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2021년 코트는 우리가 접수한다, 고교농구 정상탈환 노리는 용산고

매거진 / 한필상 기자 / 2021-02-17 14:48:54

[점프볼=한필상 기자] 지난 2020년 고교농구는 일부 주말리그 권역별 경기를 제외하고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이렇다 할 대회를 열지 못했다. 겨우내 갈고 닦은 기량을 선보일 기회를 잃은 팀들은 시즌 내내 대회개최 소식에 귀를 기울였지만 끝내 제대로 된 경기는 무산됐다. 이로 인해 고교 정상의 자리를 가릴 기회는 없어지고 말았다. 대회 개최가 무산되자 이곳저곳에서 아쉬운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고교농구의 명문 용산고 역시 그들 중 한 팀이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용산고는 새로운 시즌 준비에 나섰다. 2021년에는 기어이 고교 최정상에 서겠다는 각오로 말이다.

100년 역사 앞둔 용산 농구
용산고가 한국 농구에 처음 이름을 보인 것은 1925년 일로 당시 일본인 학교였던 용산중학교란 이름으로 제1회 중등부농구선수권대회에 참가한 기록이다. 이후 해방 전까지는 국내대회 참가 기록이 끊기다 1946년 용산고라는 이름으로 부활하며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해방과 6.25 전쟁이라는 힘겨운 상황을 딛고 난 용산고는 1960년대부터 한국 농구에 이름을 널리 알리기 시작했다. 작고한 故이보선 선생을 필두로 고택, 박광호, 신선우로 이어지는 스타플레이어들을 앞세워 당시 휘문고와 경복고로 양분되었던 고교농구를 트로이카 체제로 만들었다. 이후 1970년대 후반부터 유도훈, 허재, 김승기, 양경민, 김재훈 등이 맹활약하며 나가는 대회마다 우승과 준우승을 차지하며 용산고 전성시대를 열었다.

격동의 시기를 넘어선 용산고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양동근, 이정석, 이광재 등을 앞세워 다시 한 번 전국 정상에 올라섰다. 또 이승현(오리온)이 입학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춘계연맹전에서 내리 3연패를 기록하며 고교농구 명문 팀으로 농구팬들에게 자리했다.

그러나 이승현의 졸업과 동시에 용산고는 강호의 모습을 잃어갔다. 급격히 팀 성적이 떨어진 것은 아니었지만 우승후보로 꼽힐 정도 팀 전력을 갖추지 못했다 더구나 이효상 코치가 팀을 떠난 이후 지도자를 교체하고 체질개선에 나섰지만 번번이 라이벌 경복고가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자존심을 구겨야 했다.

절치부심했던 용산고는 2017년 프로무대에서 활약해 왔던 이세범 코치를 영입하며 변화를 만들어 갔다 모교 지도자로 돌아온 이 코치는 이전 지도자들과는 다른 방법으로 팀에 변화를 몰고왔다.

이 코치는 부임과 동시에 선수들에게 ‘성장’을 강조했고, 당장의 경기 결과와 성적에 연연하기보다 경기 내용에 대에 대한 이야기로 선수와 팀이 나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는 그동안 고교무대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지도방법이었지만 시대변화에 맞는 선택이었다. 선수들은 조금씩 이 코치의 지도 방법에 따라가며 자신들의 기량을 발전시켜 나갔다.

이런 노력들이 모이자 딱딱해 보였던 용산고의 모습도 달라졌다. 무작정 승리만을 쫓았던 과거의 팀 스타일에서 벗어나 경기를 거듭할수록 선수들마다 성장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팀의 변화는 이뿐만 아니었다. 다소 경직된 팀 컬러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플레이를 강조하게 되자 용산고는 중학교 유망주들이 가고 싶은 학교로 떠올랐다. 이는 용산고의 전력을 더욱 탄탄하게 만드는 바탕이 됐다.

