진정한 효과는?
- 여자농구 / 곽현 / 2016-07-23 09:23:00

[점프볼=곽현 기자] 여자프로농구 통합 4연패 신화를 달성한 아산 우리은행의 여수 전지훈련은 혹독하기로 악명이 높다. 우리은행 선수들에게 여수 전지훈련에 대해 물을 때면 한숨부터 나온다. 생각하기도 싫다고 할 정도다.
통합 4연패를 달성한 우리은행 선수들의 강인한 체력은 여수 전지훈련에서 만들어진다고 한다. 지난해에도 전지훈련 현장을 찾은 기자는 올 해에도 여수를 찾았다.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7월의 한낮. 기온은 35°를 육박하는 뜨거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었다.
우리은행 선수들은 21일 오후 훈련에서 여수 흥국체육관에서 훈련을 진행했다. 우리은행은 전지훈련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체력훈련에 투자한다. 계속해서 뛰는 훈련이 이어지며 수비 자세, 스텝훈련, 속공, 슈팅 훈련 등이 진행된다.
남자선수들의 경우 도로 위를 달리는 로드워크 훈련을 많이 하는데, 우리은행은 특별히 도로를 뛰는 훈련은 하지 않는다고 한다. 위 감독은 이에 대해 “얘들이 내 눈에 보여야 한다. 그것도 안 보면 요령을 피우는 방법이 다 있다. 나도 선수 때 해봐서 안다”고 전하기도 했다. 선수들의 동작 하나하나를 관찰하겠다는 의도인 것. 완벽주의를 자랑하는 위 감독의 스타일이 느껴지는 한마디였다.
훈련에선 위 감독의 목소리, 그리고 선수들의 파이팅 소리, 숨을 헐떡이는 소리 외에는 계속해서 침묵이 흐른다. 선수들의 잡담은 찾아볼 수 없다. 적막감이 흐른다. 오로지 훈련에 집중하는 시간이다.
선수들은 4~5명씩 3조로 나뉘어 코트를 뛰었다. 박언주와 이은혜는 재활훈련으로 제외됐다. 코트 4~5바퀴를 정해진 시간 안에 들어오는 훈련이었다. 코트 한 바퀴를 뛰는데 주는 시간은 16초다. 농구 코트는 가로 28m, 세로 15m, 합이 86m다. 4각의 코트를 16초 안에 들어오는 건 결코 쉽지 않다. 한 조씩 돌아가며 4~5세트를 뛰었다. 선수들의 체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훈련이다. 선수들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머지않아 자신들의 차례가 돌아온다. 계속되는 반복훈련으로 심폐지구력과 전신의 근력을 키우는데 도움을 주는 훈련이다. 하지만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미안할 정도로 선수들은 힘들어했다.
그 다음에는 다소 특이한 동작의 훈련이 진행됐다. 양손으로 코트 바닥을 찍으며 사이드스텝을 하는 훈련이다. 수비 자세를 연습하는 훈련인데 보통 하프코트로 진행이 되지만, 우리은행은 풀코트로 진행했다. 계속해서 허리를 굽히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통증이 밀려올 것이다.
이어 수비 스텝 훈련이 진행됐다. 공격수를 상대할 때 재빠르게 스텝을 딛는 훈련이었다. 위 감독은 첫 스텝을 길게 놓으라고 강조했다. 그래야 공격수의 진로를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수들 대부분이 익숙지 않은 동작에 힘들어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익숙해져가는 모습이었다.
뒤이어 투맨 속공, 쓰리맨 속공 연습을 진행했다. 반복된 훈련으로 속공 상황에서 속도와 체력을 붙이기 위한 훈련이다.

