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의 경쟁’에도 돈독한 고메즈 형제 “함께 뛰는 것 축복…형 꼭 PO 갔으면”
- 프로농구 / 김혜진 / 2025-03-06 15:50:13

KBL에서 아시아쿼터 선수의 팀 내 비중은 결코 적지 않다. 2024-2025 시즌 아시아쿼터 선수 평균 득점을 살펴보면 케빈 켐바오(소노)가 18.7점으로 1위를 사수하고 있다. 이선 알바노(DB, 16.7점)도 왜 자신이 2023-2024시즌 정규리그 MVP를 수상했는지를 증명하고 있고, 칼 타마요(LG, 14.7점)와 샘조세프 벨란겔(한국가스공사, 13.9점)이 뒤를 잇는다.
최근에는 안양 정관장 하비 고메즈도 주목받고 있다. 특히 3일 서울 삼성을 상대로 커리어하이인 22점 3점슛 6개로 활약했고, 3점슛 성공률도 40.8%에 달하는 등 필요할 때 시원하게 분위기를 바꾸는 한 방이 대표적인 장점이다.
하비 고메즈에게는 주목할 점이 또 있다. 한 살 터울의 동생 고메즈 델 리아노(26,183cm) 역시 서울 SK에서 아시아쿼터 선수로 뛰고 있다. 문득 KBL에서 코트를 누비는 유일한 ‘필리핀 형제’의 스토리가 궁금해 5일 삼성과의 경기 전 고메즈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우선 형제는 따로 살고 있다. 고메즈는 “나는 양지에서 숙소 생활을 하고, 형은 안양에 따로 집이 있다. 그래서 서로 시간이 맞으면 내가 형의 집에 가서 자기도 하고, 시간을 많이 보낸다. 형이 여기 있는 게 많은 도움이 된다”라고 했다.
같이 살지는 않지만 연락을 자주 한다고 밝힌 고메즈에게 형의 커리어하이 활약에 관해 물었다. 그러자 그는 “"물론이다. 형과는 매일 이야기한다”라며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항상 형에게는 믿음이 있고, 팀에 합류했으니 절대 추진력을 잃지 말라고 했다. 팀과 형 모두 잘하고 있어서 계속 지금처럼 하라고 했다. 형이 최근에 잘하면서 출전 시간도 늘고 있는 만큼 기회가 오는 것에 늘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고메즈에게서 형에 대한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반대로 형은 자신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는 지도 물었다. 고메즈는 “솔직히 비슷한 얘기를 해준다. 알다시피, 나는 제한된 시간만 소화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팀은 1위이기 때문에 사실 내가 많은 것을 이야기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고메즈는 24경기를 소화하는 동안 10개 구단 아시아쿼터 선수 중 가장 낮은 출전시간(평균 6분 44초)과 득점(평균 2.2점)을 기록했다. 하비 고메즈는 38경기에 출전해 평균 16분 9초를 뛰며 6.7점을 기록했다.

고메즈는 “나는 개인보다 팀의 성공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형도 나에게 똑같은 말을 해준다. 나의 시간이 언제 올지, 코칭스태프가 언제 나를 기용할지 모르지만 항상 준비된 상태를 유지하자는 취지의 이야기를 한다. 신앙심을 지키고, 매일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지자고 한다”라고 말했다.
형제에게 농구는 일이자 일상이다. 둘은 늘 농구에 관해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고메즈는 “우리에게 농구는 의식하지 않아도 삶 그 자체다. 매일 같은 일을 겪고 힘든 점도 비슷해서 서로 늘 오픈하는데, 바로 이런 부분이 우리가 함께 한국에 있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양지에서 안양까지 택시로 50분 정도 걸리는데, 정말 운이 좋은 것 같다. 형도 지금 잘 지내고 있다”라며 웃었다. “정관장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으면 좋겠다”라는 한마디는 형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는 메시지이기도 했다.
형제는 농구를 시작한 후 대학 시절까지 줄곧 함께였고, 프로선수가 된 후에도 B.리그를 함께 거쳤다. 소속팀은 다르지만, 이어 한국에서도 함께 커리어를 쌓고 있다. 고메즈는 “나와 형은 항상 중-고등학교에서 같은 팀이었고, 국가대표팀에서도 함께였다. 프로 트레이닝을 받을 때가 되어서야 우리는 다른 종류의 경험을 했다”라며 회상했다.

이어 “내가 해 준 조언은 정말 솔직하게 게임을 하라는 거였다. 멘탈적으로 흔들리는 것을 피하려면 무조건 가진 모든 것을 쏟아내야 한다. 항상 형에게 ‘마지막 게임’인 것처럼 하라고 한다”라며 동생이지만 ‘선배미’가 묻어나는 일화를 전했다.
고메즈는 형과 함께 KBL에서 뛰는 것을 ‘축복’이라고 표현했다. “이곳에서 뛰는 것은 정말 큰 축복이다. 많은 선수가 이 수준까지 못 미친다. 형과 내가 여기까지 온 게 우리의 커리어에 있어 큰 성과인 것을 모두 알 거다. 농담이 아니고, 매 시즌 발전하고 성장하는 리그라는 것을 알기에 솔직히 여기에 있는 건 행운이다.” 고메즈의 말이다.
끝으로 고메즈는 앞서 등장한 모든 상황이 형제의 ‘건강한 경쟁심’을 부추긴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늘 서로에게 도전해 왔지만, 동시에 좋은 방식으로 경쟁해 왔다. 예를 들어 좋은 경기를 했으면 서로 축하해 주고, 경기력이 나빴으면 서로를 끌어 올려주는 식이다. 우리는 항상 서로를 격려하며 성장한다. 기본적으로 둘 다 건강한 경쟁심을 타고났다"라고 말했다.
형제는 이번 시즌 총 3차례 코트 위에서 만났다. ‘정관장의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동생의 바람이 이루어진다면 형제의 투샷을 더 많은 경기에서 볼 수도 있다. 어찌 보면 자신이 주인공은 아닌 질문처럼 들렸을 수도 있지만, 고메즈는 인터뷰가 끝나고 기자에게 “고맙다”라며 악수를 청했다. 형제의 우애가 한 층 더 진실되게 다가온 순간이었다.
#사진_점프볼DB(유용우, 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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