이 코치와 선수들이 코트 위에서 용산고의 변화를 이끌었다면 동문회의 지원은 시스템을 만들어 가는데 큰 힘이 됐다. 그동안 한 명의 지도자가 진학, 스카우트, 훈련, 팀 운영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분을 도맡아야 했다면 용산고 동문회의 후원으로 합류한 어시스턴트 코치가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 이세범 코치가 온전히 선수들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팀 체질이 개선됐다. 용산고는 선수수급과 전력유지 및 강화가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면서 고교농구를 이끌어 가는 명가로서의 모습을 되찾았다. 이제 고교 최강의 자리에 다시 오르는 일만 남았다.

이세범 코치가 주창한 소통에 기반한 훈련문화

용산고 농구부가 내세우는 키워드는 선수와 지도자간의 이해에 바탕한 훈련 문화다. 지도자가 일방통행식으로 선수를 지도했던 과거와 다른 문화다. 선수와 지도자 간의 소통이 중요해진 현 시점에서 이세범 코치의 이런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처음 고교 지도자가 된다고 하자 주변에 있는 많은 농구인들이 걱정과 함께 내려놓으라는 말을 가장 많이 했다. 특히 선수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들었는데, 막상 팀을 맡고 보니 어디까지 내 자신이 내려놔야 하는지 정말 고민이 많았다”며 이 코치는 부임 초기 자신이 놓였던 상황을 설명했다.

이 코치가 해결해야 할 일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팀을 맡기 전 이 코치는 코트 위에서 선수들의 기량을 향상시키는 것이 전부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고교 선수들은 모든 부분에서 지도자가 하나하나 신경을 써야 되는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지금까지 고교 지도자가 된 이후를 돌이켜 보면 지도자는 모든 선수들의 감정 하나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만 했다. 선수들의 표정 속에서 훈련 태도나 훈련의 집중도가 결정되는데, 고민이 있거나 다른 부분에 문제가 있을 때는 제 아무리 지도자가 윽박질러도 훈련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것을 그때 처음 느꼈다”며 고교 지도자의 어려움을 토로한 뒤 “이때부터 그는 선수들을 이해하고 소통하려는 노력을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난생 처음 겪은 경험이지만 이 코치는 조금씩 선수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때론 대화를 통해 서로 입장과 생각을 나눴고, 어느 땐 자신이 가진 농구에 대한 생각을 선수들에게 조곤조곤 설명하기도 했다.

이런 작은 소통을 통해 선수들과 간격을 조금씩 좁혀 나가자 선수들도 이 코치를 따르기 시작했다. 물론 생소한 이 코치의 접근 방법에 처음에는 선수들도 많이 어색한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지도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익숙해졌고, 하나, 둘 자신이 가진 고민이나 농구에 대한 생각을 나누게 되면서 한결 부드러워진 팀 분위기를 만들 수 있었다.

서로간 대하는 분위기가 바뀌자 코트 안에서 뛰는 선수들도 크게 달라졌다. 그동안 지도자의 주문이나 천편일률적인 훈련 방법이 아니라 선수들이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 주안점을 둔 훈련 방식은 선수 개개인의 성장에 큰 힘이 됐다.

