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0위·아시아 3위 일본의 도약…“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국제대회 / 홍성한 기자 / 2026-08-11 17: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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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홍성한 기자]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버크 토즈 감독의 강조였다.

필리핀 여자농구 대표팀은 지난 5월 새로운 사령탑으로 캐나다 출신의 토즈 감독을 선임했다.

토즈 감독은 일본 농구와 인연이 깊은 지도자다. 2011년 일본 B리그 B2(2부 리그) 고베 스토크스에서 지휘봉을 잡았고, 2014년에는 W리그(일본 여자프로농구) 후지쯔 레드웨이브 코치로 자리를 옮겼다.

2018년 후지쯔 감독으로 승격된 뒤에는 본격적으로 지도력을 증명했다. 2024년과 2025년 팀을 연속 우승으로 이끌었고, 2025년에는 일왕배 정상까지 밟았다.

10년 넘게 일본 무대에서 쌓은 경험을 이제 필리핀 여자농구에 접목하려 한다.

필리핀은 오는 17일부터 23일까지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열리는 FIBA(국제농구연맹) 여자농구 올림픽 사전예선을 앞두고 있다.

최근 필리핀 현지 매체 ‘SPIN.ph’와 만난 토즈 감독은 “내가 일본에 있는 10년 동안 약 12명의 선수를 일본 국가대표팀에 보냈다. 일본 농구를 아주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이제 세계 여자농구에서도 손꼽히는 강호다. FIBA 랭킹 10위다.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에서는 호주(3위), 중국(4위)에 이어 3번째로 높은 순위다(대한민국은 15위). 최근 올림픽에 3차례 연속 출전했고,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는 은메달까지 목에 걸었다.

당연히 처음부터 지금의 위치에 있었던 건 아니다. 토즈 감독은 “일본이 지금과 같은 농구를 하는 건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게 아니다. 아시아 3위까지 올라오는 데 12년이 걸렸다”고 힘줘 말했다.

그가 주목한 건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 일본만의 농구였다. 특히 대표팀과 소속팀의 농구가 크게 동떨어져 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오랫동안 그곳에서 지도했다는 건 일본 농구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함께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도자들은 서로를 지켜보고, 성공한 감독의 농구를 연구한다”는 게 토즈 감독의 설명이다.

실제로 그가 몸담았던 후지쯔 역시 일본 대표팀과 크게 다르지 않은 농구를 펼쳤다고 했다. 여기에는 도쿄올림픽 은메달을 이끌었던 톰 호바스 감독과의 인연도 있었다. 두 사람은 오랫동안 상대팀 지도자로 경쟁했고, 코트 밖에서는 가까운 친구로 지냈다.

토즈 감독은 “내가 지도했던 후지쯔는 일본 대표팀과 크게 다르지 않은 농구를 구사했다. 호바스와 나는 수년 동안 서로를 상대해왔고, 아주 좋은 친구이기도 하다. 그런 부분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제 시선은 필리핀으로 향한다. FIBA 세계랭킹 30위,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6위다. 아직 아시아 정상권과는 거리가 있지만 2015년 FIBA 여자 아시아컵 디비전A로 승격한 뒤 조금씩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2023년 여자 아시아컵에서 역대 최고 성적인 6위에 올랐고, 2025년 대회에서도 같은 순위를 기록했다. 2026 FIBA 여자농구 월드컵 예선에서는 콜롬비아를 74-59로 제압하며 또 하나의 역사를 썼다. 필리핀 여자농구가 비아시아 국가를 상대로 거둔 사상 첫 승이었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도 토즈 감독이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다. 케이시 델라 로사, 켄트 파스트라나, 엘라 파하르도, 나오미 팡가니반, 바네사 데 헤수스 등이 중심을 이루고 있고, 오랫동안 대표팀을 이끌어온 잭 애니맘도 다시 합류할 예정이다.

토즈 감독은 “아시아의 다른 국가대표팀에서도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필리핀의 성장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생각했다. 충분히 최상위권까지 올라가 꾸준히 경쟁할 수 있는 팀이 될 수 있다고 봤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방향도 세웠다. 비교적 작은 신장을 보완하기 위해 빠른 농구와 효율적인 외곽 공격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우리는 비교적 신장이 작은 팀이다. 그렇기에 좋은 슛 찬스를 만들어야 한다. 트랜지션에서 많은 슛을 만들고, 패스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 수 있도록 움직임도 만들고 있다”며 “모션 오펜스 안에서 효율적인 공격을 펼치는 게 중요하다. 단순히 슛을 던지고 4쿼터까지 버티길 바라는 농구를 해서는 안 된다. 수비에서는 공격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필요한 건 시간이다. 일본의 성장을 이야기하며 ‘12년’을 강조했던 것처럼 필리핀에서도 단숨에 결과를 만들겠다는 생각은 없다.

토즈 감독은 “선수들은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 우리가 가져가려는 방향을 잘 받아들이고 노력하고 있다. 나는 훈련에서만 관계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다. 코트 안팎에서 선수들과 관계를 쌓으려고 한다. 선수들이 감독을 신뢰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_WKBL, FIB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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