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절친이 묻고 절친이 답한다 ⑩ 전준범이 박재현에게 “1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매거진 / 조영두 / 2020-09-19 17:23:28

 

[점프볼=조영두 기자] ‘20년 지기’ 박재현(29, 183cm)과 전준범(29, 195cm)은 지난 점프볼 8월호 인터뷰를 통해 학창시절 추억을 돌아봤다. 이들의 대화에서 당시 기억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그런 만큼 둘의 우정이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있었다. 이번엔 역할을 바꿔 전준범에게 박재현을 위한 질문을 부탁했다. 전준범은 평소 이미지와는 달리 진지한(?) 질문을 준비했다. 그 질문 속에는 박재현을 생각하는 마음이 가득 담겨 있었다. 박재현 역시 절친의 질문에 성심성의껏 답변했다. 정리하는 기자의 마음마저 훈훈하게 만들었던 문답을 들여다보자.


※ 본 인터뷰는 농구전문매거진 점프볼 9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준범_ 나도 너와 똑같은 질문으로 시작할게. 박재현이 생각하는 전준범은 어떤 친구야?
재현_ 흠, 너는 방부제 같아. 한결 같거든. 처음 만났던 초등학생 때랑 지금이랑 달라진 게 없어. 성격도 그대로야. 농구팬들이 아는 너의 모습이 진짜 네 성격이잖아. 또 너는 언제, 어디서나 배짱 있는 친구이기도 해.

준범_ 우리가 경복고에 함께 진학하면서 처음으로 같은 팀에서 농구를 했잖아. 근데 왜 지방에서 농구를 하다가 서울에 있는 경복고로 진학한 거야?
재현_ 우선 내가 임호중에 다니던 중 당시 경복고 코치님이셨던 김대환 코치님께서 스카우트 제의를 해주셨어. 그래서 경복고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지. 또 내가 경상도 촌놈이잖아. 그러다보니 서울에 있는 경복고에 대한 환상이 있었어.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학교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사계절 모습이 너무 예쁘더라고. 오랜 전통이 있기도 하고. 그리고 네가 나한테 전화해서 ‘우리 같이 경복고에 가서 라이벌 용산고를 이겨보자’라고 말했잖아. 네 연락이 마음에 와 닿았고, 그게 경복고 진학을 결정한 가장 큰 계기였어. 지금 생각해보면 너, (김)동욱(전 SK)이와 함께 좋은 추억도 많이 만들고, 우승도 많이 해서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해.

준범_ 우리 고3 때 대통령기 대회에서 우승했던 거 기억나지. 결승전 경기가 끝나자마자 네가 펑펑 울었잖아. 그때 왜 울었어?
재현_ 지금 생각해보니 부끄럽네(웃음). 지난 8월호에서 네가 말했듯이 대통령기 대회를 앞두고 나, 너, 동욱이 셋이서 잠시 일탈을 했잖아. 그때 다시 학교로 돌아와서 코치님께 엄청 혼나고, ‘저희가 꼭 책임지고 우승시키겠습니다’라고 약속했는데 그 약속을 지켰다는 뿌듯함에 울컥했어. 또 우리 셋이 마음고생한 뒤에 큰 영광을 맛보니까 감정이 북받쳐 올랐던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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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범_ 농구를 시작하고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언제야. 나는 솔직히 프로에 갓 입단했을 때가 가장 힘들었어.

재현_ 나도 너와 마찬가지로 프로에 와서 가장 힘들었어. 농구를 하면서 큰 부상 없이 프로까지 왔는데 오자마자 손목 골절, 어깨 탈구 등 생각해보지도 못한 부상이 찾아오더라고. 그러면서 공백기가 생기고, 컨디션 회복하는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자신감을 많이 잃어버렸어. 그러다보니 내 페이스를 찾지 못했지. 또 작년에 어깨 수술을 하면서 본의 아니게 지난 시즌을 쉬어서 지금도 힘들긴 해. 그래도 내 나름대로 이겨내는 방법을 터득해서 극복하는 중이야. 그 누구보다 열심히 운동하고, 노력해서 이번 시즌에 꼭 좋은 모습 보여주려고.

