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가스공사가 명승부를 만든 비결 : 진짜 스크린과 가짜 스크린, 숫자 4의 의미
- 프로농구 / 유석주 기자 / 2025-03-02 12:55:23

[점프볼=잠실/유석주 인터넷기자] 삼일절, 잠실에선 손에 땀을 쥐는 명승부가 펼쳐졌다.
지난 1일, 대구 한국가스공사는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삼성과의 2024-2025 KCC 프로농구 정규리그 맞대결에서 66-63으로 승리했다.
점수가 말해주듯, 경기는 40분 내내 팽팽하고 끈적한 접전의 연속이었다. 가스공사가 앤드류 니콜슨을 앞세워 도망가면, 삼성은 이정현과 코피 코번을 중심으로 끈질긴 추격에 나섰다. 결과와 별개로, 승리를 위한 양 팀의 준비와 신념이 드러나 눈이 즐거운 경기였다. 과연 명승부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진짜 스크린이 강한 코번과, 가짜 스크린도 되는 니콜슨
앞서 언급했듯, 삼성의 핵심은 이정현과 코번이었다. 특히 코번의 역할이 중요했다. 공격에선 이정현의 파트너로서 철저히 핸들러의 스크린 & 림 공략에, 수비에선 상대의 스크린 스위치 후 매치업 대상을 혼자 막는 데 집중했다. 삼성의 김효범 감독 역시 사전 인터뷰에서 ‘코번의 수비는 더 좋아질 수 있다. 공을 가진 상대를 충분히 어렵게 만드는 선수다’라며 코번 수비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결과적으로 코번의 퍼포먼스 자체는 조금 아쉬웠다. 20점 16리바운드를 기록했지만, 야투 시도가 무려 23개였고, 효율 역시 39%(9개 성공)로 좋지 못했다. 공격 리바운드도 5개나 건져냈지만, 자기 야투를 놓친 뒤 다시 잡아낸 게 대부분이었다. 인사이드를 파고든 뒤 고질적인 공 간수 부족 문제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단, 스크리너의 역할과 수비에서 적극성만큼은 뛰어났다. 상대적으로 느리지만 큰 체구의 코번은 핸들러들의 든든한 벽이 되어주었고, 가스공사의 매치업 헌팅에도 성실히 압박하며 제 임무에 충실했다.
문제는 그 헌팅의 주체가 니콜슨이었다는 점이다. 가스공사는 경기 내내 코번을 밖으로 끌어내는 데 집중했고, 니콜슨은 마치 가드가 느린 빅맨을 사냥하듯 적극적인 슈팅으로 득점을 적립해 나갔다. 내외곽 공격이 모두 능한 니콜슨은 외곽의 코번에게 버거운 상대였고, 이날 니콜슨은 가스공사 전체 득점의 절반 이상인 37점을 기록하며 코트를 불태웠다.
가스공사 역시 이런 니콜슨의 흐름을 이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아무리 손끝이 뜨거워도, 40분 내내 매치업 헌팅과 아이솔레이션을 주문하는 건 35세의 니콜슨에게 버거운 일이다. 더군다나 니콜슨도 수비 코트에선 코번을 막느라 체력을 소모하는 상황. 이에 가스공사의 강혁 감독은 후반전부터 니콜슨이 최대한 편하게 공격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했다.
핵심은 스크린을 가는 ‘척’ 속이는 것이었다. 3쿼터 7분경, 니콜슨은 전현우에게 핀 다운 스크린을 가는 척 오른쪽 45도에 자리를 잡아 3점 슛을 터뜨렸고, 그 뒤엔 왼쪽 45도에 대기하다 샘조세프 벨란겔의 오프 볼 스크린을 받고 탑에서 다시 외곽포를 집어넣었다. 센터를 3점 슈터처럼 활용하는 패턴에 삼성은 혼란에 빠졌고, 연속 득점으로 흐름을 탄 니콜슨은 후반전에만 16점을 기록하며 전반전의 감각을 이어갔다. 치열한 전술 싸움 끝에 한발 앞선 쪽은, ‘가짜 스크리너’ 니콜슨이 터진 가스공사였다.

2월 2일을 잊지 않은 삼성의 4쿼터 – 숫자 4의 의미
지난달 2일, 삼성은 가스공사와의 앞선 맞대결에서 69-72로 패배했다. 당시 삼성은 55-48로 3쿼터를 마쳤지만, 핸들러를 향한 가스공사의 강한 압박에 무너지며 4쿼터 24-14로 대역전극을 허용했다. 당시 삼성이 4쿼터에 기록한 실책은 4개였다.
다시 1일로 돌아와, 삼성은 47-58로 추격자가 되어 4쿼터를 맞이했다. 삼성은 그때의 기억을 잊지 않았고, 적극적인 압박은 물론 루즈 볼 상황에도 몸을 던지며 공격권을 유지해 점수 폭을 좁혀갔다. 가스공사 역시 핸들러 최성모를 압박하며 실책을 유도했지만, 최성모는 좌우 코너에서 최현민의 3점 슛 2개를 만들며 점수 차를 60-63까지 좁혔다. 그 순간, 가스공사가 4쿼터에 기록한 실책 역시 4개였다.
하지만, 서사의 반복이 결말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삼성은 종료 직전 63-65까지 따라붙으며 역전을 노렸으나, 코번이 치명적인 반칙으로 자유투를 내준 데 이어 최성모가 니콜슨 앞에서 시도한 3점 슛까지 림을 벗어나며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한 끗 차이로 승부를 놓쳤지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삼성의 의지가 빛난 경기였다. 반면 가스공사도 다 잡은 승리를 놓칠 뻔했으나,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놓지 않은 덕분에 간신히 연패를 탈출할 수 있었다. 경기 후 수훈선수로 인터뷰를 진행한 니콜슨 역시 ‘좋은 승부를 펼친 삼성도 칭찬을 건네고 싶다’라며 치열하게 싸운 상대에게 존중을 표현했다.
휴일에 어울리는 명승부를 연출한 두 팀. 가스공사는 2일 고양 소노를 상대로 백투백 연승을, 삼성은 오는 3일 안양 정관장을 상대로 연패 탈출을 노린다.
#사진=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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