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새롭게 조명받는 NBA 어시스턴트 코치의 역할은?

매거진 / 서호민 기자 / 2021-02-21 10:25:19

 

▲ 댄토니 볼 시스템을 브루클린에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마이크 댄토니

[점프볼=서호민 기자] 미국프로농구(NBA) 경기 도중 작전 타임을 보면 코치들이 감독에게 말을 걸거나 혹은 선수들에게 역할을 지시하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 리그 일정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분석이 보다 전문화되면서 감독 혼자서 선수단을 이끌어가기엔 할 일이 너무나도 많아졌다. 때문에 감독을 보좌하는 '어시스턴트 코치(Assistant Coach)'들의 역할과 비중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본 기사는 점프볼 2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

분업화의 시대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NBA 코치 분업화에 대해 짚고 넘어가자. 오늘 날 NBA 감독들은 ‘매니저’에 가깝다. 예전과 같이 모든 영역을 감독이 컨트롤 하지 않는다. 각 분야에 걸쳐 코치진의 분업화가 철저히 이뤄졌다. 코치가 감독에게 전술에 대해 건의를 하고 또 선수들의 성장을 책임질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경우 현재 밀워키 벅스의 마이크 부덴홀저 감독 이 샌안토니오 코치 시절 특유의 시스템 농구를 고안해냈다. 또 이후에도 칩 잉글랜드와 에토르 메시나, 이메 우도카 그리고 최근 NBA 최초로 여성 감독 직함을 달게 된 베키 해먼까지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닌 코치들이 팀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치며 그렉 포포비치의 뒤를 든든히 받쳤다.

이 뿐만 아니라 현재 토론토의 감독인 닉 널스 역시 코치 시절 드웨인 케이시 감독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자신만의 공격적인 전략과 전술을 코트에서 마음껏 뽐낸 적이 있다. 과거로 범위를 넓히면 트라이앵글 오펜스의 대가로 불린 텍스 윈터 코치(작고)가 필 잭슨 감독으로부터 공격전술의 전권을 물려 받아 1990년대 시카고 왕조와 2000년대 레이커스 왕조의 성공에 기여한 바 있다. 또 최근에는 2019-2020시즌 레이커스 우승에 기여한 필 핸디도 코치 분업화의 성공 사례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그럼 어시스턴트 코치가 맡고 있는 일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어시스턴트 코치는 감독과 선수 간의 가교 역할을 하면서 선수단의 융화를 이끌어낸다. 쉽게 말해 감독 혹은 선수의 조력자, 상담사라 할 수 있다. 궁극적인 목표는 감독이 지시한 사항을 선수들이 잘 할 수 있도록 돕고 훈련시키는 것이다. 현재 NBA 30개 구단은 팀당 평균 4~5명의 어시스턴트 코치들이 감독을 보좌하고 있다, 최소 3명에서 많게는 10명까지 어시스턴트 코치를 보유한 팀도 있다. 공격과 수비, 슈팅, 피지컬 등 다양한 항목에서 파트별 역할이 뚜렷하다. 또 최근 들어서는 감독과 어시스턴트 코치의 지시를 받아 선수 개개인의 능력을 더 디테일하게 지도하는 육성 코치를 고용하는 팀도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코치들 사이에서도 당연히 서열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보통 벤치 맨 앞좌석에 앉아 있는 코치가 팀의 수석코치로 그 뒤를 이어 서열 두 번째, 세 번째 코치들이 뒷좌석에 앉는다. 물론 코치 서열을 따로 구분하지 않는 팀들도 더러 있다.