준범_ 2018년에 결혼해서 아들이 있는데 결혼하기 전후 마음가짐이 어떻게 달라졌어?
재현_ 결혼하니까 너무 좋아. 지켜주고 싶은 가족이 생기니까 책임감이 생기고, 끈기와 인내심이 많이 늘더라고. 또 무조건적인 내 편이 생긴 거잖아. 어렵고, 힘든 순간에도 늘 내 편이 있다는 게 너무 든든해. 힘든 시기에도 아내와 가족들이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게 도움을 많이 줬거든. 그래서 정말 고마워.

준범_ 만약 1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네가 정말 하고 싶은 게 뭐야. 또 농구를 할 거야?
재현_ 10년 전이면 스무 살이니까 대학교 1학년 때네. 난 또 농구를 하고 있을 것 같아. 고려대 시절이 내 인생에서 가장 따뜻하고, 좋은 사람들과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었던 시기거든. 근데 만약 농구를 시작하기 전인 2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농구선수보다는 철부지 아들이고 싶어. 내가 어릴 때부터 타지에서 생활하면서 농구를 했기 때문에 부모님과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았거든. 그래서 아쉽고, 서글펐던 기억이 많았어. ‘어릴 때 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많이 보냈다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도 많이 들고. 그래서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면 남들처럼 평범하게 철부지 아들로 살아보고 싶어.

준범_ 아들 찬이가 만약 농구선수가 되고 싶다고 하면 농구를 시킬 생각이 있어?
재현_ 우리 부모님이 그러셨던 것처럼 나도 아들의 마음을 존중해주고 싶어. 그래서 농구를 하고 싶다고 하면 말릴 생각은 없어.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농구선수보다 좀 더 다양하게 많은 분야를 즐기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 내가 농구선수를 해보니 부상을 당하거나 힘들 때는 농구를 멀리하고 싶게 되더라고. 농구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농구인데 말이야. 그 때 옆에서 아내가 즐거운 마음으로 농구를 해보라고 말해줬어. 그래서 길거리 농구하는 곳에 가서 사람들과 농구하며 웃었던 기억이 나. 그때 스포츠는 즐길 때 더 빛이 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요즘은 스포츠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많잖아. 아들이 그런 것을 다양하게 즐기면서 살았으면 하는 아빠로서의 작은 바람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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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범_ 내가 본 박재현은 항상 자신감이 넘쳤는데 요즘은 자신감이 많이 없어진 것 같아. 이번 시즌에는 너의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를 기대해도 될까?

재현_ 나 또한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걸 느끼고 있어. 예전에는 자신감이라는 단어를 생각하지도 않고 플레이를 했는데 지금은 자신감이 떨어진 게 느껴지더라고. 그래서 자신감을 회복하자는 생각을 많이 하고, 노력도 하고 있는 중이야. 자신감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면서 운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시즌에는 멋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 만약 네가 가지고 있는 배짱과 자신감을 나에게 나눠준다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

준범_ 네가 여러 지인들을 집에 초대한 걸로 알고 있는데 도대체 나는 언제 불러줄 거야?
재현_ 하하하. 지금 당장이라도 와. 언제든지 환영이야. 맛있는 거 근사하게 차려줄게. 우리 집은 일산인데 네 숙소가 용인에 있다 보니 쉽게 오라고 말을 못하겠더라고. 지금은 찬이도 있으니까 네가 와서 놀아준다면 좋은 시간 보낼 수 있을 것 같아. 언제든지 놀러와. 네가 좋아하는 김치라면은 필수로 준비해둘게.

준범_ 마지막으로 우리 고3 때 동욱이와 함께 마산 너희 집에 가서 먹은 LA 갈비가 생각나. 다음 시즌이 끝나면 휴가 때 셋이 마산으로 한 번 가는 건 어때?
재현_ 부모님도 그 시절을 많이 그리워하고 계셔. 우리가 어른이 되어서 결혼도 하고, 자식이 생기다 보니 학창 시절처럼 친구들을 집에 데려 갈 일이 없어졌잖아. 특히 우리 부모님은 친구들을 집에 데려가는 걸 좋아하시고, 정을 느끼시는 분들인데 그러지 못하니까 많이 아쉬워하셔. 너랑 동욱이와 함께 가면 정말 좋아하실 거야. 아마 LA 갈비보다 좋은 것들로 더 많이 챙겨주실 것 같아. 우리 둘 다 건강한 모습으로 이번 시즌 잘 마치고, 동욱이와 셋이서 꼭 마산으로 놀러가자.

# 사진_ 점프볼 DB(유용우 기자)

 

점프볼 / 조영두 zerodo9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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