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규 칼럼] 용산고 정선규 코치 "3점 슛은 재능보다 노력입니다"
- 중고농구 / 조원규 기자 / 2023-12-10 02:39:37
용산고는 최근 3년간 14개의 우승컵을 차지했습니다. 올해는 시즌 세 번째 대회였던 연맹회장기부터 전국체전까지, 참가한 모든 대회에서 우승했습니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수비의 완성도가 높아졌습니다. 승부처에서는 3점 슛으로 점수 차를 벌렸습니다. 슈터 김승우와 이관우, 이유진 등 슛을 던질 선수가 많았습니다. 슛을 던질 선수가 많다는 것은 상대하는 팀에게 큰 부담입니다.
스페이싱은 현대농구를 상징하는 단어 중 하나입니다. 크고 빠른 10명의 선수가 좁은 코트 안에 있으니 슛을 던질 공간을 만들기 쉽지 않습니다. 멀리서 던질 수 있으면, 수비 공간이 넓어집니다. 슛 거리의 길이와 비례하여 공간도 넓어집니다. 3점 슛은 그래서 현대농구의 필수 공격 옵션이 됐습니다.
이번 시즌 고양 소노는 경기 평균 37.2개의 3점 슛을 던지고 있습니다. 31개의 2점 슛을 던졌으니 3점슛 시도가 6.2개 더 많습니다. 2점 슛보다 3점 슛을 더 많이 던지는 팀은 미국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2017-2018 시즌 휴스턴이 그랬습니다.
작년 12월, NCAA 남자농구 소속의 그리넬 대학은 2점 슛 시도 없이 111개의 3점 슛만 던졌습니다. 36%의 성공률로 124점을 득점했고, 57점 차의 대승을 거뒀습니다. 더 이상 3점 슛은 효율 낮은 공격 옵션이 아닙니다.
작년과 올해, 용산고 역시 그것을 증명했습니다. 작년에 부임한 정선규 A-코치(이하 정 코치)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입니다. 이세범 용산고 코치는 “정 코치가 슈팅 공간을 만드는 움직임이나 타이밍을 잘 지도했다”라는 말로 정 코치의 역할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지난 시즌 KBL 3점 슛 성공률 평균은 33.1%입니다. 같은 시즌 NBA는 35.5%입니다. 국내 대학리그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남자 1부리그 12개 팀 중 3팀만 3점 슛 성공률 30%를 넘었습니다. 한국농구의 경쟁력이었던 외곽슛이 이제는 약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무엇이 문제일까요? 어디서부터 답을 찾아야 할까요? 정선규 코치와의 만남에서 그 해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Q. 올해 좋은 성적을 거뒀습니다, 이제 비시즌인데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아마는 비시즌과 시즌이 따로 없습니다. 프로와 달리, 어린 학생들이라 하루 이틀만 운동을 안 해도 차이가 커요. 전국체전이 끝난 후 3일만 쉬고 사실상 동계 훈련을 시작했습니다. 학생 신분이니 대회가 끝나도 학교는 와야죠.(웃음)
Q. 최근 3년 성적이 좋았습니다.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재작년과 올해는 선수 구성이 좋았습니다. 여준석이 졸업한 작년에는 4강 정도로 생각했는데…. 선수들이 이기는 방법을 터득한 것 같아요. 우승할 때의 기쁨을 아니까 그것을 지키고 싶은 마음도 컸다고 보이고요. 팀 운동량은 다른 학교와 비슷할 것 같은데, 개인 운동의 양은 차이가 있을 것 같습니다.
Q. 3점 슛이 성적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 같습니다.
작년에는 이채형, 윤기찬, 김승우가 슈팅능력이 있었죠. 올해도 김승우와 이관우, 이유진이 던질 수 있었습니다. 수비가 앞으로 많이 나올 수밖에 없고, 골밑도 공간이 열렸죠. 내년 시즌은 차이가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 1학년과 2학년이 3점 슛이 약해요. (11월) 후반기 주말리그를 저학년만 뛰었는데 3점 슛에 자신이 없으니 못 던지고 옆으로 주는 모습이 많았습니다.