이 코치는 “요즘 선수들은 화려한 기술을 보이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화려한 기술을 하기 위해서는 기본기는 갖춰져 있어야 한다” 며 기본기의 중요성을 역설했고, “더하기 빼기도 하지 못하면서 곱하기 나누기를 할 수 없다. 안 되는 것을 감추지 말고 연습하고 실전에서 시도해라, 안 해봐서 못하는 것 뿐”이라며 기본기의 중요성과 함께 코트 위에서 적극성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그는 “많은 선수들은 자신이 잘 하지 못하는 것을 하려 하지 않는다. 실수를 하는 것이 두렵기 때문인데, 결국 실전에서 그리고 미래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훈련을 하는 것이다. 그런 것을 보완하기 위해 도움을 주려고 있는 것이 지도자의 역할”이라며 선수들을 독려하는 자신만의 방법에 대해 설명했다. 이런 지도 방식은 해를 거듭할수록 팀에 녹아들었다. 이제는 오래 전부터 용산고만의 팀 색깔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좋은 일만 이어지지는 않았다. 급격하게 바뀐 대학입시 문제는 이 코치에게 새로운 고민거리로 다가왔다. 제아무리 뛰어난 성적을 거둔 팀이라 할지라도 선수별 개인기록이 좋지 않을 경우에는 대학합격을 자신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코치는 “단순히 농구만 잘하면 대학 입학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는 과거일이 된 것 같다. 요즘에는 학생선수들이 학업을 병행하면서 운동선수로서의 삶을 살아가야 되는 시대고 개인기록을 쌓아야만 대학 입시에 반영되기 때문에 어려가지로 복잡해 진 것이 사실”이라며 진학에 대한 어려움을 말했다.

“솔직히 몇몇 학교의 경우 팀 성적을 완전히 도외시할 수 없기 때문에 이것도 신경을 써서 팀을 운영하고 있다. 내 생각이 맞는지 틀린지는 모르지만 지도자는 팀의 선수 구성을 감안해 최선의 베스트 라인업을 만드는 것이 옳은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자신만의 길을 꿋꿋이 걸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초고교급 라인업 완성한 2021년

달라진 용산고는 우수한 기량을 가진 중학교 유망주 영입에 공을 들였다. 당시 연계학교인 용산중이 엘리트 팀이라기 보다는 스포츠클럽 형태로 운영된 덕분에 유망주라 할 수 있는 선수들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선수 숫자는 많았지만 경기에 투입할 선수가 부족했던 것도 외부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였다.

2018년 용산고에 희소식이 찾아왔다. 중학교 최고의 유망주로 평가받던 여준석(203cm, F.C)이 용산고 유니폼을 입었다. 그의 가세만으로 용산고는 매 대회 우승을 다툴만한 팀으로 평가되었고, 금세 우승컵을 손에 쥘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녹하지 않았다. 1년의 시간동안 용산고와 여준석이 같이 했지만 아직 고교무대에 익숙하지 않았던 여준석의 가세만으로 용산고가 고교 정상에 서기는 쉽지 않았다. 더욱이 모처럼 전국체전 서울대표로 용산고가 나섰지만 홈 코트의 전주고 조직력 앞에 무릎을 꿇었다.

여준석 한 명만으로 교교 최강에 복귀할 수 없다고 판단한 용산고는 큰 키와 빠른 스피드를 가진 화봉중의 신주영(201cm, C)을 2019년 전격적으로 영입했다. 신주영의 가세로 용산고는 여준석과 함께 고교 최강의 골밑 진용을 갖추게 됐다. 용산고가 대학팀과 견줘도 높이만큼은 뒤질 것이 없다는 평이 나오기도 했다.

여기다 가드진에 삼선중 출신의 박정환(180cm, G)도 합류했다. 박정환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상대에게 절대 볼을 빼앗기지 않을 정도로 안정적인 볼 핸들링 능력과 공격력을 겸비해 여준석과 신주영의 공격력을 더욱 살려줄 것으로 평가됐다.

2020년에도 용산고의 전력 강화는 계속 됐다. 여전히 높이에 대한 아쉬움 때문인지 휘문중 출신의 빅맨 김윤성(200cm, C)을 스카우트 했고, 박정환의 뒤를 받칠 백업 가드로 삼선중 이채형(183cm, G)을 영입해 가드부터 센터에 이르기까지 초호화 라인업을 만들었다.
아쉽게도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이들의 기량을 눈으로 확인할 기회는 없었다. 그러나 많은 고교지도자들 사이에서 향후 3년간은 용산고가 최강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돌 정도였다.