코치들 돌아가며 상대팀 철저 분석


NBA 정규리그 82경기 장기 레이스가 시작되면 각 팀의 코치들은 로테이션으로 돌아가며 앞으로 상대할 팀과 선수들을 분석한다. 이것을 흔히 ‘스카웃(Scout)’이라고 칭한다. 해당 경기의 스카웃을 맡은 코치들은 경기 이틀 전부터 최근 4~5경기를 기준으로 상대 팀의 흐름과 선수들의 활약상 및 습성 등을 면밀히 분석한다.[*참고로 스카우팅리포트를 작성할 때는 오펜시브레이팅(ORtg), 디펜시브레이팅(DRtg) 등 2차 스탯도 적극 반영한다] 또한 해당 팀을 상대로 공수 전략과 전술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에 대해 방안을 찾는 것도 그들의 몫이다. 때문에 코치들은 자신의 스카웃 차례가 올 때 즈음이면 신경이 최고조로 날카로워 진다고 한다. 경기 전날 상대 팀, 선수에 대한 모든 분석을 마친 스카웃 코치는 경기 당일 날 오전 팀 전체 미팅에서 자신이 분석한 스카우팅리포트를 브리핑한다. 보통 팀 전체 미팅에는 코칭스태프, 선수단 뿐만 아니라 단장을 비롯한 사무국 직원들도 참여한다고 한다. 팀 전체 미팅이 끝나고 나면 스카웃 코치는 선수들을 따로 불러 모아 상대 팀의 최근 동향을 비롯해 자주 사용하는 패턴, 각 선수들의 습성 등을 설명해준다. 예를 들어서 A선수는 미드레인지 게임과 플로터에 능하기 때문에 1선에서부터 강한 압박을 가할 필요가 있다는 식의 구체적인 코칭 방법이 제시된다. 이 과정까지 거치게 된다면 그날 경기에 대한 1차 준비는 끝이 난다.

경기에 들어가면 할 일이 더 많아진다. 감독은 전체적인 경기 콘셉트,선수단 장악, 소통 등 여러모로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에 전술의 상세한 그림은 사실상 스카웃 코치가 그리게 된다. 경기가 진행되는 도중에도 스카웃 코치는 상대방이 사용하는 패턴을 주시하고 있어야하며, 수비에서 미스플레이가 나올 경우 감독에게 즉시 보고해야 한다. 스카웃 코치는 작전 타임이 불리면 감독에게 곧바로 달려가 이전 상황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한 뒤 빠르게 이를 보완&수정한다. 이처럼 스카웃 코치는 그날 경기가 있는 날만큼은 감독과 함께 움직인다고 보면 된다. 어시스턴트 코치의 역할은 경기장 안에서만 국한되지 않는다. 시즌 중 틈틈이 짬을 내 NCAA가 열리는 대학 경기장을 찾아 각 포지션 별 선수들에 대한 정보도 수집하는 일 또한 어시스턴트 코치의 영역이다. 이 밖에도 최근 들어서는 선수와의 믿음과 신뢰도 어시트턴트 코치가 갖춰야 할 하나의 덕목으로 자리잡고 있다.

김효범이 말하는 어시스턴트 코치 경험담


"엄격한 규율 아래 코치와 선수간 신뢰 중요시"


한국농구 팬들에게 익숙한 김효범은 미국농구 지도자 생활을 경험해본 몇 안 되는 KBL 출신이다. 그는 디트로이트 피스톤스 산하 G-리그 팀 그랜드 래피즈 드라이브에서 2시즌 간 코칭 경험을 갖고 있다. 김효범은 부임 초기만 해도 엄격했던 내부 규율로 인해 적응하는데 꽤나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비록 아직 최종 목표인 NBA 무대를 밟지는 못했지만 2시즌 간 G리그 코치 경험을 통해 NBA의 코치 문화를 간접적으로 나마 엿들을 수 있었다. 점프볼과 인터뷰를 통해 문화적 차이를 가장 많이 언급한 김효범은 “한국은 웃어른을 공경하는 문화가 있지 않나. 보통 선수들이 코치들의 능력을 인정해주는 편이다. 그런데 미국은 완전 다르다. 선수와 코치 간의 신뢰를 무엇보다 중요시 여긴다. 선수가 코치와 대화에서 조금이라도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곧바로 반문을 제기한다. 거기서 코치가 우물쭈물대며 머뭇거리면 선수들로부터 신뢰를 잃는 것이다. 저 같은 경우에는 첫 시즌 선수들을 지도할 때 정보력이 부족하고, 또 자신감도 떨어져 그런 경우가 많았다. 어느 순간부터는 선수 들이 내 말을 안 듣더라. 사실 아시안이라서 더 그런 느낌도 받았다. 지금은 편하게 하는 얘기지만 계속 그렇게 우물쭈물, 쭈뼛쭈뼛 할 바에 차라리 관두고 다른 일을 알아보는 것이 나을 지도 모른다(웃음)”라면서 “또 코치진 사이에서 위계질서도 매우 엄격하다. 보통 경기가 있는 날 코치 미팅을 오전부터 2~3차례 정도 하는데, 미팅은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다. 여기서 코치들은 전략, 전술과 관련해 최소 한 마디씩하며 자신이 갖고 있는 생각을 감독에게 전달하곤 하는데, 저는 1년차 때 말을 거의 안 했다. 2년차 초반부까지 그렇게 하다가 당시 저희 팀에 새로 부임한 도니 틴들 감독님으로부터 계속 그렇게 입 닫고 있을 거면 관두라며 핀잔을 들었다. 그 때 이후로 코치 미팅에서 적극적으로 제 의견을 개진하며 마음가짐을 달리했던 것 같다. 그렇다고 대화에 끼어들고 싶어서 생각없이 아무 말이나 내뱉는다면 그것 또한 큰 사고다. 주제에서 벗어난 발언으로 간주해 대화 분위기가 급격히 싸해진다. 차라리 그럴 바에 입을 닫고 있는 것이 낫다. 분명 자유분방을 외치는데 실상 그 안을 파고 들면 매우 엄격한 규율이 존재한다. 솔직히 속으로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그래도 어떻게 하겠나. 내가 하고싶어서 왔는데. 그런 힘든 과정을 겪으면서도 오기로 버티고 또 버텨냈다”라고 돌아봤다. 