Q. 경기력에 큰 차이가 있겠네요.
당연하죠. 슈터가 하나만 있어도 파생되는 것이 많습니다. 유기상이 있을 때 휘문고와 경기가 그랬습니다. 휘문이 박스앤드원 수비를 했고, 집중 수비를 당하는 유기상에게 스크린을 주문했습니다. 스크린 이후 유기상이 어디로 갈지 모르니 상대 수비가 당황했어요. 전반에는 유기상에게 스크린 후 컷인을 주문했고, 후반에는 외곽슛 기회가 생겼습니다. 슈터가 있으면 활용할 수 있는 전술이 많아집니다.
※박스앤드원(box and one): 농구 경기에서 공격팀 선수 중 기량이 뛰어나고 우수한 선수 1명을 집중적으로 마크하고, 나머지는 지역 방어 형태를 취해 방어하는 수비 전술
Q. 그런데 과거에 비해 외곽슛 능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많이 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한국농구의 장점이 모두 슛이 좋다는 점이었는데…. 지금 선수들이 신체 조건이나 기술은 좋아졌어요. 그런데 국제대회에 가면 상대도 그 정도 기술은 있습니다. 아시안게임 일본전도 3점 슛에서 승부가 갈렸잖아요.
Q. 외곽슛 능력이 떨어지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노력이죠. 유기상이 고등학교에 입학했을 당시에는 평범한 선수였습니다. 그런데 이 친구가 수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간은 훈련만 했다고 들었습니다. 슈터로 타고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슈터가 된 것입니다. 하루 3점 슛 500개 같은 과제를 주면 어떻게든 하는 선수가 있어요. 변화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러면 해줄 얘기들이 생겨요. 그런데 안 하면 해줄 수 있는 얘기도 없습니다. 같은 얘기만 반복할 수는 없잖아요.
Q. 재능보다 노력이 중요한가요?
같이 뛰었던 선수 중에 문경은, 조성원 같은 선배들의 손끝 감각이 좋았습니다. 조성원은 선배는 하체, 특히 발목 힘도 정말 좋았어요. 슈터에게는 큰 장점이죠. 처음부터 좋지는 않았습니다. 몸이 왜소했는데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힘을 키웠어요. 재능도 중요합니다. 그런데 노력 없는 재능은 퇴화합니다. 노력하면 없던 재능도 생기고요.
Q. 평소에 슈팅 훈련은 어떻게 시키는지 궁금합니다.
힘들게 시킵니다.(웃음) 게임 중에 편하게 쏠 수 있는 기회가 몇 번 없어요. 숨이 차 있는 상태에서 슛을 던져야 합니다. 그러니 연습도 그렇게 해야 합니다. 연습할 때 편하게 던지면 경기 중에는 성공률이 떨어져요. 처음에는 가볍게 던지다가 몸이 다 풀리면 100%의 움직임으로 슈팅 연습을 합니다.
Q. 팀 훈련 시간이 과거처럼 많지 않습니다. 슈팅 훈련에 할애할 시간도 적을 것 같은데요.
저희는 연습 경기를 할 때 스트레칭 후 바로 슈팅 훈련을 합니다. 몸을 풀면서 슈팅 훈련도 하는 거죠. 슛을 던지기 위한 패턴도 매주 변화를 줍니다. 훈련을 덜 지루해하면서 집중력도 높일 수 있어요. 훈련 방법을 (이세범) 코치님이 많이 고민하는데, 그래도 부족한 시간은 선수 스스로 채워야 합니다. 팀 훈련 시간에 슛만 던질 수 없잖아요. 유기상, 여준석, 이채형, 윤기찬 같은 선수들이 개인 훈련을 정말 많이 했습니다. 그런 분위기가 팀 성적에도 큰 영향을 줬어요.
