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작은 거인’ 허예은의 폭풍 성장기 “어떻게 농구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매거진 / 최창환 기자 / 2026-06-06 06: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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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최창환 기자] 4.8%. 기적은 예기치 않은 순간 찾아오는 법이다. 청주 KB스타즈, 허예은에게 찾아온 기적이 꼭 그랬다. 2018~2019시즌에 창단 첫 통합우승을 달성한 KB스타즈의 2019~2020 WKBL 신인 드래프트 1순위 확률은 4.8%, 21개의 구슬 가운데 단 1개만 주어졌다.

2018~2019 드래프트에서 아산 우리은행이 4.8%의 확률로 박지현을 1순위로 선발했듯, KB스타즈에도 기적이 찾아왔다. KB스타즈에 주어진 초록색 구슬이 가장 먼저 나왔고, 그렇지 않아도 컸던 안덕수 당시 KB스타즈 감독(현 WKBL 사무총장)의 눈은 더 동그래졌다. 오죽하면 1순위로 선발됐던 허예은조차 “까마득한 일이네요. 사실 안 감독님의 강렬한 인상밖에 기억나지 않아요(웃음)”라며 드래프트 당시를 회상했을까.

자신의 키만큼이나 큰 노란색 꽃다발을 들고 인터뷰실에 들어와 “나중에 팀이 반드시 필요로 하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라는 각오를 남겼던 허예은은 시간이 흘러 자신의 각오를 현실로 만들었다. 아니, 이를 뛰어넘어 한국여자농구에서 반드시 필요한 선수로 성장하며 또 하나의 단신 성공기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 본 기사는 농구전문 매거진 점프볼 6월호에 게재됐습니다.

‘두 번 실패하면 안 된다’

인터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먼저 털고 싶었던 얘기가 있었다. 2025~2026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있었던 일이다. 허예은은 챔피언결정전을 지배했다. 박지수의 갑작스러운 발목부상으로 우승 전선에 먹구름이 드리운 게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잠시, KB스타즈는 허예은을 앞세워 용인 삼성생명을 압도했다. 3경기 평균 득실점 마진 12점을 기록하며 3전 전승, 통산 3번째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허예은은 3경기 평균 16점 3점슛 3개(성공률 47.4%) 3.7리바운드 5.7어시스트 1.7스틸로 활약, 챔피언결정전 MVP로 선정됐다. 72표 가운데 47표를 획득, 강이슬(25표)을 여유 있게 제쳤다.

KB스타즈를 향한 평가절하의 시선을 단번에 잠재운 성과였다. KB스타즈는 그간 박지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팀이다. 박지수 입단 후 강팀으로 도약하며 우승을 일궜지만, 박지수의 출전 여부에 따른 경기력의 편차도 컸다.

실제 2021~2022시즌에 2번째 통합우승을 달성했던 KB스타즈는 박지수가 9경기 출전에 그쳤던 2022~2023시즌에 5위로 내려앉았다. ‘박지수의 팀’이라는 일각의 평가는 박지수의 가치가 그만큼 높다는 의미이기도 했지만, 다른 선수들 입장에서 자존심이 상하는 표현인 것도 분명했다.

박지수가 튀르키예리그에 진출, 자리를 비웠던 2024~2025시즌에 하위권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것도 무리가 아니었으나 KB스타즈는 모두의 예상을 비웃으며 플레이오프에 올랐다. 이어 박지수 없이 치른 챔피언결정전도 따내며 박지수만의 팀이 아니라는 걸 스스로 증명했다.

허예은은 이와 같은 차원에서 “항상 (박)지수 언니라는 꼬리표가 저를 따라다닌다는 걸 알아요. 그걸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강했어요. 그만큼 이번 시리즈에서의 승리가 간절했죠”라는 소감을 남겼다.

