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FA] ‘아름다운 은퇴’ 오리온 박상오,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한다”

프로농구 / 이재범 / 2020-05-01 12:4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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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이재범 기자] “농구를 그만둘 위기를 넘겼기에 농구가 너무 하고 싶었고, (다시 하게 되어) 재미있었다.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한다.”

자유계약 선수(FA) 시장이 열리는 첫 날, 박상오는 다른 팀을 찾는 것이 아니라 구단과 상의 끝에 은퇴를 결정했다.

박상오는 2007~2008시즌 부산 KTF에서 데뷔해 서울 SK, 부산 KT, 고양 오리온에서 13시즌 동안 603경기에 출전해 4,977점 1,996리바운드 807어시스트 398스틸 158블록을 기록했다. 2010~2011시즌에는 정규경기 MVP에 선정된 바 있다.

박상오는 1일 전화 통화에서 “오리온에서 두 시즌을 보너스로 여기며 운 좋게 보냈다. 마흔까지 농구를 한 것도 영광이다. 지난 시즌을 시작할 때부터 은퇴를 준비하고 있었다”며 “오리온이 감독님께서 바뀌며 체질 개선을 하는 걸 인정했다. 아무 그런 감정이 없다. 시원섭섭하지만 후련하다. 사무국장님과 면담을 하면서 아름다운 은퇴를 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은퇴 사실을 알렸다.

이어 “시즌이 끝난 뒤 성대 수술을 해서 말도 못 하니까 고민을 많이 했다. 감독님도 바뀌고, 구단 입장을 들어봐야 한다고 생각해서 구단과 상의 후 은퇴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며 2019~2020시즌이 갑작스레 중단되었다. 박상오는 “코로나19 때문에 10여 경기를 손해 봤다. 5,000점이란 기록을 앞두고 있었다. 몇 점 남지 않았다고 이야기를 들어서 내심 기대를 하고 있었다”며 “늦은 나이에 데뷔해서 5,000점을 넘어서기 쉽지 않아 욕심이 났다. 어쩔 수 있나? 전 국민과 나라의 건강이 먼저다. 코로나19가 하루 빨리 잠식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5,000점까지 23점을 남겨놓고 은퇴하는 걸 아쉬워했다. 
중앙대 재학 시절 군 복무를 마친 뒤 동기들보다 뒤늦게 프로 무대에 데뷔한 박상오는 역대 12번째로 600경기 이상 출전했다. 박상오는 “(600경기 출전은) 너무 의미 있다. 큰 부상 없이, 무릎이나 발목 수술을 한 번도 안 했다. 손가락 수술만 했었다. 무릎과 발목은 운동선수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제 자신이 대견스럽고, 그 덕분에 600경기 출전까지 가능했다”고 600경기 출전에 의미를 부여했다.

박상오는 중앙대 시절뿐 아니라 2년 전에도 은퇴 기로에 놓였다. 그 때 박상오를 프로 무대에 데뷔시켰던 추일승 감독이 손을 내밀었다. 데뷔와 은퇴를 같은 지도자 밑에서 하는 것도 의미 있다. 그렇지만, 그런 상황은 이뤄지지 않았다. 추일승 감독이 2019~2020시즌 막판 사퇴를 해서다.

박상오는 “장재석이나 오리온 선수들마다 자신들이 못해서 마지막에 감독님을 아쉽게 보냈다며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 저도 마찬가지로 죄송한 마음이 크다”며 “아무리 추일승 감독님께서 명장이시고, 우승도 하셨고, 농구 박사님이신데 사퇴하시는 걸 보며 모든 일이 자기 뜻대로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저도 철없던 시절이 있었는데 나이를 먹으면서 영원한 건 없기 때문에 열심히, 겸손하게 살아야 한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지난 시즌 시작할 때부터 은퇴를 고려했다면 은퇴 이후 삶도 고민을 했을 듯 하다. 박상오는 “제가 해온 게 농구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여러 감독님을 만나며 흡수할 건 흡수하고, 준비할 건 준비했는데 지도자를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며 “좋은 기회와 자리가 있다면 농구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고 바랐다.

박상오에게 마지막으로 자신의 선수 생활을 돌아봐달라고 부탁했다. 

 

“어디가 부러지지 않는 한 운동을 쉬지 않고 열심히 달려왔다고 생각한다. 운동 시간에 아프다고 꾀병을 부리거나 힘들면 빠질 수 있는데 그런 거 없이 운동을 거의 쉬지 않았다. 농구를 그만둘 위기를 넘겼기에 농구가 너무 하고 싶었고, (다시 하게 되어) 재미있었다. 군대를 다녀온 뒤 다시 못할 수 있다고 여겨서 농구를 할 수 있을 때 최대한 쉬지 말고 하자는 생각이었다.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한다.

마지막으로 은퇴한 선배들이 ‘은퇴할 때 되어 봐라’고 할 때 그 말이 와 닿지 않았다. 후배들도 마찬가지일 거다. 누구에게나 은퇴하는 시기가 오니까 은퇴할 때까지 최대한 즐기면서 열심히 선수생활을 했으면 좋겠다.”

FA 시장은 젊고 유능한 선수에게 몸값을 대폭 올릴 수 있는 기회다. 그렇지만, 출전 기회가 적거나 나이가 많은 고참들에겐 은퇴의 기로다. 2010~2011시즌 MVP 박상오는 FA 시장 개장 첫 날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사진_ 점프볼 DB(박상혁, 한명석, 윤민호 기자)

점프볼 / 이재범 기자 sinae@jumpba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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