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결산 ② ‘허훈’이란 스타의 탄생
- 프로농구 / 김태현 / 2020-04-02 07:47:00

[점프볼=김태현 인터넷기자] 허훈의, 허훈에 의한, 허훈을 위한 한 시즌이었다.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가 조기 종료된 가운데, 올 시즌 가장 돋보였던 선수는 단연 허훈이다. 허훈은 ‘단신용병’급 활약을 펼치며 KT의 확실한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이는 기록적인 면에서도 드러난다. 35경기에서 경기당 31분 21초를 출전한 허훈은 평균 14.9점 2.6리바운드 7.2어시스트 1.2스틸을 기록하며 KT의 앞선을 책임졌다. 올 시즌 국내선수가 팀 내 득점 1위를 차지한 경우는 허훈이 유일했다.
득점에서는 송교창에 이어 국내선수 중 2위, 어시스트는 2위보다 2개 이상 많은 독보적인 1위를 차지했다. 3점슛 또한 경기당 2개로 이 부문 5위에 올랐다. 득점, 어시스트, 3점슛 모두 커리어하이로 지난 시즌보다 한층 더 성장한 경기력을 선보인 허훈은 평균 기록 이외에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우선 지난해 10월 19일 창원 LG와의 경기에서 32점을 쏟아부으며 개인 통산 한경기 최다 득점을 올린데 이어 20일 원주 DB전에서는 3점슛 9개(11개 시도)를 포함해 31점을 기록하며 2경기 연속 30점 이상을 득점했다.
당시 DB 이상범 감독은 경기 후 “허훈은 스테판 커리다. 3경기 연속 그렇게 잘 들어갈 수가 있나. 우리 선수들이 못 막은 게 아니다. 수비를 달고도 넣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다만 2경기 모두 KT가 승리를 챙기지 못한 부분은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이후 4연패에 빠졌던 KT는 첫 휴식기 이후 다른 팀으로 탈바꿈했다. 그 중심에는 역시 허훈이 있었다. 허훈은 휴식기 후 6경기에서 평균 18.3점 8.5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다방면에서 팀을 이끌었고 KT는 파죽의 7연승을 달렸다.
멈출 것 같지 않던 KT의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허훈이 왼쪽 허벅지 앞 근육 파열 부상을 입으며 결장이 불가피했다. 결국 KT는 허훈의 이탈과 함께 연승를 마감했고 내리 5연패를 당했다. 이후 연패를 끊어내긴 했으나 허훈이 빠진 8경기에서 단 1승만을 거두는데 그치며 공동 2위까지 올라갔던 순위가 단숨에 6위로 떨어졌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라는 말처럼 KT 입장에서는 허훈의 빈자리가 매우 크게 느껴졌다.

이러한 가치를 증명하듯 허훈은 올스타전 팬 투표에서 43.9%의 득표율로 50,104표를 획득하며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올스타전 행사에서는 마이크를 차고, 형 허웅과 일대일 대결을 펼치고, 유로스텝 챌린지를 주도하는 등 볼거리를 선사했다. 여기에 직접 심판으로 나서 경기를 쥐락펴락하며 팬들을 웃게 만들었다.
축제가 끝나고 본격적인 후반기 레이스가 시작되자 허훈이 다시 한번 힘을 냈다. 아시아컵 예선을 위한 휴식기를 앞두고 팀의 3연승과 함께 분위기 반전을 이끌었다.

화룡점정은 지난 2월 9일 안양 KGC인삼공사전. 이날 경기에서 허훈은 21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이는 김승현(23개)에 이은 역대 한경기 최다 어시스트 2위로 이제껏 20어시스트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허훈을 포함해 4명(이상민, 주희정)이 전부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허훈은 24점까지 함께 올리며 KBL 최초 어시스트를 동반한 20-20을 달성했다. 이제껏 없었던 1호 기록을 완성시킨 것이다.
당시 KGC인삼공사 김승기 감독은 “허훈에게 졌다”라며 허훈의 활약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서동철 감독 역시 “팀에 없어선 안 될 큰 선수가 돼가고 있다”라며 그의 성장을 흐뭇하게 지켜봤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허훈과 KT의 상승세는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휴식기 중 코로나19가 가파른 확산세를 보이며 두 외국선수가 모두 팀을 떠난 것. 결국 KT는 리그 중단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 국내선수들로만 2경기를 치르며 모두 패했고 이는 KT의 올 시즌 마지막 경기가 됐다.
지난 24일 KBL이 조기 종료를 결정하면서 시즌은 그대로 끝이 났지만 올 시즌 허훈의 코트 안팎에서의 활약은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그간 많은 실력 있는 선수들이 KBL 무대를 밟았으나 리그를 대표할 만한 대형 스타가 없던 것도 사실. 허훈의 성장으로 농구계와 농구팬들의 이러한 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번째 시즌 만에 리그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성장한 허훈. 과연 그가 다음 시즌 또 어떤 활약을 펼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사진_ 점프볼 DB(유용우, 윤민호 기자)
[ⓒ 점프볼.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태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