2021 시즌을 앞두고 용산고는 다시 한 번 유망주를 대거 팀에 합류시켰다. 전체 중학교 선수들 중 베스트5에 오른 휘문중 포워드 김승우(187cm, F)와 양정중 가드 이관우(180cm G) 그리고 주성중의 장신 포워드 이유진(194cm, F)이 새로 용산고 식구가 됐다.
여기다 명지고에서 윤기찬(195cm, F)까지 전학을 오면서 역대 최강의 전력을 가진 팀을 만들며 2021시즌을 앞두게 됐다.

모두 주목하는 고교 최강의 포스트진

코로나19로 인해 정상적으로 시즌이 시작 될지 미지수지만 만일 대회가 열리게 된다면 용산고는 올 시즌 단연코 우승후보 0순위 팀이다. 전문가들이 이처럼 용산고를 우승후보로 꼽는데 주저 하지 않은 이유는 여준석과 신주영이라는 강력한 트윈 타워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준석은 호주 유학으로 국내 농구에 1년 공백기를 가졌지만 자타가 공인하는 올 시즌 고교 최대어로서 큰 키와 파워 그리고 스피드를 두루 갖추고 있다. 특히 내외곽 어느 곳에서도 득점을 만들 수 있다. 위기상황에서도 해결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용산고의 가장 큰 강점이 될 것이다. 여기다 호주 유학 이후 골밑에서 자신과 비슷한 신장을 가진 선수를 상대로 어떤 플레이를 해야 하는지 몸에 익혀와 쉽게 플레이를 펼친다.

공격의 선봉장 여준석은 “코로나19 때문에 지난 시즌 정상적으로 팀 훈련을 하지 못했지만 개인적으로 슈팅 능력을 가다듬기 위해 꾸준히 훈련을 해왔고, 웨이트 훈련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며 시즌 개막에 대한 바람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코로나19 때문에 언제 정상적으로 대화가 개최 될지는 모르겠지만 올 시즌 만큼은 출전하는 모든 대회에서 모조리 우승 하고 싶다”라고 개인적인 포부도 밝혔다.

그의 골밑 파트너인 신주영은 활동 반경은 크지 않지만 긴 팔을 이용한 골밑 공격과 수비에서의 블록슛 능력을 가지고 있는 빅맨이다. 두 선수가 버티고 있는 용산고 페인트존은 여느 고교팀의 빅맨들이 쉽게 득점을 만들기는 불가능해 보일 정도다.

이들 외에도 호시탐탐 경기 출장만을 기다리고 있는 빅맨도 있다. 중학교 무대에서 홍상민(경복고)과 함께 빅맨 유망주로 꼽혔던 김윤성도 언제든 출전만을 고대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고교 진학 이후 단 한 경기도 나서지 못했지만 꾸준히 웨이트 훈련으로 파워를 보완했고, 팀 선배인 여준석, 신주영을 상대로 공격과 수비에서 능력을 키운 만큼 타 학교 빅맨들과 경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또한 최근 합류한 윤기찬은 정통 빅맨은 아니지만 빠른 스피드와 일대일 공격능력이 뛰어난 만큼 이적 제한 규정이 풀리고 난 뒤에는 용산고 공격의 한 축을 담당할 만큼 폭발력을 가지고 있다. 신입생인 이유진도 아직 파워는 부족하지만 페인트존 안에서 움직임이 뛰어나 경험이 거듭될수록 팀 전력은 높아져만 갈 것이다.

이처럼 포스트 전력도 대단하지만 백코트 진 역시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는 전력이다. 꾸준한 경기 경험을 쌓은 야전사령관 박정환은 공격 일변도에서 벗어나 빅맨들과 연계된 플레이에 눈을 떴고, 3점 라인 밖에선 언제든 김승우가 외곽포를 쏘아 올릴 준비를 마쳤다.
이들 모두가 지금껏 갈고 닦은 기량을 코트 위에서 보여준다면 2021년 용산고의 고공비행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 사진_점프볼 DB(한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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