마지막 훈련은 슈팅 훈련이었다. 3점 라인 중앙에서 코너까지 전속력으로 달려가 공을 받은 뒤 슛을 시도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실제 경기 상황에서 나올 수 있는 동작을 훈련하는 것. 전속력으로 달려야하다 보니 공을 잡았을 때 밸런스가 흔들리지 않는 게 중요했다. 이번 박신자컵에서 득점 1위를 차지한 최은실은 꽤 정확한 성공률을 보였다. 임영희, 박혜진, 김단비 등 슈터들 모두 이런 훈련으로 슛 성공률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선수들 대부분 올 해 훈련이 예년에 비해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김단비는 “첫 해 훈련 못지않게 힘들다”고 말했다. 이유가 있었다.
위 감독은 “주전들은 휴가를 다녀왔고 박신자컵 기간 동안 쉬어서 몸이 안 돼 있다. 몸을 만들어야 체계적인 훈련을 할 수 있다. 그래서 더 체력훈련을 많이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여수에서 체력과 근력을 확실히 키워야 경기를 할 수 있는 몸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다음 날 오전에는 웨이트트레이닝과 트랙훈련이 진행됐다. 웨이트트레이닝을 마친 선수들은 얼굴에 자외선차단체를 바르며 트랙훈련을 준비했다. 지켜보는 입장에서 가장 힘들어 보이는 훈련이 바로 트랙훈련이다. 마침 숨어 있던 태양이 모습을 비추며 강한 햇볕을 내리쬐고 있었다.

선수들은 처음 400m 트랙 10바퀴를 돌았다. 4,000m였다. 정해진 시간 안에 들어와야 하기 때문에 마냥 천천히 달릴 수는 없었다. 시간이 지나자 선두 그룹과 중간, 하위 그룹이 나뉘어졌다. 최근 박신자컵을 하며 몸이 만들어져 있는 젊은 선수들이 선두 그룹을 형성했다.
이윤정, 이선영, 김단비가 16분 48초를 기록하며 공동 1위로 결승점을 통과했다. 선수들은 완주 후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머리에 얼음 주머리를 데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박혜진은 “아 못 뛰겠다”라며 힘들다고 호소했다.
화요일부터 시작해 4일째 이어지는 훈련이다 보니 선수들 모두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이 지쳐 있는 시기였다. 양지희는 이날 무릎 통증이 있어 트랙훈련에 함께 하지 못 했다. 양지희는 “뛰는 선수들에게 미안하다”며 마냥 편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몇 분간의 휴식이 주어진 뒤 다시 5바퀴를 뛰어야 했다. 8분 안에 들어오는 선수는 끝, 그렇지 못 한 선수는 또 뛰어야 하는 미션이 주어졌다. 한편 발목 수술을 받은 박언주는 통증 탓에 선수들과 반대 방향으로 뛰기도 했다.

한 차례 뛰고 다시 달리다보니 체력은 바닥을 찍기 마련이었다. 특히 운동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주전선수들은 체력이 더욱 부족하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80년생으로 최고참 임영희는 한 차례 낙오 없이 끝까지 코스를 완주했다. 먼저 통과한 후배들이 마지막 코스에서 임영희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같이 뛰어주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선수들은 힘든 훈련 속에서 팀워크는 더욱 굳건해지는 모습을 보였다.
우리은행의 이러한 혹독한 전지훈련이 가져다주는 효과는 무엇일까? 과연 정규시즌에 들어섰을 때 강인한 체력의 근간이 될 수 있는 것일까? 위성우 감독은 조금은 다른 의미도 있다고 전했다.
“체력훈련에 대해 여러 말들이 많다. 근데 난 좀 다르게 접근하고 싶다. 체력훈련으로 인해 체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정말 어렵고 힘든 훈련을 하면서 자신과의 인내력 싸움을 하는 것이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경기 박빙 상황에서 마지막 1~2분이 고비가 된다. 그 싸움에서 선수들이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선수들한테 그러한 고비를 느껴보라고 하는 것이다.”
극한의 고통을 참고 이겨내면서 선수들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쌓게 된다. 결국 그러한 자신감과 정신력은 시즌에 들어서 힘든 순간이 닥쳐올 때 빛을 발한다. 우리은행의 강인한 정신력과 승부근성은 비시즌 훈련에서부터 다져진다. ‘노력’ 없는 결과는 없다고 생각하는 위 감독의 훈련 스타일은 올 해도 변함이 없다.
우리은행은 오는 30일까지 여수에서 전지훈련을 진행한다.
#사진 - 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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