“이렇게 비춰지면 지수 언니가 속상할 수 있지만 그래서 저에겐 더 의미가 있는 우승이었어요. 그래도 지수 언니와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죠”라는 부연설명도 곁들였지만, “지수 언니 꼬리표를 떼고 싶었어요”라는 헤드라인과 코멘트가 생략된 보도가 심심치 않게 나오다 보니 오해의 시선도 뒤따랐다. 이 부분에 대한 오해를 털어내는 게 인터뷰의 시작점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허예은을 만났다.

허예은은 이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답했다. “그런 식으로만 비춰져서 지수 언니에게 미안했어요. 지수 언니도 많이 속상했을 텐데 저는 전혀 그런 의도가 아니었거든요. 만약 지수 언니 없이 준우승했다면 저희를 더 힘들게 하는 기사가 쏟아졌을 거예요. 물론 함께 뛰어서 우승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선수는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해야 하잖아요. 지수 언니의 출전 여부를 떠나 세간의 평가를 돌아본다면 승리가 너무도 필요한 시리즈였다고 생각해요.”

이어 허예은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팀을 향한 직설적인 평가에 때론 자존심이 상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러자 허예은은 신중하게 말문을 이어갔다.

“결과적으로 지수 언니가 없었던 첫 시즌(2022~2023시즌)에 저희가 너무 못했기 때문에 그런 얘기도 나온 거라고 생각해요. 그만큼 대단한 선수이기 때문에 그런 평가가 따라붙는 측면도 있는 것 같고요. 처음 KB스타즈에 왔을 때, 어린 나이였던 제가 봐도 지수 언니가 짊어지고 있는 무게가 너무 커보였어요. 지수 언니는 그 정도로 영향력이 대단한 선수죠.

꼭 평가 때문만은 아니지만 그래서 지난 시즌에 ‘두 번 실패하면 안 된다’라는 마음이 강했고, 나가타 모에 언니도 제 역할을 너무 잘해줘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지수 언니의 자리는 1명으로 메울 수가 없어요. 다 같이 한 발 더 뛰면서 플레이오프에 올랐고, 그때의 경험이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사실 어떻게 말하는 게 정답인지 모르겠지만, 저는 어떤 상황에서도 제 자리에서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수 언니가 팀에 남는다면 이전과 마찬가지로 또 열심히 할 거예요.”

허예은과 인터뷰를 진행했던 날은 FA 최대어로 분류됐던 박지수의 거치가 아직 결정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박지수는 허예은과의 인터뷰 이후인 5월 14일 KB스타즈와 계약기간 2년 연봉 총액 5억 원에 재계약했다. 비록 2차례의 통합우승을 함께했던 삼각편대는 해체됐지만, KB스타즈는 차기 시즌에도 6개 팀 통틑어 첫 손에 꼽을 수 있는 원투펀치 박지수-허예은 조합을 앞세워 정상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운동DNA’ 없는 집안의 돌연변이
허예은에게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과감한 비하인드 백패스와 헤지테이션, 조금이라도 틈이 보이면 주저하지 않고 시도하는 딥쓰리까지. 코트에서 가장 키가 작지만, 볼을 잡는 걸 두려워하지 않으며 선수들을 진두지휘한다. 우연한 계기이긴 했지만, 처음 농구공을 잡았을 때의 마음가짐을 유지한 덕분에 장착할 수 있는 스킬이었다.

“농구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우연한 계기로 시작하게 됐어요. 방과 후 수업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집에 가서 허락을 받아오라고 하더라고요. 집안에 ‘운동DNA’가 없었거든요. 엄마가 공부하려면 체력도 필요하니까 해보라고 하셔서 농구를 하러 갔는데 뭔가 이상한 거예요. 다들 머리 짧게 하고 있고…(웃음). 그런데 아직도 농구공을 처음 잡았을 때의 그 기억을 잊지 못해요. 공을 가지고 뭔가를 만들어간다는 그 행위 자체가 너무 좋았어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힘든 순간이 있긴 했지만, 그만둔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WKBL 역사에 남을 명장면도 연출했다. 2025년 11월 19일 삼성생명과의 홈경기. 비하인드 드리블로 수비를 제친 허예은은 이후 머리 뒤로 절묘한 패스를 하며 송윤하의 골밑 득점을 도왔다. 어린 시절부터 기본기를 탄탄하게 다지지 않았다면 절대 만들 수 없는 하이라이트 필름이었다.
 

