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인물] 꿈의 무대를 위해 달리는 에너자이저, 광주 수피아여고 이해란
- 프로농구 / 민준구 / 2020-07-08 12:15:29

※ 본 기사는 농구전문매거진 점프볼 6월호에 개제된 기사입니다.
초고교급 스타의 등장
2019년 8월 8일, 한국중고농구 주말리그 왕중왕전 여고부 결승은 단 한 사람만을 위한 무대였다. 대전여상과 맞붙게 된 수피아여고는 전반의 열세를 극복해냈고 4쿼터 공세에 힘입어 72-67 승리와 함께 우승을 거머쥐었다. 춘계연맹전, 협회장기에서 모두 준우승에 그쳤던 수피아여고는 새로운 고교 여제의 탄생을 알리며 당당히 정상에 섰다.
이정옥, 신민지 등 졸업을 앞둔 3학년 선수들의 활약도 대단했지만 신입생 이해란의 퍼포먼스는 놀라웠다. 이날 34득점 9리바운드 4스틸 5블록을 기록, 당당히 여고부 MVP에 선정됐다. “언니들이 도와 주셔서 해낼 수 있는 것들이었다. 신입생이기 때문에 혼자서 뭘 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그저 코치님 말씀을 따르려 했고 그러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 솔직히 우승도 하고 MVP가 됐을 때는 ‘이제 내가 최고의 선수가 됐다’라는 생각도 들었다. 근데 길게 가지는 않더라. 더 잘해야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계속하게 됐다.”
경험이 있기에 한계가 있고 한계를 넘어섰기에 경험이 될 수 있다. 이해란은 이 말에 가장 어울리는 선수이기도 하다. 현재 자신이 서 있는 위치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려 한다. 그리고 한계와 경험의 반복을 통해 고속 성장하고 있다.
그리고 결정적인 계기는 바로 U18 아시아 챔피언십, U19 여자농구 월드컵이었다. 사실 이해란은 초고교급 선수라는 평가에 그리 어색하지 않은 선수다. 박지현(우리은행), 이소희(BNK) 등과 함께 중학교 시절부터 청소년 국가대표에 몸담았고 2~3살 어린 나이에도 어깨를 나란히 했다. U18 아시아 챔피언십 호주와의 예선전에선 위닝슛을 터뜨리며 4강 진출 및 월드컵 티켓을 가져오기도 했다.
지난해 태국에서 열린 U19 여자농구 월드컵에 출전, 세계의 벽에 잠시 고전했지만 박지현, 이소희에 이어 팀내 세 번째 득점원으로서 활약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해란이 스스로를 채찍질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는 프로로 진출한 선배들의 발전, 그리고 두 번째는 세계 농구와의 차이였다.
“월드컵 대표팀이 소집됐을 때 많은 부분에서 놀랐다. 프로에 간 언니들의 실력이 더 좋아진 것이다.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전부 전과 달라서 너무 놀랐다. 또 아시아 청소년 대회, 농구월드컵에 다녀오면서 세상에는 정말 대단한 선수들이 많다는 걸 다시 느끼게 됐다. 내가 하고 싶은 플레이가 전혀 나오지 않으니 속상하기도 했다. 근데 해결책도 찾게 됐다. 더 빨리 달리고 더 높이 뛰면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앞으로 더 힘든 일이 생기겠지만 이겨낼 수 있다고 믿는다.”

이해란의 2019년은 화려함 그 자체였다. 첫 대회였던 춘계연맹전에선 수피아여고의 결승 진출을 이끌었다. 이후 협회장기 준우승에 이어 왕중왕전 우승을 차지했고 전국체전에서는 4강 진출을 이뤄냈다.
대회마다 반짝반짝 빛났던 이해란. 그에게 있어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은 언제였을까. 올해 2학년이 된 이해란은 정상적인 절차를 밟는다면 2021년 WKBL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하게 된다. 동 세대에서 경쟁자를 찾기 힘든 만큼 어쩌면 ‘박지수’, ‘박지현’, ‘허예은’처럼 ‘이해란 드래프트’가 될 확률이 매우 높다.
정작 본인은 “나보다 잘하는 선수들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분에 넘치는 칭찬을 들어도 항상 경계하려고 한다”라고 말하지만 현실은 벌써부터 이해란을 확실한 1순위 후보로 보는 분위기다. 1년 후면 결정될 이해란의 운명. 과연 그는 어떤 팀에서 어떤 선수와 함께 뛰고 싶을까. “어떤 팀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다. 그저 불러만 주시면 정말 열심히할 거라는 마음만 먹고 있다. 대신 같이 뛰고 싶은 선수는 있는데 바로 (박)지현언니다. 예전부터 같이 농구를 해왔던 사이이기 때문에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프로 진출은 운동을 시작하는 모든 선수들의 꿈이다. 이해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처음 농구를 시작했을 때 운동에 대한 진지한 마음은 크지 않았지만 어머니의 설득 덕분에 재미를 찾아가며 지금은 프로 선수가 되겠다는 큰 꿈을 품게 됐다. 한 가지 걸림돌은 단순한 플레이 스타일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점.
이해란은 “빠르게 치고 나가는 농구는 이제까지 즐겨왔던 것이라서 크게 문제는 없다. 하지만 지난 월드컵에서도 느꼈듯이 나보다 신체 조건이 좋은 선수들과 만났을 때는 또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금은 그 길을 찾고 있는 단계다. 부족하다는것을 스스로 알고 있다는 것에 일단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어떤 선수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현실에 만족하지 않고 끝없이 발전하려는 자세를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성숙한 답을 내놓았다.
프로필_
2003년 5월 29일생, 포워드-센터, 180cm/63kg, 우산초-수피아여중-수피아여고
# 사진_ 한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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