상대 팀 전력을 분석하는 스카웃 과정에 대해서도 자신이 겪었던 일화를 소개했다. “G-리그 코치들은 상위 리그에 비해 일손이 부족해 할 일이 더 많다. 저희 팀도 코치들이 로테이션 형식으로 돌아가며 스카웃을맡게 됐다. 그런데 보통 2년 차 이후에는 스카웃을 맡게 되는 경우가 적은데, 저는 2년차 때도 스카웃을 유독 많이 했던 것 같다. 보통 구단에서 백투백 경기는 웬만하면 맡기지 않는 편인데, 저는 백투백 경기도 한적이 있어 나름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더군다나 우리 팀은 한 팀을분석하면 8경기에서 10경기 범위를 놓고 분석을 했기 때문에 신경써야 할 부분이 많았다. 지금 돌이켜보면 재밌었고 분석력도 나름 향상됐는데, 정말 그 백투백 경기 할 때만큼은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NBA 구단 사무국 직원들은 매우 꼼꼼하면서도 치밀하다. 제가 G-리그 드래프트를 준비하기 위해 대학선수 스카우팅리포트를 작성하던 때였다. 보통 구단에서 배정해 준 경기를 다 보고난 뒤 하루에 걸쳐 분석을 한다. 예를 들어 한 경기에 뛴 선수가 10명이라고 하면 10명 뛴 선수에 대한 분석을 하루 안에 다 마쳐야 한다. 내용도 방대하다. 논문처럼 디테일하게 작성해야 한다. 그렇게 10명에 관한 스카우팅리포트를 다 작성하면 새벽 2~3시는 기본으로 넘긴다. 스카우팅리포트를 다 작성한 뒤에는 디트로이트 단장, 부단장, 국장 등 사무국 고위 관계자들에게 메일로 보내야 모든 과정이 끝난다. 그런데 사무국 분들은 새벽 2~3시 넘어서까지 안 자고 제가 보낸 스카우팅리포트에 나와 있는 중요치 않은 내용까지 일일이 하나 하나 다 확인하더라. 그걸 다 확인한 후에 나한테 ‘Appreciate(감사하다)’라고 답장이 오는데, ‘와 이 사람들 이 시간까지 안자고 뭐하는거지’하면서도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 모인 조직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자신의 경험담을 소개했다.

▲BONUS ONE SHOT. 어시스턴트 코치의 연봉은?


NBA는 코칭스태프의 연봉을 별도로 공개하지 않기에 코치들의 구체적인 연봉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다만 각자의 커리어에 따라 코치들의 평균 연봉도 차이가 있다. 2019년 1월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코치들의 연봉은 평균적으로 10만 달러에서 100만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NBA 최고 연봉 코치는 언론을 통해 몇 차례 공개된 바있는데, 현재 NBA에서 가장 높은 연봉을 수령하고 있는 코치는 프랭크 보겔 레이커스 감독을 보좌하고 있는 제이슨 키드다. 2019년 5월 보겔 감독과 함께 레이커스 코치진에 합류한 키드는 당시 레이커스와 업계 최고 수준에 달하는 계약을 맺어 화제를 모았다. 당시 키드가 레이커스와 어느 정도 계약을 맺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는데, NBA 코치 역대 최고 계약 규모가 2014년 터런 루 전 감독이 클리블랜드에 코치로 부임하면서 맺은 4년 650만 달러인 것을 미루어 보아 키드가 레이커스와 최소 650만 달러 이상의 계약을 체결했을 가능성이 높다는고 짐작할 수 있다.

#사진_점프볼DB(유용우 기자), AP/연합뉴스

 

점프볼 / 서호민 기자 syb2233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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