“중학생 시절부터 개인 훈련할 때마다 도와주는 선생님이 계세요. 그 선생님은 항상 키가 작은 선수는 더 특별해야 한다는 걸 강조하셨어요. 운동뿐만 아니라 마음가짐도 마찬가지였죠. 내가 코트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 꾸준히 고민하고 극복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신 덕분에 그런 패스도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허예은은 이어 “사실 운이 좋았죠. (송)윤하가 마무리를 너무 잘해줬기 때문에 제가 주목을 받았어요. 그 상황에서는 정신이 없었기 때문에 그 정도로 화제가 될 줄 몰랐어요. 좋게 봐준 분이 많아서 감사했죠. 여자농구에서는 화려한 장면을 만들 수 있는 상황이 한정적이잖아요. 덩크슛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요. 그래도 감독님이 항상 화려한 패스, 드리블을 시도해도 좋다고 장려해 주셔서 자신감을 갖고 시도하고 있어요. 사실 1번이기 때문에 실속과 과감한 시도의 균형을 잘 맞춰야 한다고 생각해요. 일단 실속을 챙겨야 감독님께 인정을 받을 수 있고, 화려한 건 그 뒤에 따라붙어야 하는 거죠”라고 덧붙였다.

문득 허예은의 학창 시절 롤모델이 궁금했다. 1대1, 딥쓰리 그리고 가드임에도 웬만한 빅맨 못지않게 따내는 리바운드 능력까지. 허예은이 주저하지 않고 꼽은 이름은 박혜진(BNK 썸)이었다. 경기를 풀어가는 스타일은 다르지만, 박혜진처럼 경기에 끼치는 영향력이 큰 가드가 되고 싶었다고.


“저희 때는 (박)혜진 언니가 짱이었죠. 혜진 언니를 보면서 꿈을 키웠고, ‘나도 저렇게 멋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라고 생각했어요. 리더잖아요. 저도 코트에서뿐만 아니라 어디서든 후배들에게 멋진 선배가 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선 더 성숙해져야 한다는 생각도 항상 하고 있어요.”

레알 신한, 우리은행 왕조 그리고…
정규시즌 마지막 날 KB스타즈를 정규시즌 우승으로 이끈 직후, 이른바 ‘허강박’이라 불렸던 트리오는 나란히 정규시즌 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리곤 다 같이 인터뷰실에 들어와 2년 전 놓쳤던 통합우승에 대한 각오를 내비쳤다.

그게 ‘허강박’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함께 사진을 찍은 마지막 모습이었다. KB스타즈는 통합우승을 달성한 직후 FA 강이슬이 아산 우리은행으로 이적, 전력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허예은-강이슬-박지수로 이어지는 각 포지션별 최고의 선수 3명이 뭉친 팀이었지만, 이제는 원투펀치가 해야 할 역할이 더 많은 전력이 됐다.

“당연히 남았다면 더 좋았겠지만, (강)이슬 언니도 정말 많이 고민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연락을 통해서도 한 얘기지만, 이슬 언니의 선택에 후회가 남지 않았으면 해요. 이슬 언니라는 좋은 슈터와 함께한 덕분에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팀을 떠나니 그동안 못해줬던 게 제일 먼저 생각나고, 미안한 마음이 앞서네요. 제가 부족했던 부분을 이해해 주셨으면 하고, 이슬 언니도 새로운 팀에서 행복하고 건강하게 농구를 하셨으면 좋겠어요.”

2021년 강이슬을 영입하기 직전처럼 KB스타즈에는 박지수와 허예은만 남았지만, 당시의 허예은은 아직 알을 깨고 나오기 전의 유망주였다. 2년 차 시즌에 28경기 평균 11분 7초를 소화하며 가능성을 보여줬던 터였고, 신임 김완수 감독의 부임과 강이슬 영입이 더해진 2021~2022시즌을 맞아 단숨에 주전으로 도약했다.