![]() |
| ▲ KCC 시절 정선규 코치 |
Q. 현역 시절 포지션이 슈터잖아요.(웃음) 슛에 자신감을 가진 계기가 있나요?
그냥 슛을 많이 던졌어요. 중고등학교 때부터 슈팅 훈련을 많이 했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는 365일 중 5일만 쉬었습니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쉬는 날이 조금씩 늘어나기는 했는데, 그래도 1년에 350일 이상은 새벽부터 야간까지 훈련했죠. 훈련할 때 일대일과 슈팅 연습을 많이 했습니다.
Q. 3점슛 하나로(웃음) 롱런했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동의하시나요?
롱런했나요?(웃음) 오래 뛰었죠.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확실한 무기 하나가 있으면 기회는 오는 것 같습니다. 동부(지금의 DB)와 경기였어요. 경기 종료 20초 전 동점 상황에서 작전타임을 불렀습니다. 전 계속 벤치에만 있었으니 작전도 안 들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들어가래요. 당황했죠. 39분 40초를 앉아 있었는데 갑자기 슛을 쏘라고? 그런데 다행히 들어갔습니다. 이겼어요. 그런 한 방에 대한 기대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Q. 지도자 생활은 어때요. 잘 맞는 것 같나요?
운이 좋아서 쉬지 않고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후배들을 보는 것이 즐겁고 대화도 좋아합니다. 잘 되길 바라고, 그것에 제가 도움이 되길 바라고요. 졸업한 선수들이 이세범 코치에게 와서 운동이나 개인적인 고민을 편하게 얘기합니다. 저도 그런 지도자가 되고 싶어요.
Q. 훈련하면서 선수들에게 어떤 점을 강조하는지 궁금합니다
경기에 지면 우는 선수들이 있어요. 작년에 이채형이 그랬고, 올해는 이관우가 울었습니다. 이 친구들이 훈련에 집중하지 못하면 “또 울고 싶어?”라고 얘기해요.(웃음) 사실 공격은 무리한 플레이가 나와도 교체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수비를 놓치면 바로 교체하는 경우가 많죠. 공격은 과감하게 하고 수비는 집중해서 할 것을 주문합니다.

후반기 주말리그 경복고와 경기에서 에디 다니엘은 12개의 3점 슛을 던졌고 모두 실패했습니다. 정 코치는 그래도 던져야 한다고 얘기합니다. 피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농구선수는 던져야 하는 타이밍에 던지고, 안 들어가면 더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에디 다니엘에게는 하루 500개의 3점 슛을 던지는 과제를 줬습니다. 간절함이 있으면 성과도 있다고 얘기합니다.
농구는 적게 실점하고 많이 득점하는 팀이 이기는 경기입니다. 수비와 공격의 비중은 똑같이 50%입니다. 그리고 공격의 완성은 득점입니다.
선수들의 피지컬이 좋아지고 수비 전술이 발전하면서 득점이 점점 어렵습니다. 확률 높은 3점 슛은 상대 수비를 허무는 강력한 무기입니다. 전술했듯이, 더 많은 공간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더 쉬운 득점 기회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루하게 반복되는 슈팅 훈련은 선수들에게 재미없습니다.
집중력과 효율을 높이는 지도 방식의 연구가 필요합니다. 전체적으로 선수들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대한농구협회나 중고농구연맹의 이벤트도 필요합니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들의 노력입니다. 코칭은 길을 안내하는 것입니다. 그 길을 묵묵히 그리고 꾸준히 걷는 사람들만이 달콤한 과실을 손에 넣을 수 있습니다.
루키 유기상의 3점 슛 성공률이 43.5%입니다. 오늘 기준, 이번 시즌 30개 이상 성공한 선수 중에 가장 높습니다. 정 코치가 기억하는 유기상의 슈팅능력은 평범했습니다. 새벽부터 야간까지 매일 이어지는 훈련이 지금의 유기상을 만들었습니다.
노력과 재능 중 정 코치의 선택은 노력입니다.
조원규_칼럼니스트
chowk87@naver.com
[ⓒ 점프볼.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