박지수가 건재한 데다 허예은도 시즌을 거듭할수록 가파른 성장세를 그린 만큼, 힙합 듀오 다이나믹 듀오의 노래 가사처럼 ‘셋보다 나은 둘’을 보여줄 여지가 충분히 남아있는 팀이 바로 KB스타즈다.

“그때의 전 아무 것도 모르고 언니들 뒤 따라다니면서 등만 봤던 선수였어요. 지금은 동생이 많이 생겼죠. 종례하면 (왼쪽 끝을 가리키며) 저 끝에 있던 선수였는데 지금은 중간까진 왔네요. 항상 동생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수가 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선 조금 더 간결한 경기 운영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볼을 오래 갖고 있으면 팀도, 동료들의 경기력도 떨어진다는 게 느껴졌거든요. 감독님도 화려한 플레이를 장려하시지만, 그건 동료들을 살려준 이후 단계라는 것도 항상 강조하세요. 제 역할이 늘어나는 것보단 팀이 먼저라는 말씀도 하셨죠. 물론 저도 동료들이 신나게 달릴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게 저의 첫 번째 역할이라고 생각하고요.”

인터뷰를 진행하던 시점만 해도 박지수의 잔류 여부는 결정이 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허예은은 다가올 시즌의 목표에 대해서는 시종일관 흔들림이 없었다. 이쯤 되면 예상할 수 있는 답변. 바로 KB스타즈가 창단 후 한 번도 이루지 못한 리핏이었다.

“저희는 디펜딩 챔피언이잖아요. 그 타이틀에 걸맞게 항상 전력을 다해 부끄럽지 않은 경기를 보여줘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어요. 어린 시절 ‘레알 신한’, 왕조를 멈춰세운 우리은행을 보며 농구를 했는데 이제는 저희가 그 뒤를 이어야죠. 왕조를 구축한 KB스타즈. 너무 좋은데요(웃음)!? 그걸 이루기 위해 계속해서 한 걸음씩 나아가겠습니다.”

여러분은 차기 리더의 성장기를 직관 중입니다

허예은이 폭풍 성장기를 그렸듯, 그의 곁에는 팀의 기둥 박지수뿐만 아니라 든든한 동료들도 있다. 허예은은 동료들을 향해 통합우승을 함께 일군 2025~2026시즌처럼 계속해서 성장세를 이어가자는 다짐을 잊지 않았다.

“인터뷰를 통해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었어요. 시즌을 치르면서 (이)채은 언니를 비롯해 (이)윤미 언니, (양)지수, (송)윤하까지 젊은 선수들이 점차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을 보는 게 너무 뿌듯했어요. 대부분 제가 팀에 입단했을 때부터 계속 함께하며 정을 쌓은 사이다 보니 서로가 서로를 응원해왔죠. 어떻게 저희 팀과 농구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양)지수가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결정적인 슛을 넣었을 때 특히 뿌듯하더라고요. 이런 게 팀 스포츠고, 선수들이 팀에 대한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게 행복한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모든 선수가 만족하는 건 쉽지 않겠지만, 저희 팀이 행복하게 농구를 하는 문화를 꼭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어요. 전 우리 팀을 정말 사랑하거든요. 선수들도 모두 팀을 사랑하는 마음이 더 생겼으면 할 정도로요.”

어느 때보다도 길었던 시즌을 마친 허예은은 달콤한 휴식도 잠시, 대표팀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박수호 감독이 이끄는 여자농구대표팀은 9월 FIBA(국제농구연맹) 여자농구 월드컵,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 연달아 출전한다.

허예은은 챔피언결정전 MVP로 선정된 직후 공식 인터뷰에서 “’이렇게 재밌는 여자농구가 왜 인기가 없을까?’란 생각을 해봤는데 결국 국제 경쟁력이 살아나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월드컵, 아시안게임은 여자농구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잖아요. 언니들이랑 준비 잘해서 사고 한 번 치고 싶어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최고의 자리에 오른 순간, 현재 여자농구가 처한 현실을 직시하는 한마디를 남겼던 이유가 궁금해 부연설명을 부탁했다. 그러자 허예은은 예상보다 더 성숙한 답변을 남겼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20살의 저는 농구를 잘하고 돈을 많이 버는 게 목표였어요. 그런데 농구를 하면 할수록 그게 끝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선배들은 워낙 잘했잖아요. 국제대회에서의 성적도 좋았고요. 그런데 지금의 여자농구는 여자배구를 비롯한 다른 종목의 인기에 비하면 부족하잖아요. 물론 찾아와 주시는 팬들도 있지만 여자농구를 즐기는 분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저는 여자농구의 재미를 더 많이, 널리 알릴 수 있도록 제가 잘할 수 있는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겁니다. 국제대회에서 우리는 ‘언더독’으로 꼽히지만, 더 많은 분이 농구장을 찾으실 수 있도록 최선의 결과와 함께 돌아오고 싶어요.”

자신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준 소속팀에 대한 애정과 어릴 때부터 동경해왔던 대표팀을 향한 진심 어린 한마디까지. 스스로는 “아직 성숙하지 못한 선수라고 생각해요”라고 했지만, 허예은은 비단 코트에서 보여주는 기량만 폭풍 성장한 게 아니었다. 우리는 어쩌면 향후 한국여자농구의 새로운 리더가 될 새싹의 성장세를 직관하고 있는 게 아닐까.

허예은의 로망은 장신 라인업?

허예은의 농구 사랑은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 KBL 챔피언결정전 현장뿐만 아니라 오로지 NBA 경기를 보기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 적도 있을 정도로 농구 생각뿐이다. 트레이 영(워싱턴), 스테픈 커리(골든스테이트) 등을 롤모델로 삼고 있는 것도 널리 알려져 있다. 팬들 사이에서 ‘허레이 영’이라 불리기도 했지만 허예은의 ‘최애’는 단연 커리다.

“중학생 때부터 커리를 봤고, 우리는 아직도 커리의 시대에 살고 있잖아요. 제 롤모델이에요. 영을 보기 위해 미국에 간 적도 있지만 올 시즌에 못했고, 괴짜 같은 면도 있어서…. 영에게선 마음이 조금 떠났어요. 플레이를 참고하는 정도!?(웃음)”

NBA 지식의 깊이도 대단한 만큼, 허예은에겐 다른 선수들과 달리 WKBL이 아닌 NBA 베스트5를 꼽아달라고 부탁했다. “제가 마이클 조던을 제대로 본 세대는 아니어서 올타임은 어려울 것 같아요”라며 운을 뗀 허예은은 1번으로 망설임 없이 커리를 꼽으며 현역 베스트5를 이어갔다. “2번은 케빈 듀란트(휴스턴)요. 마음 같아서는 빅터 웸반야마(샌안토니오)를 하고 싶지만, 그건 너무 욕심이겠죠?”

커리-듀란트로 백코트를 구성한 허예은은 3번으로 제이슨 테이텀(보스턴)을 언급한 것도 잠시, 밸런스를 고려해 수정을 거쳤다. “아, 너무 볼 갖고 하는 선수들만 있으면 힘들겠네요. 음…. 르브론 제임스(LA 레이커스)요. 와, 이건 진짜 말도 안 되는 라인업이네요”라며 웃었다. 이어 웸반야마를 4번에 배치한 허예은은 5번으로 니콜라 요키치(덴버)를 꼽으며 NBA 베스트5를 마무리 지었다.

“장신 라인업을 좋아하나 봐요”라고 묻자, 허예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이상향을 정의했다. “이런 라인업이면 전부 트리플더블 하고, 감독이고 전술이고 필요도 없지 않을까요? 장신 라인업 좋아하긴 해요. 제가 못하는 농구잖아요. 저도 마음 같아선 (이)해란이 같은 농구를 하고 싶거든요. 그냥 판타지일 뿐이죠(웃음).”

#사진_박상혁 기자, WKBL 제공, 허예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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